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 투자가에게서 배우는 성공투자법 | 역발상으로 수익 올리는 체리피커 투자자

시장이 패닉에 빠질수록 기회는 커진다

패닉의 자기복제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얼려 버렸다. 공포의 전염이다. 과도한 신용팽창에서 촉발된 금융쇼크는 이제 실물부문에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경제공황을 예측하는 논객도 증가세다. 미국 정부가 대규모 구제방안까지 내놓았지만, 한번 돌아선 투심(投心)은 묵묵부답이다. 투자심리 위축 탓에 호재는 묻히고 악재만 부각된다. 와중에 희망적인 메시지도 있다. 남들이 울 때 폭락자산을 떨이로 거둬들여 향후 시세차익을 노리겠다는 식의 ‘체리피킹(Cherry Picking)’이 그렇다. 특정 이유로 과도하게 떨어진 저평가자산만 골라 투자하는 것이다. 체리 열매로 가득한 농장에 들어가 탐스럽게 익은 체리를 싼값에 따가는 걸 비유해 생겨났다. 혼란에서 기회를 찾는 부류다.
선두주자는 워렌 버핏이다. 저평가종목의 장기보유(가치투자)로 갑부가 된 인물이다. 최근 그의 행보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바겐 헌팅(Bargain Hunting)’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싼값에 알짜 물건을 골라 갖는 절호의 투자기회란 이유에서다. 실제로 버핏은 과거 체리피커로 등장해 큰돈을 벌기도 했다. 투자자산의 본연가치(Value)란 결국 시장가격(Price)과 일치할 수밖에 없다는 덕을 톡톡히 봤다. 되레 표준편차에서 멀어질수록 회귀본능이 강해진다는 게 경험법칙이다. 이번 배팅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고통스런 폭락이지만 나에겐 잘된 일”이라고 했다. 시장이 망하지 않는 한 지금의 매수조건은 너무나 매력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버핏은 일촉즉발의 골드만삭스에 50억 달러를 투자했고 뒤이어 에너지회사까지 거둬들였다. 서브프라임 부실사태가 본격화됐던 2007년 10월 이후 벌써 회사만 8개를 인수했다.

월가의 영웅 피터 린치는 체리피커의 경제적 합리성을 재미난 이론으로 만들었다. 칵테일파티 이론이다. 칵테일파티 때 대화 이슈가 주식이냐 충치(다른 관심사)냐에 따라 증시의 천장과 바닥을 유추하는 방법으로, 파워풀한 설명력을 지닌 분석모델 중 하나다. 주변 사람들의 관심사와 행동만 잘 살펴도 장세를 진단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만큼 대중심리의 영향력이란 게 증시를 쥐락펴락하기에 충분하다. 칵테일이론은 증시를 둘러싼 대중심리의 허를 찌르는 역발상투자의 전형이다. 체리피커의 마음자세와 맥이 닿는다. 주식투자로 성공하자면 대중심리와 정반대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실제로 투자격언 중엔 유독 ‘남들과 다르게’를 강조한 내용이 많다. ‘대중이 안 가는 뒤안길에 꽃밭이 있다’부터 ‘모두가 좋다는 건 피하는 게 좋다’ 등 일일이 셀 수 없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금융쇼크는 역발상을 따르는 체리피커로서는 둘도 없는 절호의 찬스다.

실제로 월가 고수는 대부분 체리피커다. 이들이 역발상을 강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주가변동의 최대 변수는 군중심리다. 기업실적이 전부가 아니다. 그런데 군중심리는 왕왕 시장을 비정상적으로 왜곡시킨다. 멈춰서야 할 시점인데도 탐욕과 공포 때문에 극단적인 질주를 반복한다. 문제는 시장이 대중보다 한 수 빠르고 영리하다는 점이다. 대중이 몰려들면 좌판을 접고, 떠나면 또 펴는 게 증시다. 때문에 시장을 따라잡겠다는 건 섶을 지고 불길에 뛰어드는 것과 같은 무모한 짓이다.

변덕쟁이는 전쟁터의 깃발과 같다. 깃발이 높이 솟아 힘차게 전진하면 군대는 뒤따라 행진한다. 반대로 깃발이 내려지면 병사들은 불안과 걱정에 휩싸인다. 사기는 떨어지고 이리저리 흩어진다.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장세전망이 개선되면 무지한 대중은 무조건 뛰어들고 본다. 거꾸로 흉흉해지면 너도나도 탈출하기 바쁘다. 집단행동의 끝은 불을 보듯 뻔하다. 변곡점을 앞당기면서 시황을 순식간에 뒤집어 놓는다. ‘투자자들의 합창 후 주가는 반대로 움직인다’는 투자격언은 그래서 나왔다. 코스툴라니는 “시세는 돈과 심리에 따라 결정된다”며 “400년 증시 역사는 놀라 당황(공포)하거나 신나 들떠 있는(탐욕) 심리 때문에 늘 등락을 반복했다”고 봤다. 때문에 관건은 남들과 ‘반대로’다. 월가 최고의 차티스트로 손꼽히는 알렉산더 엘더는 “결코 집단과 논쟁하지 말라”며 “집단은 강하지만 원초적이며 단순하지만 반복적이기 때문에 존중은 하되 두려워 말라”고 강조했다. 대신 철저히 혼자 힘으로 판단하고 실천하면 집단으로부터 돈을 뺏어 올 수 있다고 전했다.

