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 투자가에게서 배우는 성공투자법 | 주가에 미치는 CEO의 힘

숫자정보 vs CEO 능력 ‘주가 중 리더십 값은?’

윌리엄 오닐은 “최고경영진이 자사주를 보유한 종목이면 투자해도 괜찮다”고 밝힌다.
피터 린치도 ‘완벽한 주식의 13가지 특징’ 중 두 가지를 자사주 매입에 할당해 설명한다.
그는 “부하직원과 경영진 등 내부자와 회사 자체가 자사주를 사들이는 건 완벽한 주식의 공통 특징”이라고 했다.
자기이익과 회사이익이 일치해서다.
주가 결정변수는 셀 수 없이 많다. 워낙 다양한 변수와 환경의 직・간접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주가는 결정된다. 그나마 가격은 매순간 일시적으로 고정될 뿐이다. 장중엔 매매수급에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는 게 보통이다. 수많은 결정변수 중 어떤 것에 가중치를 두느냐에 따라 투자전략은 달라진다. 기업 실적을 필두로 한 기본적 분석파가 있는가 하면, 수치통계의 과거분석을 통해 미래주가를 맞히려는 기술적 분석파도 있다. 거시환경을 중시하거나 혹은 미시요인을 더 챙기는 경우도 있다. 정답은 없다. 투자자마다 궁합에 맞는 변수와 전략을 택하는 게 옳다. 최근엔 정성적인 지표를 우선하는 조류도 증가세다. 복잡한 숫자정보인 정량변수보다 계산기로 두드릴 수 없는 정성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경우다. 주식투자가 심리게임이란 점에서 일정부분 수긍이 가는 분석법이다.

앙드레 코스툴라니의 ‘주가=돈+심리’의 등식을 떠올려도 일정부분 맥락이 통한다. 특정주가가 치밀한 정량분석을 통한 예측흐름에서 빗나간다면 십중팔구 정성변수가 반영됐을 확률이 높아서다. 세계화·금융화의 심화조류 속에서 주가변수가 다양화되면서 정성변수도 한층 파워풀해졌다.


정성적인 가치영역의 선두변수는 최고경영자(CEO)다. CEO가 누구며, 어떤 발언과 행동을 했느냐에 따라 주가움직임이 달라진다는 게 요지다. 정량적 분석가들의 눈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현실에선 CEO에 따라 주가가 일희일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만큼 리더십은 중요하다. 지도자를 잘못 뽑으면 모든 게 무용지물인 법이다. 국가든 기업이든, 하다못해 줄반장을 잘못 골라도 우왕좌왕하는 건 불가피하다. 엉뚱한 CEO 한 명이 통장 잔고와 회사 미래를 거덜 내는 케이스는 수두룩하다. 그런데도 CEO 관련정보는 손익계산서나 투자보고서에 잡히지 않는다. 무형가치인 까닭에서다. CEO의 마인드와 자질, 노하우, 운영철학, 네트워크, 성격 등은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잣대다. 장부 확인과 CEO 검증 후에야 비로소 투자에 나서는 월가 고수가 많은 이유다. 훌륭한 기업 중 빼어난 CEO가 경영하지 않는 곳은 없듯 탁월한 CEO라면 죽을 기업도 살려 낸다는 게 이들의 판단근거다. 실제로 CEO는 기업의 최고·최후 의사 결정자로서 비전제시와 전략방향을 결정하는 막중한 자리다. 최고 권한을 부여받음과 동시에 가장 넓은 범위의 의사결정을 통제한다.

증권가엔 ‘CEO주가’란 게 있다. CEO의 정성가치(능력)가 주가를 결정한다는 의미로 90년대 이후 폭넓게 활용되는 개념이다. 때문에 투자자라면 CEO의 능력·자질·성과 그리고 철학 등에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하다. 게다가 CEO로서의 성과는 그 사람에 대한 평판(Reputation)자산으로 굳어진다. 결국 CEO가 누구인지가 회사가치를 평가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며, 이것이 또 주가에 반영되는 것이다. 한국보다 자본주의 역사가 길고 전문경영인 체제가 일찍 확립된 미국에선 CEO 교체에 따라 기업주가가 출렁이는 일이 다반사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과거 김정태·안철수 등 걸출한 CEO의 브랜드 가치가 주가에 반영된 사례가 있다. <포춘>은 CEO의 두 가지 뛰어난 능력으로 주가관리와 M&A를 들기도 했다. 실제로 매년 계열사 CEO들의 실적을 평가하는 삼성그룹은 일반적인 경영사항(경제적 부가가치 혹은 투입자본 대비 수익비율)을 70%가량 보고 나머지 30%는 주가에 맞춰 평가한다. CEO라면 주가변동에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없는 셈이다.

