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 로우 프라이스는 증권가의 투자 스승으로 자리매김한 벤저민 그레이엄과 쌍벽을 이루는 인물이다. 그레이엄이 가치주로 떴다면 프라이스는 성장주로 입신양명했다. ‘성장주 투자의 개척자’로 불리는 그는 필립 피셔와 함께 현역 시절 성장주 장기투자의 파워를 유감없이 증명해 냈다. 굳이 따지면 연배가 높은 프라이스가 일찌감치 성장주에 눈을 뜬 뒤 이를 현실로 체화했다면 피셔는 그의 바통을 넘겨받아 완성도를 높였다고 할 수 있다. 사후 2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1990년대 이후 IT로 상징되는 신경제업종이 두각을 보였을 땐 “죽은 프라이스가 살아 있는 월가를 지배한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티 로우 프라이스는 증권가의 투자 스승으로 자리매김한 벤저민 그레이엄과 쌍벽을 이루는 인물이다. 그레이엄이 가치주로 떴다면 프라이스는 성장주로 입신양명했다. ‘성장주 투자의 개척자’로 불리는 그는 필립 피셔와 함께 현역 시절 성장주 장기투자의 파워를 유감없이 증명해 냈다. 굳이 따지면 연배가 높은 프라이스가 일찌감치 성장주에 눈을 뜬 뒤 이를 현실로 체화했다면 피셔는 그의 바통을 넘겨받아 완성도를 높였다고 할 수 있다. 사후 2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1990년대 이후 IT로 상징되는 신경제업종이 두각을 보였을 땐 “죽은 프라이스가 살아 있는 월가를 지배한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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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투자가들 | 시대 흐름 앞서 읽은 성장주 투자가 티 로우 프라이스(T. Rowe Price)

티 로우 프라이스는 증권가의 투자 스승으로 자리매김한 벤저민 그레이엄과 쌍벽을 이루는 인물이다. 그레이엄이 가치주로 떴다면 프라이스는 성장주로 입신양명했다. ‘성장주 투자의 개척자’로 불리는 그는 필립 피셔와 함께 현역 시절 성장주 장기투자의 파워를 유감없이 증명해 냈다. 굳이 따지면 연배가 높은 프라이스가 일찌감치 성장주에 눈을 뜬 뒤 이를 현실로 체화했다면 피셔는 그의 바통을 넘겨받아 완성도를 높였다고 할 수 있다. 사후 2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1990년대 이후 IT로 상징되는 신경제업종이 두각을 보였을 땐 “죽은 프라이스가 살아 있는 월가를 지배한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프라이스는 월가가 자랑하는 1세대 펀드 매니저의 대표주자다. 1898년에 태어났으니 월가 고수 중 최고참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비교적 장수한 끝에 1983년 사망했는데, 월가 시절에만 수차례 천장과 바닥을 오가는 증시부침을 경험했다. 피로 물든 월가로 표현되는 1929년 대공황은 물론, 어떤 주식이든 값이 뛰던 1970년대 초반 ‘Nifty Fifty’시대까지 지켜봤다. 그는 메릴랜드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스와스모어에서 화학을 전공했다. 의사인 부친 덕분에 유년 및 청년 시절은 윤택했다. 1935년 ‘T. Rowe Price Associates’를 설립했고, 여세를 몰아 1950년엔 뮤추얼펀드를 만들어 행보를 넓혔다. 이 회사는 현재(2007년 3월) 자산규모가 3500억 달러로 세계 랭킹 50위권에 든다. 그는 수수료 없는 펀드를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고객을 위하면 반드시 보답이 돌아올 것”이란 믿음을 지킨 결과다. 지금도 이 회사는 90개 이상의 수수료 없는 펀드를 운용 중이다.

프라이스는 월가의 수많은 주식 전문가 중 단연 최고의 장기투자자다. 투자호흡이 길기로 그를 따라갈 사람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그 역시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고성장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게 가장 낫다”고 봤다. 끈질긴 인내심과 함께 상황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은 그의 트레이드마크. 종목선정은 쉽게 했다. 일상생활 주변에서 투자종목을 찾고 상식적으로 접근하라고 강조한다. 오직 “계속 성장할 것 같은 기업을 어떻게 골라낼까”가 관건일 뿐이다.