결국 주식은 소수의 게임이다. 외로워야 성공하는 법이다. 모든 사람이 스톱했을 때 걸음을 재촉해야 하고, 대중이 정신없이 달려들 때 멀찍이 떨어져 쉬는 게 좋다. 이게 역발상투자다. 현명한 투자자는 양보다는 청개구리를 따른다. 청개구리처럼 거꾸로 쳐다보고 반대로 행동해야 대중심리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의 월가 고수는 대중심리의 합종연횡을 주도면밀히 관찰, 약속이나 한 듯 허를 찌르는 투자전략을 실천했다. 역발상이야말로 투자수익을 극대화시키는 둘도 없는 무기라는 게 그들의 공통된 경험담이다.


시장 암울할 때만 주식 매수한 존 템플턴

1만5000여 개의 방대한 기업분석으로 저평가종목을 골라낸 존 템플턴은 시장이 암울할 때만 매수주문을 넣었다. 그는 매수 타이밍 선정을 특히 중시했는데, 그 기준은 철저히 ‘대중심리와 반대로’였다. 집단행동을 이해하고자 심리학까지 배운 제시 리버모어는 “시장을 급락시키는 추진력은 공포이고, 상승장의 원동력은 희망”이라며 “역발상투자를 통해 감정적 약점인 무지ㆍ공포ㆍ희망ㆍ탐욕을 극복하라”고 조언했다. 역발상 사고ㆍ매매가 몸에 익은 고레카와 긴조는 “벌써는 아직이며 아직은 벌써”라는 말까지 남기며 대중심리보다 앞설 것을 권했다. 천장에서 팔고 바닥에서 사는 게 고독한 싸움이지만, 그 열매만큼 단 것도 없어서다.

역발상이 효과적이란 건 숱하게 검증됐다. 하지만 문제는 실천여부다. 남들과 반대로 한다는 게 말이 쉽지, 행동으로 옮기기란 어려워서다. 존 템플턴은 “천장일 때 사람들이 몰려들고, 비관적일 때 사지 못하는 건 인간의 연약한 본성 때문”이라고까지 평가했다. 투자자가 군중 히스테리를 떨쳐 버리려면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더불어 끈질긴 인내력도 필수다. 시간이 약이듯 증시란 언젠가 평정을 되찾고 대중심리는 결국 치유되게 마련이다. 역발상투자를 완성하자면 끊임없는 공부와 용기가 필요하다. 공부해야 확신이 들고, 확신해야 과감한 실천이 가능하다. 심리와 행동의 불일치는 인간 본성이지만, 성공투자자라면 이 벽을 뛰어넘어야 한다. 수익률은 대중심리와 정반대다. 고독이 몸부림칠 때 돈은 몰려드는 법이다.

월가 고수 중 몇몇은 스스로를 ‘Contrarian’으로 불리길 원했다. 통념과 반대로 투자하는 사람을 일컫는 ‘역행투자자’란 뜻이다. 윈저펀드로 5600%의 수익률을 거둔 존 네프는 1990년대 초 절망적 상태로 전락한 씨티은행에 거액을 투자해 성공했다. 그는 “역행투자는 콘서트 현장에서 혼자 기립박수를 보내는 것보다 훨씬 어렵지만 결과는 늘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1987년 블랙먼데이를 예측해 ‘닥터 둠(Doom)이란 별명을 얻은 마크 파버도 자칭 ‘Contrarian’이다. “아무도 관심 없는 황무지에서 대박의 싹은 자란다”며 “많은 이들이 특정 시장ㆍ부문에 주목하면 할수록 그곳이 아닌 다른 곳의 상승잠재력은 더 커진다”고 진단했다. 쓰레기주식으로 대박을 캐낸 데이비드 드레먼은 아예 ‘Contrarian’ 신봉자다. 그는 “역발상은 실천만 한다면 반드시 성공한다”며 “대중들의 과잉반응만 경계하면 누구든 돈을 벌 수 있다”고 확신했다.

칵테일이론은 한국에도 적용 가능하다. 술자리에서 주식 무용담이 자주, 그것도 오랫동안 술안주로 오르면 천장일 확률이 높다는 식으로 해석하면 된다. 반대로 최근처럼 패닉ㆍ폭락ㆍ공포가 자주 회자될 땐 바닥징후로 이해하는 식이다. ‘팔자’가 대세일 때 ‘사자’는 외롭지만 효과적인 전략이다. 당신은 지금 한국증시의 체리피커로 나설 용기가 있는가.

일러스트 : 배진성
  • 200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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