월가의 대표적 장타선수 중 한 명인 워렌 버핏은 ‘CEO의 CEO’로 불린다. 지분매입 때 경영진의 능력을 대단히 중시하며 투자여부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다른 건 좀 모자라도 CEO가 진국이면 기꺼이 러브콜을 날렸다. 버핏 곁에는 수십 년 이상 한 회사에 머물며 회사를 경영하는 CEO가 적잖다. 회사와 CEO까지 동시에 인수한다는 그만의 투자원칙 덕분이다. 그는 ‘탁월한 경영자’와 ‘괜찮은 사업모델’로 갈등이 생길 땐 탁월한 경영자를 선택했다. 사업모델이 좀 못해도 CEO가 탁월하면 얼마든 극복할 수 있다고 봐서다. 그가 검증하는 CEO 기준은 간단하다. 오너처럼 생각하고, 돈 때문에 일할 필요 없는 경영진을 선호했다. 이렇게 고른 CEO라면 전폭적인 지지와 전권을 부여했다. 버핏은 CEO평가 때 세 가지 스펙트럼을 활용했다. ◎ 합리성(Rationality) ◎ 정직성(Candor) ◎ 제도적 관행(Institutional Imperative) 등이다. 버핏은 투자대상 기업의 CEO에게 곤혹스런 질문을 자주 던진 것으로도 유명하다. 버핏의 방문을 받는 회사대표라면 늘 답을 준비해 뒀을 만큼 단골질문이다. “당신의 경쟁회사 중 어떤 회사가 제일 위협적인가” 여부다. 놀라운 건 다른 월가 고수들도 이 질문을 즐긴다는 점이다. 피터 린치만 해도 “CEO가 두려워하는 경쟁사면 사 둬도 좋다”고 했다. 투자업계의 성인 존 템플턴 역시 기업탐방 때마다 CEO에게 힘겨운 경쟁사가 어딘지 꼭 묻는다. “자사 다음으로 투자하고 싶은 경쟁사가 있다면 어딘지 알려줄 것”을 요구해 해당 CEO를 곤혹스럽게 했다.

CEO 분석에 가장 공을 많이 들인 고수를 꼽으라면 필립 피셔를 뺄 수 없다. ‘월가의 셜록 홈즈’란 별명처럼 꼼꼼하고 냉철한 기업분석에 정통한 피셔는 CEO의 능력과 포부, 연구개발 역량 등을 최우선 순위로 검토했다. 그는 “성장을 위한 결의와 실행능력을 갖춘 경영진 확보여부보다 중요한 투자변수는 없다”며 “특출했던 기업이 추락하는 건 경영능력이 떨어져 주력제품의 미래가 어두울 때뿐”이라고 봤다. 피셔는 위대한 기업의 15가지 포인트를 정리했는데, 이 중 상당항목이 CEO 등 경영진의 자질과 능력, 비전에 관한 이슈들이다. ◎ CEO의 추가 신제품·기술 개발의지 ◎ CEO의 연구개발 노력 ◎ 돋보이는 노사관계 ◎ 임원 간의 훌륭한 관계유지 ◎ 두터운 기업경영진 보유 ◎ 투자자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 진실한 최고경영진 존재 등이다. 그는 “훌륭한 경영진은 많고 젊을수록 좋으며 대화에 적극적이어야 한다”며 “특히 난관에 봉착했을 때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했다. 또 “도덕적 책임감과 수탁자로서의 상당한 의무감을 지닌 경영진에만 투자하는 게 좋다”고 덧붙인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다른 월가 고수들 역시 CEO 변수를 중시했다. 역발상투자의 거물인 데이비드 드레먼은 “숫자 말고는 CEO의 경영능력이 최우선 투자기준”이라고 했다. 존 템플턴은 “싸면서 시장지배력이 높고, 기술혁신을 주도하되 무엇보다 뛰어난 경영진이 있어야 좋은 주식”이라고 거든다. 특히 “좋은 주식이란 이미 뛰어난 경영실적을 보여준 바 있는 강력한 경영진이 이끌어가는 회사”라고 부연 설명한다. 소형주로 홈런을 여러 번 때려 낸 랄프 웬저는 “소형주가 대형주보다 훨씬 나은 건 CEO의 상황대처 능력에서 비롯되는 기업성장, 인수합병, 자사주매입, 시장재평가 등의 이유로 단기간의 성장조건을 두루 갖췄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그는 “한물간 업종이라도 훌륭한 경영진이 이끌면 인기 업종의 그저 그런 CEO가 있는 회사보다 백배는 낫다”고 강조한다. CEO의 구체화된 경영마인드를 확인해 투자변수로 활용한 월가 고수도 적잖다. 대표적인 게 주주중시 경영의 상징으로 평가받는 자사주 매입여부다. 윌리엄 오닐은 “최고경영진이 자사주를 보유한 종목이면 투자해도 괜찮다”고 밝힌다. 피터 린치도 ‘완벽한 주식의 13가지 특징’ 중 두 가지를 자사주 매입에 할당해 설명한다. 그는 “부하직원과 경영진 등 내부자와 회사 자체가 자사주를 사들이는 건 완벽한 주식의 공통 특징”이라고 했다. 자기이익과 회사이익이 일치해서다.

물론 반론도 없잖다. 정성변수인 CEO 이미지가 가공됐을 가능성이 우려돼서다. 게다가 아마추어가 월가 고수들처럼 CEO를 만나거나 대화할 기회가 없다는 것도 현실적인 한계다. 그럼에도 CEO의 존재감과 역할이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럴 땐 간접루트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언론기사와 공시정보의 행간을 통해 CEO의 능력을 저울질할 수 있어서다. 앞서 설명한 자사주 매입의지와 투자자 관계설정을 의미하는 IR(Investor Relations) 등도 중요한 힌트다. 이때 조심할 건 CEO가 시장인기와 주가관리에만 치중해 장기투자 대신 단기결과만 강조할 염려다. 모든 기업에 CEO주가를 반영할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도 뺄 수 없다. CEO 역할과 기대효과가 업종·기업마다 다를 수 있어서다. 때문에 모든 기업을 ‘CEO 자질 = 주가’로 보는 시각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CEO주가는 상황에 따라 동전의 양면일 수 있어서다.

일러스트 : 배진성
  • 2009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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