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 투자가에게서 배우는 성공투자법 | 분산투자 vs 집중투자

개인투자자는 ‘5개 안팎 종목 택해 집중 공략하라’

분산투자가 좋을까 집중투자가 좋을까. 집중이냐 분산이냐 하는 문제는 사실 월가조차 해결하지 못한 딜레마다. 월가 고수들마다 의견이 엇갈린다. 분산투자는 오랫동안 투자의 정석으로 받아들여졌다. ‘달걀은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을 남긴 제임스 토빈(예일대 교수) 이후 이 논리는 일반화됐다. 하나에 모든 걸 거는 건 그만큼 위험해서다.

반면 일각에선 분산투자 무용론도 힘을 얻는다. 특히 실전투자자 그룹에서 두드러지는 게 집중투자의 효과다. 집중투자의 효율성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건 워런 버핏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를 집중투자자(Focus Investor)로 규정할 만큼 소수종목에 거액을 배팅하는 걸로 유명하다. 달걀을 닭으로 키우자면 가능성 있는 몇 개의 달걀에만 모든 공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애지중지 관리해야 한다는 논리다.

다만 이 둘엔 공통점이 있다. 분산투자든 집중투자든 이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전제된다는 사실이다. 주지하듯 월가 고수들은 모두 당대 최고의 펀드매니저와 투자자들이다. 분산투자 땐 확실한 손절기준을 적용하고, 집중투자 땐 빼어난 종목선정 원칙을 갖고 있다. 특히 분산투자에는 집중투자 때보다 더 많은 고도의 노하우와 테크닉이 필요하다. 때문에 아마추어라면 집중투자로 시작해 점차 분산투자로 전략의 축을 옮겨 가는 게 바람직하다. 왜 집중투자가 분산투자보다 먼저이고, 또 유리한지 월가 고수들의 조언을 구체적으로 들어 보자.

집중투자의 상징적 인물은 워런 버핏이다. 그는 시장평균 수익률을 뛰어넘는 방법으로 저가매수, 수수료 절약, 재투자와 함께 집중투자를 든다. 분산투자는 비록 안전할진 몰라도 수익률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개인투자자라면 가능한 최소한의 종목보유가 좋다”고 한다. 성장잠재력을 갖춘 주식 8~12개를 고르면 충분하다는 게 그의 입장. 그는 “기업분석을 잘해 저평가 종목을 충분히 싼값에 샀다면 그 자체로 분산투자만큼 위험관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집중투자는 가치투자와 함께 버핏의 2대 투자원칙 중 하나다. 그는 늘 “잘 아는 몇몇 우량주를 오래 보유하는 게 잘 모르는 많은 주식을 자주 매매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지론을 강조한다. 그렇다고 ‘몰빵’은 없다. 매수할 주식 후보군이 10종목이라면 자금을 10%씩 나눈 뒤 수시로 조절한다. 탈락시킨 종목의 투자자금을 생존종목으로 넘겨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가장 큰 액수가 할당되도록 조정한다. 그가 운영하는 버크셔 헤더웨이의 포트폴리오를 보자. 이 회사의 주식투자 규모는 미국의 주식펀드 중 7번째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피델리티나 마젤란펀드와 맞먹지만 포트폴리오 전략은 이들과 다르다. 대부분 대형펀드는 100개 이상 종목을 보유하게 마련인데 버크셔 헤더웨이는 30개 남짓에 불과하다. 투자자금의 80%는 소비재와 금융업종, 단 두 섹트에 집중된다.

‘CANSLIM’모델로 최고의 주식을 찾는 법을 소개한 윌리엄 오닐도 버핏과 비슷한 생각이다. 그는 “분산투자는 좋지만 너무 과도해서는 안 된다”며 “제대로 고른 소수의 종목에 집중하고, 각 종목을 얼마나 보유할지는 시장상황에 따르라”고 강조한다. 그의 코멘트다.

“많은 투자자가 지나치게 분산투자를 해요. 최고의 실적은 집중에서 나옵니다. 자신이 잘 아는, 그래서 관심을 집중할 수 있는 몇 개의 바구니에만 달걀을 담는 게 좋아요. 보유종목 숫자가 많을수록 나중에 빠져나오기 힘든 법이죠. 2000만~1억 원 정도면 주의 깊게 선정한 4~5개 종목에 한정하는 게 좋아요. 다른 주식을 사고 싶으면 보유 종목 중 가장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과 대체하면 됩니다. 투자금액이 그 이하면 2~3종목으로 더 줄여야겠죠. 바구니엔 늘 항상 좋은 주식들로 채워 둬야 합니다. 꽃밭에 잡초는 필요 없거든요. 사고 싶은 게 생길 때마다 사면 포트폴리오는 잡초만으로 가득할 겁니다.”

