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이 함께 쓰는 가계부 ④ 당당한 삶을 배우는 용돈 교육

아이에게 용돈을 주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하나 생겼다. 예진이 친구 중 부모로부터 넉넉하게 용돈을 받는 친구가 있었는데, 예진이는 아무래도 자신보다 용돈이 풍족한 친구 때문에 자주 상처를 받았나 보다. 용돈 훈련을 하면서 우리 아이가 이런 상처를 받게 될까 두려워 금방 포기하는 부모도 있는데, 내게도 솔직히 그런 두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었다.


“엄마, 같이 다니다 보면 지연이가 자꾸 이것저것 사주거든. 어제는 지연이가 학교 끝나고 오면서 햄버거 사먹자 그러는데 안 된다고 했더니 너는 왜 돈이 그렇게 없냐고 화를 냈어.”

“그랬어? 그래서 울었니?”

“응, 조금. 그리고 좀 싸웠어.”

“그랬구나. 예진이 생각에 용돈이 적다고 생각하니? 네 용돈은 엄마하고 예진이가 함께 정한 건데, 딱 적당하다고 생각하는데.”

“용돈이 적은 건 아닌데 지연이가 돈이 많잖아. 지연이에 비하면 적어.”

“그럼 예진이는 돈이 적당히 있고 지연이는 돈이 많은 거네. 엄마 생각에는 지연이가 돈이 많은 것은 부러운 거라기보다 좀 걱정되는 일인데, 예진이 생각은 어때?”

“돈이 많은 게 왜 걱정돼?”

“돈을 너무 많이 쓰게 되잖아. 돈을 너무 많이 쓰면 돈이 자꾸 줄어드니까 지연이 엄마 아빠 돈도 자꾸 줄어들고, 정작 나중에 돈이 많이 필요할 때 돈이 없어 못쓰게 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지연이 엄마 아빠는 돈이 많대. 그래서 지연이가 많이 써도 괜찮은가 봐.”

“돈을 함부로 써도 괜찮을 만큼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은 세상에 별로 없어. 돈은 지금 얼마를 갖고 있느냐보다 그 돈을 얼마나 잘 쓰고 잘 보관하느냐가 중요하거든. 쓰고 싶을 때마다 참지 않고 돈을 쓰면 그것이 버릇이 되고, 그러면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아 돈이 자꾸 줄어들게 되지. 그럼 언젠가는 돈이 완전히 떨어져서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야 하거나 아니면 돈을 쓸 수 없게 될 수도 있어. 그래서 돈이 적어서 안 쓰는 것이 아니고 돈을 꼭 필요한 데에만 쓰는 연습이 필요하거든.”

“그렇긴 한데, 그렇게 생각해 봐도 자꾸 창피해.”

“예진아, 연예인이나 유명한 사람들이 자신이 다니지도 않은 학교를 다녔다고 거짓말해서 혼난 거 잘 알지?”

“응, 근데 그 사람들은 왜 거짓말을 해?”

“바로 예진이가 돈을 적게 써서 친구들에게 창피한 마음이 드는 것하고 똑같은 마음 때문이야. 그러니까 예진이가 돈을 적당히 가지고 제대로 쓰고 있는 데도 괜히 창피한 느낌을 받잖아. 그 사람들도 마찬가지야. 좋은 학교 나오지 않았다고 괜히 창피해하는 거지. 그래서 거짓말을 한 거야.”

“그럼 어떡하지? 나도 돈을 많이 쓰고 싶은 건 아닌데, 자꾸 지연이랑 싸우니까.”

“지연이에게 용돈에 대해 찬찬히 이야기해 줘. 그리고 같이 있을 때 지연이가 돈을 많이 쓰면 미안하니까 적게 쓰자고 이야기해 봐.”


언젠가 우리 예진이도 어른이 될 것이다. 예진이가 주변과 자신을 비교하며 본질적 가치가 아닌 겉으로 드러나는 것 때문에 기죽기도 하고 허세 부리기도 하는 성인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보다는 언제나 자신의 가치에 당당하면서 어떤 편견이나 장애도 잘 극복해 성공적이고 행복한 미래를 살아가길 바란다. 그러려면 작은 편견부터 이겨내는 자신감과 내적 안정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용돈 쓰기에서부터 원칙을 지키는 과정을 잘 연습하면서 훌륭한 성인으로 자라날 것을 믿는다. 나의 역할은 이 과정에서 아이를 격려하고 칭찬하고 믿어 주는 일일 것이다. 부끄러워할 필요 없는 것에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통제하는 능력은 대단히 중요하다. 주위의 분위기와 시류에 휩쓸려 정작 자신의 본원적 가치를 상실하기 쉬운 세상살이에서 내 아이가 언제나 당당하게 살길 바란다.
글쓴이 제윤경님은 《아버지의 가계부》, 《불행한 재테크 행복한 재무설계》, 《부자들의 행복한 가계부》 등의 저자이며 현재는 어린이 경제교육을 하는 (주)에듀머니 대표로 있다.
  • 2008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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