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pick

magazine 인기기사

topp 인기기사

daily 인기기사

엄마와 딸이 함께 쓰는 가계부 ② 힘든데 어떻게 감사해?

아침에 눈을 떠 식탁에 앉아 있는데 딸아이가 내 얼굴을 찬찬히 살핀다.

“예진이 왜? 엄마 얼굴에 뭐 묻었니?”

아이는 천진한 눈에 걱정이 담긴 표정으로 다소 쑥스러운 듯 묻는다.

“아니, 엄마 얼굴이 많이 부어서. 오늘은 엄마가 잠이 안 깨나 보네.”

전날 장시간 교육이 있었던 탓으로 얼굴이 부었던 모양이다.

“그게 아니고 엄마 어제 말이야, 6시간이나 서서 교육했다. 그랬더니 다리도 아프고, 목도 따갑고 좀 많이 힘들어서 평소보다 늦잠을 잤더니 얼굴이 부었나 봐. 많이 부었어?”

“아니, 그냥 좀 부었어. 근데 정말 그렇게 오래 서서 일해? 우리 엄마 불쌍하다.”


나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딸아이에게 자주 이야기하는 편이다. 회사에서 속상했던 일이나 기뻤던 일을 아이가 이해하는 차원에서 들려주는 편이다. 어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 복잡하고 어려운 점이 많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돈 버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돈을 소중히 다룰 수 있도록 한다.

가끔은 아이가 엄마 이야기를 듣고 겁을 먹을 때도 있다. 어느 날인가는 “어른이 되면 엄마, 아빠처럼 힘들게 일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어른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름대로 돈의 가치를 느끼고 엄마, 아빠의 고달픈 일상을 이해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것인데 너무 지나쳤던 모양이다.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들면서 머리가 복잡해졌다.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얘기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정도만으로도 아이는 어른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된 것이다. 엎질러진 물 주워 담는 격으로 “그래도 사는 것이 즐겁다”고 이야기하면 아이가 혼란스러워할 게 뻔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아이가 성장에 대한 두려움을 품고 자랄 것 같아 난감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딸아이의 어려운 질문에 답할 묘안을 찾아 이야기해 줄 수 있었다.

“엄마, 아빠는 그렇게 힘든데 돈을 벌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하는 거야?”

“돈을 버는 건 분명히 어렵고, 몸을 아프게 하기도 해. 사장님처럼 엄마 아빠보다 일을 더 잘하는 사람에게 싫은 소리도 들어야 하니까 억울한 점도 분명 있지. 그런데 그렇다고 꼭 싫은 것만은 아니야. 오히려 엄마, 아빠는 그렇게 힘든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감사하거든.”

예진이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힘든데 어떻게 감사해?”

나는 힘들기 때문에 더욱 감사하고 값지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답을 주기로 했다.

“예진이가 아기 때는 하루 종일 누워만 있어서 엄마가 시간 맞춰 젖도 먹여 줘야 하고 기저귀도 자주 갈아 줘야 했거든. 엄마는 아가 낳느라 몸도 많이 아팠는데 계속 우는 너를 안고 몇 시간씩 서 있기도 했지. 그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건데. 그렇지만 그게 엄마에게 싫은 일은 아니었어. 그건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너무나 소중한 아가를 키우는 엄마로서는 대단히 감사한 일이었지. 엄마, 아빠가 힘들게 돈을 벌면서도 감사하는 것은 소중한 우리 가족들 건강을 위해 먹을 것도 사고 옷도 사고 집도 살 수 있기 때문이야. 우리 가족이 행복하게 살 수 있으니까 얼마나 감사한 일이니?”

“그치만 이왕이면 힘들지 않고 돈 벌 수 있으면 좋잖아.”

“너도 학교에서 시험을 잘 보려면 힘들게 공부해야 하지? 힘든 과정이 없으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가 없단다. 소중한 것들은 어렵고 힘들게 얻어지는 법이란다.”

어렵고 힘들게 번 돈의 가치가 더욱 빛난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은 중요하다. 어렵고 힘들게 버는 돈이 더욱 가치 있는 것이고 소중한 것임을 어릴 적부터 알게 하는 것은 돈과 노력에 대한 긍정적인 마인드를 형성시켜 주고, 성취감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인내하는 아이로 자라게 한다.

“엄마, 난 엄마가 주는 용돈 아주 적게 쓸 거야. 지난 주 내 가계부에도 돈 쓴 거 별로 없었잖아. 정말 꼭 필요한 데만, 꼭 하고 싶은 것에만 돈을 쓸 거야.”

어렵게 번 돈, 소중하게 다루어야 함을 이만하면 괜찮게 가르친 것 아닐까.
글쓴이 제윤경님은 《아버지의 가계부》, 《불행한 재테크 행복한 재무설계》, 《부자들의 행복한 가계부》 등의 저자이며 현재는 어린이 경제교육을 하는 (주)에듀머니 대표로 있다.
  • 2007년 12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