그의 성격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외부에선 ‘겸손한 프로’로 보지만, 조직 내부에선 ‘까칠한 외톨이 CEO’란 혹평이 적잖다. 성격이 급한데다 자기중심적인 업무 스타일에 고집이 셌다. 자신의 지시를 고분고분 따르지 않는 직원과는 말도 하지 않으려 했다. 물론 투자자로서 그는 단점보다 장점이 많았다. 뒤에서 그를 헐뜯던 직원들조차 “놀라울 정도로 재능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인정할 정도. 무엇보다 그는 정확했다. 생활도 주식투자도 모두 계획대로 움직였다. 가령 10달러에 산 뒤 20달러에 팔겠다고 했으면 정확히 그때 내다팔았다. 제아무리 시장전망이 40달러, 80달러로 낙관적이어도 반드시 계획대로 처분했다. 매수 때도 마찬가지였다.


1960년대 말 신시대 종목 투자로 방향 전환

그는 늘 새롭게 일 벌이는 걸 좋아했다. 다만 싫증도 그만큼 잘 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성장주 펀드가 성공하자 곧 ‘뉴 호라이즌 펀드’를 만드는 데 빠져들었고, 이 펀드가 설립되자 곧바로 ‘뉴 에어 펀드’라는 신규 펀드를 만들었다. 사후 그를 둘러싼 평가 역시 엇갈린다. 이율배반적인 행위 때문이다. 그는 회사를 설립한 뒤부터 1960년대 말 경영권을 넘길 때까지 오직 ‘성장주 투자’에만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회사를 넘긴 뒤 그는 변했다. ‘프라이스 투자법’이라 불리던 자신의 성장주 투자전략에 과감히 메스를 댔다. 그는 “이젠 투자방침을 전환해야 할 때”라며 다른 투자기법을 소개했으니, 남은 사람 입장에선 뒤통수를 맞은 것이나 같았다. 이른바 ‘신시대 종목’의 소개였다.

물론 종목을 골라내는 기준이 달라진 건 아니다. 다만 고평가된 성장주들이 대거 늘어나면서 살 만한 매수종목이 급감했다는 게 방향 선회의 주된 이유였다. 실제로 배당금과 주가상승분을 합한 기대수익이 10년에 두 배는 늘어야 살 만한데, 1960년대 후반부터 이 기준에 맞는 종목이 크게 줄기 시작했다. 때문에 비싸게 샀는데 성장세가 멈추거나 악재가 나오면 수익은커녕 손실까지 가능한 상황이 펼쳐졌다. 이후 월가의 눈은 프라이스의 새로운 투자대상인 ‘신시대 종목’에 쏠렸다. 30년 이상 고집스레 지켜오던 ‘프라이스 종목’을 대체할 투자대상이란 점에서 관심이 높았다. 그가 신천지를 향해 눈을 돌린 데 비해 그의 후임자들은 성장주에만 매달려 손실을 봤다. 1974년부터 성장주가 폭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신시대 종목은 인플레에 강한 실물자산이 대부분이다. 부동산이나 금, 은, 천연자원 등이다. 그 역시 회사 매각자금으로 받은 230만 달러를 여기에 투자했다. 특히 금 비중이 높았다. 예측은 맞아떨어졌고, 이후 10년 이상 이들 자산은 상당한 수익을 냈다. 그는 신시대 투자대상을 셋으로 나눴다. 우선 라이프스타일의 초기단계에 있는 ‘미래성장주’다. 다음은 업력이 길고 업황도 성숙돼 상대적으로 급성장 가능성은 낮지만, 주가가 적정가격보다 낮은 ‘완숙성장주’다. 마지막은 금이나 은 등 천연자원 관련주인 ‘자산관리주’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성장주의 개념 차이다. 그는 성장지향적인 기업이라도 철저히 내재가치와 비교해 쌀 때만 매수했다. 하지만 후계자들은 미래성장성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비싸더라도 과감히 사는 것으로 오해했다. 이 둘의 차이는 거품 붕괴 후 여실히 증명됐다.

