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경제 이야기 | 주가 상승이 가져오는 부의 효과

꽤 오래전의 TV광고 얘긴데, 양복 차림의 한 남성이 신문을 보더니 ‘상종가’라고 의기양양한 표정이 되고, 그 후에 동료들과 술집에서 회식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확실히 예전엔 주가가 오르면 술 한턱 내는 사람이 많았고, 한때는 이렇게 주가 상승으로 기분을 내는 사람이 많다 보니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오늘은 주가가 올랐으니 기분 좋아서 한잔 사고, 또 그 다음날 주가가 떨어지면 울적해서 한잔 산다고 했는데, 실제로 주식은 팔아서 이익이 확정되지 않는 한 ‘평가액’에 불과하다. 성급하게 샴페인을 터뜨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지적이 오랫동안 나왔다.

다소 시간이 지난 얘기지만 다시 끄집어내 보는 이유는 주식이란 것이 오래전부터 ‘소비’와 관련이 깊었다는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주가는 지난 7월, 오래전부터 꿈의 지수라고 불리던 ‘2000’을 넘어섰다. 그 후 다시 급전직하해서 급락세를 걷기는 했지만,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주가지수 ‘1138.75’라는 벽을 10년 10개월 동안이나 넘지 못해서 고민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동안 주식이건 펀드건 투자한 사람들은 현재로선 크거나 작거나 거의 이득을 봤다는 얘기다. 설령 주가가 당분간 조정을 거친다고 해도 수익률이 좀 낮아질 뿐이지, 돈이 생겼다는 데는 크게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동안 이렇게 주가가 오른 경우에는 소비가 늘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것을 ‘부(富)의 효과(Wealth Effect)’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면 (자기가 그걸 팔아 손에 쥐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부자가 된 것 같아서 씀씀이가 커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렇게 씀씀이가 커져서 소비가 늘어나면 이것이 경제 호황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부의 효과’다.

예전부터 부동산보다는 주식이 부의 효과가 훨씬 큰 것으로 알려져 왔다. 왜냐하면 부동산의 경우 가격이 많이 오르더라도 일단 팔아서 현실화하기가 쉽지 않다. 한 채 있는 집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이를 팔아 소비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식의 경우 주가가 많이 오르면 이 중 일부만 팔아 소비를 할 수도 있다. 주식은 관련 세금도 부동산에 비해 적다. 보통 남성이 주식투자를 많이 한다는 점을 들어 신사복의 경우 주식시장이 활황일 경우 판매가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주가가 크게 상승한 현재 상황에서는 주식투자로 주머니가 두둑해진 남성 투자자들의 씀씀이를 노리는 사업이 유망하고, 소비가 느니 국내 소비자를 노리는 ‘내수주’가 유망해야 정상이다.

그런데, 의외로 이런 ‘소득 효과’가 2003년 이후 대세 상승에서는 그다지 힘이 없다. 신문에서도 이구동성으로 ‘주가가 올라도 경기는 좋아지지 않는다’고 얘기할 뿐 아니라 수치로도 나타난다. 올 2분기 민간 소비 증가율이 0.8%(전 분기 대비)를 기록해 1분기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수치상으론’ 소비가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는데, 뚜껑을 열어 보니 별로 그렇지도 않았다.

도대체 왜 이렇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선 ‘시차 효과’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증권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가가 1% 올라가면 소비는 그다음 분기에 0.4% 정도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가는 작년 4분기에 4.6% 정도 올라갔지만, 1분기에는 1.3% 올라가는 데 그쳤다. 그러니 올 1분기 주가의 영향을 받을 2분기는 자연히 1분기보다 소비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 이론대로라면 주가가 1400에서 2000까지 거의 논스톱으로 달려간 4~7월의 주가상승 효과는 올가을부터 나타날 것이다.


주식으로 번 돈이 내수로 흘러들어올까?

그렇다고 해서 낙관은 아직 이르다.

우선 예전과 비교해서 우리나라의 주식투자 성격이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주식시장에 투자한다는 것은 거의 다 직접투자였다. 그러나 이젠 다르다. 대부분의 주식시장 투자 자금은 ‘펀드’를 통해, 그것도 ‘적립식’으로 들어가고 있다. 예전에 ‘적금’을 깨기가 부담스러웠던 것처럼 ‘적립식 펀드’를 깨기는 힘들다. ‘적금’ 형식인 만큼, 펀드 자금 역시 목돈을 마련할 때 쓰이는 경우가 많다. 집을 산다든지, 넓혀 가기 위한 돈이 될 경우가 많은데, 일반적으로 이런 돈은 소비에 쓰이는 경우가 적다. 인생의 큰 전략 속에서 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용돈 쓰듯 쓰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이 경우 큰돈은 다시 은행(펀드)에 넣는 것이 일반적이다. 결국 주식시장에서 벌어들인 자금은 소비되기보다는 다시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주가를 받칠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의 증권 전문인들이 주가가 상당히 조정을 받아도(하락해도) 다시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며, 주가가 80포인트씩 폭락해도 개인 자금이 밀려들어오는 것은 이렇게 주식시장에서 벌어들인 돈이 재투자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주식시장에서 벌어들인 ‘부의 효과’를 상쇄하는 것도 있는데, ‘부동산 담보대출 이자’다. 작년 부동산 시장이 폭등할 때 많은 사람이 빚을 얻어 집을 샀다. 더 오르기 전에 사둬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이후 주택 가격은 일단 상승을 멈춘 반면, 대출 이자는 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사람은 이자 상승으로 큰 부담을 겪고 있을 것이다.

주가가 올라서 돈이 생겼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주가는 등락이 있고, 펀드도 마찬가지다. 지속적으로 어느 수준의 수익률이 난다는 보장이 없는 펀드인 만큼 대출 이자를 갚으려면 함부로 찾아 소비하기에는 부담이 된다. 더군다나, IMF 쇼크 이후 우리나라의 퇴직 연령은 이전보다 훨씬 빨라졌다. 노후 대비를 위해 돈을 쓰기보다는 불려 놓는 게 현명하다는 생각이 널리 퍼진 상태고, 이런 상황에서 주가 상승이 소비로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확실히 ‘부의 효과’가 나타나는 분야도 있다. 그것은 굳이 차곡차곡 적금식 펀드 투자로 돈을 모아야 할 필요가 없는 고소득층이다. 이들이야말로 주식시장에서 벌어들인 돈을 ‘소비’로 쏟아 넣을 수 있는 사람들인데, 실제로 이들에 의한 부의 효과는 크다는 분석이다.

물론 이들이 돈을 쏟아 넣는 곳은 일반적인 재래시장이나 슈퍼마켓 같은 곳은 아니다. 이들은 큰 뭉칫돈이 불어난 만큼, 명품을 살 것이고 해외여행을 나가기 시작할 것이다. 물론 젊은 고소득자들은 자녀들의 사교육에 많은 돈을 투자할 것이고, 이 분야는 아직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

그래도 돈이 남으면 고소득의 뭉칫돈은 새로운 투자처를 찾을 것이고, 최근 일어나는 미술품 붐은 과거 일본도 겪었던 주가상승 시대의 대표적인 현상이다. 주식시장에서 크게 튀겨 낸 돈이 미술품으로 흘러들어가며 미술품 가격을 한 번 올려놓으면, 그다음에는 일반 골동품 투자가 유행, 가격이 크게 튀어 오르는 것이 과거 다른 나라의 예였다. 물론 주가가 고공비행을 계속할 경우에만 한정되는 얘기다.
  • 2007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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