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갑자기 ‘보호주의는 안 된다’는 기사나 신문 칼럼을 자주 읽는다. 사실 1980년대 보호무역주의를 생각해 보면 그냥 그렇게 치고받다가 넘어간 것 같고, 그때 우리는 그냥 성장세를 유지했는데 뭐가 그렇게 문제일까? 영국 BBC의 지적이 정답일 것 같다.
“경제학자들은 경제가 반등할 시기가 언제인지 생각한다. 하지만 역사학자들은 공황이 보호주의로 이어지고, 그리고 전쟁으로 이어진 기억을 되새긴다.”">

알기 쉬운 경제 이야기 | 세계가 보호무역주의로 간다면?

최근 갑자기 ‘보호주의는 안 된다’는 기사나 신문 칼럼을 자주 읽는다. 사실 1980년대 보호무역주의를 생각해 보면 그냥 그렇게 치고받다가 넘어간 것 같고, 그때 우리는 그냥 성장세를 유지했는데 뭐가 그렇게 문제일까? 영국 BBC의 지적이 정답일 것 같다.
“경제학자들은 경제가 반등할 시기가 언제인지 생각한다. 하지만 역사학자들은 공황이 보호주의로 이어지고, 그리고 전쟁으로 이어진 기억을 되새긴다.”
경제가 불황기에 들어가는 이유는 뭘까?

보통 경제가 좋아지기 시작하면 물건이 잘 팔리고, 그러면 기업가는 생산 설비를 늘리는 등 투자를 한다. 이런 과정이 점차 에스컬레이트되면서 점점 호황으로 진입한다. 그런데 이게 어느 수준에 이르면 지나친 투자 때문에 물건이 팔리지 않는 상황에 이르고, 경제는 내리막길을 걷는다.

경제가 불황을 겪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처음에는 물건이 잘 팔리지 않으니 기업들이 무너지고, 뒤이어 기업에 돈을 빌려 준 은행이 무너진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은 빌려 준 돈을 다 회수하고, 다시 기업들이 무너진다. 기업들이 무너지면 실업자가 많아지고, 사람들이 물건을 사지 못하게 되면서 악순환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렇게 경기가 바닥에 이르면 조금씩 호황을 향해 나가는 것이다. 세계경제가 천장을 친 것이 지난 2007년 하반기. 그 후 1년 넘게 내리막길을 이어온 셈이다. 금융 경색과 기업 도산, 실업이 늘고, 소비가 줄어들면서 한 번 더 하락 사이클을 탈 수 있는 상황이다.
다시 경기가 좋아질 날을 기대하며 버텨야 하는 시점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사람은 기계처럼 돌아가지 않는다.

경제가 하락하면서 실업이 늘어날 경우, 정치가들은 유권자들의 압력에 시달리게 된다. 사실 불황의 고통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실업의 고통’이다. 그런데 자유무역을 통해 가격이든 품질이든 다른 나라의 경쟁력 있는 상품이 들어와 자국의 산업을 무너뜨릴 경우 실업의 고통은 더욱 극심해진다. 이 때문에 각국 유권자들은 자기 지역 상품을 보호해 달라는 압력을 정치가에 가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보호무역주의가 대두되는 것이다. 물론 한쪽에서 자국 상품을 보호한다고 보호주의를 도입하면, 다른 나라도 이를 따라 나서게 돼 있다.
이것이 결국 무역마찰로 이어지고, 결국은 최악의 상황-전쟁으로까지 이어졌었다. 실례를 제공한 것은 미국이었다.


부메랑 효과로 불황을 부채질하는 보호무역주의

미국은 1929년부터 이른바 ‘대공황’에 진입했다. 전례 없는 불황이 계속되고 실업이 하늘을 찌르자 곧 보호주의가 시작됐다. 원래 미국은 이전부터 농민 보호를 위해 농산물 관세를 인상할 예정이었는데, 1930년 들어 농산품 아니라 공산품에도 관세를 붙이기로 해, 결국 수천 종의 품목에 대해 수입 관세를 평균 60% 인상했다. 이렇게 관세를 높인 법을 ‘스무트-홀리 관세법’이라고 하는데, 외국 물품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미국산 물건을 잘 팔리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후 본격적인 세계 관세전쟁이 일어났다.
당시 미국의 최대 교역국이던 캐나다가 보복으로 주요 미국산 물품에 대해 관세를 올렸다. 영국-프랑스 등 다른 유럽 국가가 뒤이어 관세를 인상했다. 미국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스무트-홀리법을 통과시키고 관세를 높였지만 그 정책이 오히려 자신에게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이른바 ‘부메랑 효과’는 엄청났다.