프라이스의 성장주는 5가지 조건으로 압축된다. ① 상품개발력이 뛰어나고 시장개척에 우수한 기업 ② 시장경쟁이 덜 치열한 기업 ③ 정부규제를 덜 받는 기업 ④ 인건비 총액은 낮지만 1인당 임금 수준은 높은 기업 ⑤ 매출액이익률과 주당이익이 급증하면서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00%를 넘는 기업 등이다. 물론 이 5가지 기준을 아우르는 최종조건은 지속적인 성장업종에 속하며 그중에서 가장 장래성이 유망한 회사란 카테고리다. 특히 그는 지금의 성장성이 향후 유지될 것이냐에 초점을 맞췄다. 우수한 경영자, 뛰어난 R&D 능력, 특허, 탄탄한 재무구조, 좋은 공장입지 등이 관련 체크사항이다. 다만 사람의 능력보다는 사업모델에 높은 점수를 줬다. 반면 성장주 타이틀을 떼야 할 때의 징후도 제시한다. 경쟁격화, 시장포화, 새로운 법적규제, 비용증가, 특허기한 만료 및 경쟁사 신제품 출시, 무능한 경영진으로의 교체 등이다. 이것들은 모두 매출구조 악화로 직결된다. 특히 ROE가 감소한다는 건 기업이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돌입했다는 신호라고 내다봤다.

독불장군으로 불리던 그이지만 매수전략에선 철저히 시장과 타협했다. 몇 차례에 걸친 시장타진을 통해 분할 매수함으로써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신중함을 보였다. 매수 때 목표주가를 나름대로 정한 뒤 매입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나눠 조금씩 사들였다. 그의 투자전략을 따르려면 미래 트렌드를 포착ㆍ편승하는 능력이 필수다. 강조하건대 그는 성장주 투자의 대가다. 성장주란 생활밀착ㆍ중후장대의 가치주와 달리 IT로 대표되는 미래지향적 신기술을 의미한다. 따라서 향후의 성장산업을 파악하고, 그 안에서도 가장 빨리 커나갈 수 있는 핵심대장주를 찾는 게 관건이다. 트렌드 포착과 함께 뛰어난 분석능력을 키워야 하는 이유다. 그는 “어느 한 시대가 가면 과거의 인기주가 사라지는 건 당연하다”며 “이 흐름을 일찍 깨달아야 새로운 투자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시대변화를 앞서 예측하라는 메시지다. 인내력도 그가 강조하는 성공투자자의 습관이다. 부침에 흔들림 없이 버틸 수 있어야 배부르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역시 엄청난 자제력 덕분에 고수반열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그는 “장래의 수익성과 잠재력이 여전하고 훌륭한 경영진이 내부에 있다면 인내와 절제를 갖고 계속 보유하는 게 낫다”며 “다수의 흐름에 역행해 폭풍우 같은 위력에 항거하면서 평안한 마음으로 투자하라”고 말했다.



▣ 티 로우 프라이스의 10대 투자 원칙

① 장기간 꾸준히 높게 성장하는 기업에 투자하라
② 성장력만 확실하면 웃돈을 주고서라도 매입하라
③ 살 때부터 매도조건 세우고 철저히 실천하라
④ 좋은 투자성과를 내려면 주식에 미쳐라
⑤ 고집보다는 유연한 자세로 상황에 대처하라
⑥ 부동산은 물론 금,ㆍ은,ㆍ곡물 등 원자재도 챙겨 보라
⑦ 성장주라 해도 싸게 사는 게 먼저다
⑧ 경쟁과 규제가 적은 업종ㆍ회사에 관심을 가져라
⑨ CEO의 능력보다는 사업모델의 성장여부에 집중하라
⑩ 돌다리도 두드려 보듯 분할매매로 리스크를 줄여라

일러스트 : 배진성
  • 2008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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