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은 많은 게 좋은가, 적은 게 좋은가?”
언뜻 보기엔 물을 것도 없는 질문이다. 납세자 입장에선 세금을 적게 내는 게 나을 것이다. 2008년의 경우 우리 국민은 1년 중 3월 말까지 버는 돈을 모두 세금으로 내야 한다. 소득의 약 4분의 1이 세금이란 얘기다. 이 돈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면 자연히 씀씀이가 커져 경기도 살아날 것 같다. 그런데, 말을 바꿔서 생각해 보자. “세금을 적게 내는 것이 바람직한가, 아니면 세금을 많이 낸 후 정부가 이 돈으로 경기를 부양시키는 것이 좋겠는가?” 세금이 줄어도 개인 한 사람 한 사람 입장에서는 이 돈이 크지 않을 수 있다. 말 그대로 흐지부지 사라져 버리는 돈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돈을 모아서 정부가 경기를 살리는 데 나선다면? 더 나아가서 정부가 미래성장 동력을 위해 투자한다면?">

알기 쉬운 경제 이야기 | ‘감세정책’ 조목조목 뜯어보기

“세금은 많은 게 좋은가, 적은 게 좋은가?”
언뜻 보기엔 물을 것도 없는 질문이다. 납세자 입장에선 세금을 적게 내는 게 나을 것이다. 2008년의 경우 우리 국민은 1년 중 3월 말까지 버는 돈을 모두 세금으로 내야 한다. 소득의 약 4분의 1이 세금이란 얘기다. 이 돈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면 자연히 씀씀이가 커져 경기도 살아날 것 같다. 그런데, 말을 바꿔서 생각해 보자. “세금을 적게 내는 것이 바람직한가, 아니면 세금을 많이 낸 후 정부가 이 돈으로 경기를 부양시키는 것이 좋겠는가?” 세금이 줄어도 개인 한 사람 한 사람 입장에서는 이 돈이 크지 않을 수 있다. 말 그대로 흐지부지 사라져 버리는 돈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돈을 모아서 정부가 경기를 살리는 데 나선다면? 더 나아가서 정부가 미래성장 동력을 위해 투자한다면?
엄청난 금융시장 혼란 때문에 관심사에서 벗어난 느낌이 있지만, 사실 9월 초에는 상당히 논란이 될 만한 큰 정책이 펼쳐졌다. ‘감세정책’이다. 현 정부 임기 내에 소득세, 법인세, 부동산세 등 총 21조 원의 세금을 줄여 주겠다는 정책이다. 사실 경기를 띄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정부가 지출을 많이 하든지, 이자율을 낮추든지, 세금을 덜 걷든지, 그것도 아니면 걷어 들인 세금을 환급이란 이름으로 돌려주는 방법 등 정책 수단은 여러 가지다. 궁극적으로는 모두 시중에 돈을 풀어놓기 위한 수단이다.

정부가 지출을 많이 하는 것은 정부가 돈을 써서 시중에 내보낸다는 것이고, 이자율을 낮추는 것은 기업이나 일반인이 돈을 쉽게 빌려서 시중에 유통될 수 있게 하는 것이고, 세금을 덜 걷는 것은 이미 돌아다니고 있는 돈을 정부가 빨아들이지 않는 것이고, 세금을 돌려주는 것은 말 그대로 돈을 푸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런 비슷한 정책 수단을 가지고 논란도 벌이고 어떤 정책 수단을 쓸지 고민하게 될까? 사실은 같은 돈을 푸는 수단이라도 그 진행과정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는 이념적인 부분과 겹쳐 있기 때문에 정치적인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특히 정부가 세금을 더 걷어서 경제를 살리는 데 활용할지, 아니면 세금을 줄여서 민간인의 소비를 늘리거나 기업 투자를 늘릴지는 대단히 첨예한 대립이 벌어진다. 이런 얘기는 사실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 미국이 1929년 시작된 엄청난 불황인 ‘대공황’을 벗어나게 된 것은 이른바 ‘뉴딜정책’이라고 불리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출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통설이다. 당시까지는 정부가 경제에 간섭을 하지 않는 이른바 자유방임주의 경제정책이 일반적이었다. 한데 대공황을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활동으로 극복해 내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경제를 움직이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굳어졌다.

