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명 깊게 읽은 책| 헤르만 헤세의 ‘페터 카멘친트’

글 마광수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독일 문학은 대체로 관념적이다. 토마스 만, 괴테, 쉴러 등의 명작도 실제로 읽어 보면 통 재미가 없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세계적으로 쉽게 읽히는 글을 쓴 작가가 있으니 바로 헤르만 헤세다. 헤세의 작품을 나는 거의 다 읽어 보았다. 그중 내가 지금도 자주 꺼내 읽는 책이 있다. 그의 처녀작인 <페터 카멘친트>다. 이 책은 남자 주인공의 이름을 제목으로 삼은 소설인데, 처녀작이자 출세작인 만큼 헤세의 사상과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19세기 말의 스위스 시골 마을. 페터 카멘친트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알프스 산의 멋지고 장엄한 풍경 속에서 성장한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교회 목사의 추천으로 학교에 들어가 글을 배우게 되어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고행을 떠나 유럽 이곳저곳을 전전하던 그는 중년에 고향에 돌아와 평범한 주막집 주인으로 일생을 마감한다.

독일 소설에는 성장 소설이 많은데, 이 소설도 성장 소설이다. 주인공의 내적 성장을 따라 전개되는 이 작품의 매력은 줄거리에 있지 않다. 소설 중간 중간에 삽입돼 있는 ‘자연에의 예찬’에 있다.

페터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구름이다. 그래서 구름에 대한 찬양의 글이 수십 쪽에 걸쳐 실려 있다. 구름은 가장 자유로운 방랑자이자 ‘하늘’을 대신하는 ‘신의 섭리’로 그려진다. 페터는 구름처럼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사랑하고, 실연하고, 배우고, 쓰고 하는 것이다.

자연과 점점 떨어져 사는 우리 도시인들에게 이 책은 아늑한 위로를 준다. 거듭거듭 읽어 봐도 늘 감동하게 되는 훈훈한 책이다. ■
글쓴이 마광수님은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문학사상>에 장편 《권태》로 데뷔, 《즐거운 사라》,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로라》 등의 책을 냈다.
  • 2006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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