미국의 수출량이 절반 아래 수준으로 떨어졌고, 미국 기업들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유럽과 캐나다에 현지 공장을 지었다. 결국 수출기업들은 국내에서는 감원하지 않으면 안 됐는데, 한 바퀴 돌아 실업률을 상승시킨 셈이었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의 루스벨트는 “우리가 저지른 보호주의의 악행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고 선거전을 펴, 성공했다.

더욱 더 문제는 보호주의가 결국은 교역량의 격감을 가져오면서 더욱 더 불황을 부채질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뉴딜 등 여러 가지 재정정책을 쓰면서 경제를 살리려고 했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았고, 결국 미국이 경제를 이전 상태로 회복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때가 되어서였다. 물론 무역보복이 직접적인 2차 대전의 원인이 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계경제가 보호주의를 취하면서 새롭게 선진국으로 올라서려던 독일이나 이탈리아, 일본에게는 큰 제약이 걸렸고, 이런 경제적 상황이 2차 대전의 한 원인이 됐다고 보는 것이 통설이다.

세계가 다시 한 번 ‘보호주의’에 긴장하는 것은 바로 이런 경험 때문이었다. 사실 1980년대 일본과 미국이 벌인 무역전쟁의 경우, 일본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 사이 이해가 상당히 일치했고, 2차 대전 후 미국이 일본 정치에 미치는 영향이 지배적이었기에 플라자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위기는 그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현재는 전 세계가 동시 불황에 빠진 상황이고, 1929년 대공황 이상의 침체를 예견하는 견해도 많다. 보호주의 역시 경계하고는 있지만 또 다른 형태로 나오고 있다. 1930년대 보호주의의 발원지였던 미국이 이번에는 ‘바이 아메리카’ 조항을 걸고 나왔다. 이 조항은 사회간접자본 건설 시 미국 제품만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조항이다. 어느 나라든 이번 불황을 이기기 위해 국가 재정을 투입해 경기 반전의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다. 국가가 벌이는 사업에 납품하는 것이 기업들의 돌파구가 될 수 있는데, 이것을 미국 내 기업에만 주겠다 하니 보호주의라고 지적받을 만하다.

한데 보호주의는 현재 이런 모습만 나오고 있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대만 정부가 반도체 업체들을 지원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든지, 프랑스와 영국에서 국내 기업만 은행 대출을 받게 하자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의 움직임들이 모두 보호주의의 한 모습이다. 일부러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하는 극단적인 음모론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현재의 위기는 지나치게 많은 투자 때문에 거품이 생겨서 일어난 것인 만큼 생산력이 줄고 생산 설비는 고철이 돼야 근본적으로 해결이 가능한데, 이를 위해선 동북아와 같은 공장 밀집 지역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물론 말 그대로 호사가들의 머리 안에서나 존재하는 ‘음모론’일 뿐이지만 보통 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던 북한 미사일 위협이 다른 때보다 금융시장을 흔들어 놓는 것은 이런 여러 가지 심리적인 불안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일반인이 딱히 대처할 방법은 없다. 투자나 다국적기업으로 각 나라가 예전보다 훨씬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전쟁이 실제로 일어나기란 어렵다. 다만 각 나라의 보호주의가 좀 더 기승을 부릴 경우 경제 침체가 오래갈 것으로 예측하면서 전략을 세우는 수밖에는 없다. 대체로 현재 중요 국제회의 때마다 ‘보호주의는 반대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고 세계 동향을 체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직은 세계 각국이 꼭 필요한 정도에서 조심스럽게 ‘보호주의적 행동’에 나서고 있고, 또 서로서로 묵인해 주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단 각국이 서로간의 보호주의에 대해 ‘우려’ 하기 시작하는 상황이 오면 위험 수준에 왔다고 보고, 더 오랜 겨울을 지낼 각오를 하는게 좋을 것 같다.
  • 2009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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