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봉이 만난 사람| 남궁연이 머리를 빡 빡 깎는 이유

글쓴이 하재봉님은 동아일보 신춘문예, 〈한국문학〉 신인상,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했고 현재는 시인 겸 소설가 겸 문학평론가, 라디오 MC, 텔레비전 연출가로 활동 중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모두 알고 있듯이, 남궁연은 빡빡머리다. 신해철과 함께 외환위기 시절 1년 동안 영국 유학 하면서 10년 동안 번 돈을 모두 까먹으며 남궁연은 컴퓨터 녹음 기술을 배웠다. 1999년 공항에 도착했을 때 그를 보고 어떤 여학생들은 “홍석천이다!”라고 소리치기는 했지만, 그는 우리 시대의 가장 뛰어난 드러머이고 가장 똑똑한 방송인이다.

그는 왜 빡빡머리일까? 내가 그에게 제일 먼저 던진 질문은 그것이었다. 방송에서 튀고 싶다거나, 혹은 머리카락 성분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대답은 불효에 대한 자책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그가 27세 때 직장암(直腸癌)으로 세상을 떠났다. 13만 원만 있었으면 어머니를 정기검진 받게 할 수 있었고, 직장암은 조기발견하면 95% 완치될 수 있기 때문에,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신 것은 자신의 불효 때문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때부터 그는 머리를 빡빡 밀어 버렸다. 그리고 방송국에 갔더니 복도에서 만난 PD가 “스타일 괜찮네, 방송해 볼래?”라고 해서 그는 방송인이 되었다. 어머니는 돌아가시면서도 자식 평생 벌어먹을 것을 마련해 주신 것이라고 그는 믿고 있다.

그의 집안은 장수 집안이다. 어머니는 해평 윤씨, 그의 외조부는 윤보선 대통령의 바로 밑 동생인 윤완선 씨다. 윤보선 대통령도 94세에 돌아가셨다. 그의 이모는 84세다. 어머니도 건강하셨기 때문에 건강검진 받을 생각을 못 했었다. 그의 어머니가 직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 5년 만인 2000년, 아버지도 아무 원인 없이 시름시름 앓다가 돌아가셨다.

그는 2003년 봄 개편 이후 SBS 라디오에서 <남궁연의 고릴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다. 팝이나 가요 같은 음악 전문 프로그램이지만, 생방송으로 전화 연결해서 고민 상담도 하고, 남녀가 나와서 미팅하는 코너도 있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전화로 노래방을 진행하는 코너다. 그에게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세 번째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1997년 SBS 개국할 때 저녁 6시부터 진행하던 남궁연의 <스트레스 제로>가 있었고, KBS 라디오에서는 <뮤직 스테이션>을 진행했었다.

나는 그와 함께 TV의 영화 프로그램을 1년 정도 진행했었다. 나는 이전부터 그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하고 있었고, 그는 프로그램 개편으로 중간에 투입됐다. 첫 방송 녹화를 하면서 나는 긴장했다. 그가 보통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본이 있기는 했지만, 즉흥적인 순발력으로 현장에서 톡톡 튀어나오는 그의 멘트는 나를 긴장시켰다. 그는 영화 전문가가 아니었지만, 동물적인 감각으로 순발력 있게 살아있는 멘트를 쳤다. 기본 진행 방향을 숙지하고 그 안에서 얼마나 자기를 생동감 있게 표현하는가, 방송에서는 이게 중요한데 그는 진정한 ‘선수’였다.

우리는 녹화 전에 분장실에서, 그리고 녹화 후에 같이 밥을 먹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주로 나는 듣는 편이었다. 그가 하는 이야기들은 너무나 재미있었다. 특히 그는 가족 이야기를 자주 했다. 믿기 힘들지만 고등학교 시절, 그는 신촌에서 알아주는 주먹이었다는 것이다. 화학공학 박사이며 서울대 교수였던 그의 아버지는 “어떻게 내게서 너 같은 애가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그런 아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당시 이 사건은 신문에도 크게 소개되었다.

그때의 충격으로 그는 집을 나왔다. 그리고 22세 때 교회에서 서울대 성악과 출신의 여자를 만났다. 3년 동안 기도 끝에 25세 때 그 여자와 결혼할 수 있었다.

