오현석의 투자 키워드 | 주식, 왜 오르나?

주가에 영향 끼치는 의미 있는 변화들

한때 1000포인트를 위협하던 주가가 1300선에 바싹 다가섰다. 시장이 예상을 넘어 이처럼 크게 상승한 이유는 무엇인가? 펀더멘털 측면에서 유의미한 변화의 흔적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왜 이렇게 주가가 올랐을까? 그 원인을 분석해보자.
첫째, 미국 주택시장 바닥 통과(?)

주택관련 지표가 더 이상 추락하지 않고 바닥을 다지거나 일부 개선되고 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이번 금융위기는 미국 주택시장의 버블 붕괴에서 출발했다. 결자해지 관점에서 볼 때 주택시장의 회복이 금융위기 탈출의 우선 과제다. 아직 주택가격이 회복세로 돌아서지 못했지만, 주택착공과 같은 선행지표는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다. 주택매매도 다소 살아나고 있다. 일련의 정부정책이 시차를 두고 하나 둘 약발을 발휘하고 있는데, 주택가격마저 돌아설 경우 미국 금융기관은 지긋지긋한 악몽에서 벗어날 것이다.


둘째, 원화환율 안정

작년 하반기 이후 외환시장은 두 차례의 위기설을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은 한때 160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원화 약세는 대외환경 악화의 산물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국내 은행의 단기외채 비중이 높다는 점과 수출 의존적 성장구조가 약점으로 작용했다. 같은 맥락에서 주식시장은 원화 약세를 악재로 인식했고 원/달러 환율과 주가는 반비례 관계를 형성했다. 즉 원/달러 환율 상승은 주가 하락으로, 원/달러 환율 하락은 주가 상승으로 나타났다. 위기설을 극복한 후 외환시장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시중은행과 공기업이 외화 조달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였고,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늘면서 달러 수급에 숨통이 트인 상황이다. 원화환율 안정에 대한 주식시장의 평가는 기대이상이었다.


셋째, 외국인 매수전환

외국인은 지난 4년간 무려 78조 원을 순매도했다. ‘매 앞에 장사 없다’는 속담처럼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도가 주가 하락의 일등공신이었다. 이처럼 매도전략을 유지했던 외국인이 올해 들어 시각을 선회하고 있다. 물론 단정하기에 이른감이 있다. 하지만 “① 우리 시장이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충격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 ② 지난 4년간의 공격적인 매도로 우리 시장에 대한 외국인 편입비중이 낮아질 대로 낮아졌다는 점, ③ 정보통신과 자동차, 철강업종 등 한국을 대표하는 업종은 한계기업이 퇴출당하는 글로벌 구조조정에 있어 승자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 ④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정부정책에 여유가 있다는 점”은 외국인이 예전과 달리 우리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다. 외국인이 지금처럼 매수전략을 유지한다면, 수급여건은 생각보다 빠르게 개선될 수 있고 주식시장에서 유동성 장세가 본격화될 것이다.


넷째, 금융위기 해결단계 진입

현 금융위기는 “① 미국 상업은행 부실처리, ② GM자동차 파산 여부, ③ 동유럽 신흥국가 부도 가능성”으로 대변되고 있다. 하나같이 굵직굵직한 사안인데, 중요한 점은 해법을 이미 찾았다는 것이다. 관건은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며, 중간중간에 예상치 못한 난항을 거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결방안을 찾았다는 점은 주식시장에서 불확실성의 완화로 비쳐질 것이다. 일례로 상업은행 부실처리는 민관합동 펀드를 조성해 부실을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외환위기 당시 국내 자산관리공사를 통해 부실을 처리했던 방식과 유사하다. GM 파산은 오바마 정부의 정치적 결정에 달려있다. 따라서 파산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거의 100%에 가까운 새로운 회사를 만든다는 것이다. 동유럽 위기는 서유럽 국가와 국제통화기금을 통해 풀어야 할 숙제다. 이미 서유럽 국가는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결국 이들 요인이 맞물리면서 주식시장이 강한 상승흐름을 타고 있다. 궁금한 점은 이제 모든 문제가 풀리며 시장이 순항하느냐의 여부다. 여기에는 한 가지 약점이 있다. 아직까지 펀더멘털에 자신 없는데, 주가가 너무 앞서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과 기대의 괴리로 볼 수 있는데, 통상적으로 주식시장은 이를 속도조절로 해결하는 속성을 보이고 있다. 즉, 쉬어가면서 다시 한 번 시장여건을 살펴본다는 것이다. 살펴볼 대상은 기업실적이다. 실적회복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할 경우, 시장은 강력한 상승날개를 달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속도를 조절하며 다음 기회를 엿볼 것이다.
글쓴이 오현석 님은 2002년부터 삼성증권에 근무하고 있다. 투자정보파트를 책임지고 있으며 매일경제와 조선일보-FnGuide 시황부분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수차례 수상한 바 있다. 현재 MBN TV와 YTN 등 다수 방송에 시황전문가로 고정 출연하고 있고 한국일보에 증시전망을 정기 기고하고 있다. 한국거래소(2005년)에서 공로상을 수상한 바 있다.
  • 2009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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