정부가 재정을 풀기 위해서는 당연히 세금을 많이 걷어야 한다. 또 정부가 일을 많이 일으키려면 큰 정부조직이 필요하다. 정부가 재정을 풀어 경기를 부양할 때는 보통 복지를 강화하면서 사회적인 안정을 이끌어 내는데, 이렇게 정부가 세금을 걷어 사회적 약자에게 혜택을 주면서 대체적으로 ‘분배우선’의 정책을 쓰게 된다.


뉴딜정책과 레이거노믹스의 장단점

이런 정책의 원조 격인 뉴딜정책을 폈던 루스벨트 정부는 “부유한 사람들을 더욱 부유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풍요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진보의 기준”이라고 했다.

그런데, 일단 안정을 찾았던 미국과 세계 경제는 1970년대에 들어오면서 다시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았는데, 그것이 불황 속의 물가 상승을 뜻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었다. 정부가 지출하면 물가만 오르고 경기는 살아나지 않는 현상이 지속됐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나타난 것이 ‘감세정책’과 ‘작은 정부’를 기본으로 하는 ‘레이거노믹스’다. ‘레이거노믹스’는 1980년대 미국 대통령 ‘레이건’과 ‘이코노믹스’를 결합한 말. 레이건 정부는 세금을 많이 걷어서 정부가 재정지출을 많이 늘려 봤자 정부 재정적자만 늘어나고, 정부가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면 이것이 금리를 올리는 작용을 해서 오히려 민간 경제를 침체시킨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정부가 지나치게 일을 많이 하면 민간이 할 일이 없어지고, 이것이 경제의 활성화를 막는다는 것이다.

세금을 줄이려면 정부 씀씀이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정부조직도 줄여야 하고, 세금으로 걷지 않은 국민이나 기업들의 돈이 투자로 연결되려면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 레이건 정부는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을 70%에서 28%로, 법인세율도 48%에서 34%로 대폭 낮췄다. 세율을 낮추면 경기가 살아나면서 오히려 몇 년 후에는 세수가 늘어날 것이란 주장이었다. 사실 감세로 인해 소비가 늘긴 했지만 단기적으론 기대했던 만큼 경기부양이나 세수증가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세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국방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재정적자와 정부부채는 증가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레이건 행정부 감세정책은 1990년대 미국 경제 호황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이런 미국의 상황을 돌아보면, 몇 년 동안의 우리 상황은 과거 미국의 상황을 축소 복사해 놓은 것과 상당히 비슷하다. 전 정권 때는 사회복지를 중요시하고 ‘큰 정부’를 피하려 하지 않았다. 이에 반발해 나온 신정권이 ‘기업 프렌들리’를 강조하면서 규제를 줄이고, 감세를 주장하고 나온 것은 좋은 대조를 이룬다. 물론 감세정책은 당시에도 그랬듯이 많은 단점이 있다.

일단 감세할 경우 가장 큰 이득을 얻는 사람은 재산가와 대기업이다. 소득이 적은 사람은 세금도 적고, 그만큼 감세 혜택도 적다. 투자를 활성화하려면 돈이 있는 사람들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긴 한데, 양극화를 부채질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정치적으론 부담이 된다. 당연히 ‘상위 몇%’의 부자들보다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둘째로 감세와 함께 정부의 씀씀이를 줄이지 않으면 국가 부채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정부조직 축소와 공기업 민영화에 따른 ‘작은 정부’가 필요한데, 규제완화를 포함한 이런 정책은 말하자면 한 세트로 실행해야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현 정부의 감세 정책에 대한 비판도 규제완화와 작은 정부 전제 없이 실행하는 감세가 재정만 나쁘게 할 수 있다는 점과, 감세 폭이 너무 작아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점을 든다.

정부 정책이 이렇게 나오기 시작한다면 일반인은 뭘 할 수 있을까. 일단 주식투자자라면 감세가 소비를 늘려 내수 경기 호전을 노리고 하는 정책이므로 신용카드를 필두로 한 내수 관련주를 주목할 수 있겠지만, 워낙 세계 경기 상황과 주식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권장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또 ‘다음 정권 때에야 효과가 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대로 애초에 감세정책이 단기적으로 효과를 거두기도 힘들다. 차라리 덜 내게 된 세금으로 약간이나마 생긴 여유를 잘 관리하는 것이 나은 방법이 아닌가 싶다.

‘어느 날 보니 어디 썼는지 모르게 없어졌다’면 정부의 의도대로 소비를 늘리는 데는 공헌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개인으로 봐서는 낭패가 될 것이니 말이다. 또 그게 불황기의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 2008년 10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