남궁연은 밖에서 먹는 음식은 무엇이든 다 맛있어 한다. 나는 그의 표현이 과장된 것인 줄 알았다. 그러자 그는 부인에 관한 일화를 들려주었다. 그의 부인은 음식을 잘 못한다. 하루하루 괴롭게 식사를 하던 남궁연의 아버지는 어느 날 며느리에게 우회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다.

“얘야, 우리도 식당에서 먹는 것처럼 식사를 해 보자.”

다음 날 아침 그의 아버지가 주방으로 들어오자, 남궁연의 아내는 허리를 90도로 꺾으면서 오른팔을 식탁을 향해 쭉 뻗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


“어서 옵쇼!”

그의 집 분위기는 종교적 경건함에 사로잡혀 있었고, 예의 바르고 도덕적이며 바른 생활을 실천하는 것이 삶의 최고의 가치기준이었다. 외형적 질서를 우선시하는 기존 체제에 대한 도전의식은 그의 어린 시절이 준 상처 때문일 것이다. 재수할 때 그는 처음 드럼을 보고 ‘땡겼고’, 대학을 때려치우고 음악을 하겠다고 했을 때 그의 아버지는 반대하지 않았다. 대신 “단 10원도 못 도와준다”라고 말했다. 피아노를 전공했던 어머니는 “어떻게 하겠니, 내 피가 너에게 간 것을”이라고 한숨 쉬었다.

그는 지금 자신의 집을 개조해서 사무실 겸용으로 쓰고 있다. 지하 1층, 지상 3층인데, 겉에서 보면 연립주택 같지만, 내부에는 최첨단 스튜디오가 꾸며져 있다. 2001년에 사업자등록증 내고 ‘스튜디오 FAT’라는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사람들은 ‘돼지네 스튜디오’라고 부른다. 지하는 작업실 겸 동료들 숙소이고, 1층은 살림집이며 2층은 스튜디오, 3층은 사무실이다. 거기에서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인생극장’ 테마 뮤직을 만들었는데, 이것은 최근에 나온 싸이의 앨범에 두 가지 버전으로 리메이크되어 있다. 그는 <남궁연 악단> 1집과 남궁연의 솔로 앨범 (내 여자친구)를 냈지만,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앨범을 제작하려고 한다. 상업성과는 거리가 있는 재즈 앨범이다.

최근에는 <거짓말 폭탄>이라는 단편 영화를 찍었다. 신해철, 김민선 주연이다. 총 제작비 5,000만 원 중에서 1,500만 원은 자비로, 나머지는 케이블 TV OCN의 <오씨네 영화잡기>에서 지원한 것이다. 러닝타임 35분의 <거짓말 폭탄>은, <프란체스카>에서 능청스러운 연기를 보여 준 신해철과 톱스타 김민선을 기용했지만 1인당 거마비 200만 원으로 때웠다.

“우습게 봤다가 죽을 뻔했다. 그동안 영화 보면서 비판했던 게 싹 달아났다. 요즘은 졸작을 보고도 혼자 기립박수 친다.”

영화의 기초 단위인 쇼트에 대한 개념도 모르고 영화를 찍으면서 그는 계속 손가락으로 비트를 셌다. 즉 리듬감에 따라 내러티브 위주로 찍었다. 영화는 기술적으로 미흡하지만 아이디어가 재미있고 완급 조절의 리듬감이 뛰어났다. 사채업자 출신의 비리 국회의원으로 신해철이 등장한다. 어떤 천재 과학자가 만든 거짓말 폭탄, 즉 거짓말하면 터져 버리는 휴대용 폭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그로테스크한 코미디다.

그는 음악으로 구원을 받았다고 했다. 그의 평생 꿈은 예전에는 목사가 되는 거였지만 지금은 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음악학교다. 비인가라도 내년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나는 그가 최고의 선생님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상대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다.

실력이 좋은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은 다르다. 하지만 그는 실력도 최고며, 잘 가르치는 것도 최고다. 흔히 하는 말로 후학 양성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첨단 음악 테크놀로지를 가르쳐서 한국 음악계의 파이 자체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그의 건강한 상상력은 체제에 길들여지지 않으려는 안간힘에서 비롯된다. 나는 그가 자신과의 힘든 싸움에서 끝까지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그는 인생의 승자다.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이다. ■
  • 2005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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