이 밖에도 분산투자 대신 집중투자를 선택한 월가 고수는 수두룩하다. 자신만의 박스이론을 만들어 낸 니콜라스 다비스는 실전투자를 통해 집중투자의 효과를 생생하게 경험했다. 그는 “무용공연 때문에 해외에 나갈 때마다 불가피하게 종목숫자를 줄여야 했다”며 “그런데 나중에 이게 더 효과적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냉정한 시각으로 주식을 바라볼 수 있는데다 군중심리로부터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분산투자로 최대한 위험을 컨트롤하라고 주장하는 월가 고수도 있다. 전쟁발발 소식을 듣고 1달러 이하 종목을 104개나 사들여 이 중 수십 개로 10루타를 때린 존 템플턴이 대표적이다. 그는 “보유종목 숫자는 많을수록 안심된다”며 “제 아무리 철저히 분석한 후 샀어도 결코 앞날을 예견할 수 없기 때문에 분산투자는 필수”라고 말한다. 이때 종목분산은 물론 산업과 상품, 국가별로 자금을 나눌 필요가 있다. 다만 “분산투자는 정밀조사 등 힘든 작업이 수반되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과제”라고 덧붙인다.

뱅가드펀드를 만들어 낸 존 보글도 분산투자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위험을 극도로 싫어했다. 오죽하면 시장변동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모든 업종의 주식을 사라고까지 했을까. 이른바 ‘효율적 투자선’을 확보하자면 자국뿐 아니라 해외증시에까지 분산투자하라고 했다. 성장ㆍ가치주를 섞는 건 물론 헤지펀드, 엔젤펀드, 부동산 등에까지 자산배분 폭을 넓히라고 권한다. 뱅가드펀드가 매년 90% 이상의 편입종목을 변경할 만큼 종목교체에 열심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폭넓은 분산투자로 리스크를 최소화할 뿐만 아니라 특정종목에 대한 위험노출을 줄일 것”을 조언한다.

가치투자의 창시자인 벤저민 그레이엄 역시 항상 분산투자를 강조했다. 이는 제자인 워런 버핏이 집중투자를 중시하는 것과 구별된다. “공격적인 투자자라 해도 분산투자는 필수예요. 채권ㆍ주식을 섞는 건 물론, 전환사채 등 신종상품도 적극적으로 고려하세요. 인덱스펀드도 훌륭한 대안입니다. 심리ㆍ경제적으로 투자자 부담을 들어주는 정액(적립식)매매법도 분산전략 중 하나죠. 주식을 살 땐 늘 10~30개 이상 종목에 자금을 나눠 위험을 관리해야 합니다.”

헤지펀드의 제왕 조지 소로스는 분산투자의 달인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빚을 내 투자하는 레버리지 투자조차 서슴지 않을 정도로 위험을 선호하는 소로스지만, 포트폴리오만큼은 위험과 수익을 적절히 배분해 관리한다. 그가 운용하는 퀀텀펀드는 세 가지 자본 축을 기초로 투자한다. 주식ㆍ금리ㆍ외환 등이다. 여기에 일반상품과 산업에 투자하는 4~5번째 축까지 왕왕 추가된다. 퀀텀펀드 자체가 완벽한 분산투자의 전형인 셈이다. 윈저펀드를 만든 존 네프도 “넓게 보면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라”고 강조한다. 소형주 투자의 대가인 랄프 웬저는 “일단 주식을 하기로 했다면 시각은 세계를 무대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며 “좋은 기업이라면 국적에 관계없이 투자하라”고 했다. 글로벌 주식편입이 분산투자 차원에서도 좋을뿐더러 그 자체가 훌륭한 투자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분산투자든 집중투자든 일장일단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아마추어라면 분산투자보다는 집중투자가 자주 권유된다. 월가의 대표적인 분산투자자로 분류되는 피터 린치조차 개인투자자에겐 오히려 집중투자를 권유한다. “많은 자금을 운용해야 하는 펀드라면 분산투자가 불가피하지만 개인투자자는 집중투자가 훨씬 효과적”이라는 이유. 다만 집중투자엔 전제조건이 있다. 잘 아는 좋은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 만의 하나를 위해 손절기준을 강화하는 게 좋다. 종목선정에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 손실을 최소화하는 손절기준을 정하고 지켜야 한다. 그렇다고 집중투자가 ‘몰빵’은 아니다. 버핏처럼 10%씩 10종목에 투자한 뒤 보유종목은 줄이면서 배분비율은 늘리는 식이 좋다. 궁극적으로 관리할 종목은 5개 안팎으로 묶는 게 바람직하다. 될성부른 떡잎에 가장 많은 금액을 넣자는 얘기다.

일러스트 : 배진성
  • 2008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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