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 名醫 열전

소아 중증 질환 치료 분야의 최고 전문가 박인숙 울산대 의대 학장

글쓴이 김철중님은 고려대 의대 영상의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9년부터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소아과 박인숙 교수(56세). 그는 우리나라 의과대학 최초로 교수 직선제로 선출된 여성 의대(醫大) 학장이다.

경기여고 출신에 서울대 의대 졸업,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의 베일러 의대 소아과 전문의, 5년간의 베일러 의대 소아심장과 임상 조교수. 그리고 서울아산병원 교수와 울산의대 학장. 그의 경력만 보면 쉽게 범접하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그가 소아 환자를 대하는 모습은 따뜻한 이모의 이미지를 풍긴다.

그는 지난해 ‘대한 선천성 기형 포럼’을 창립했다. 기형아에 대한 잘못된 의료정보를 개선하고, 과장된 공포감 때문에 태아들이 무분별하게 희생되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나선 것이다. 포럼은 산전(産前) 진단으로 기형이 발견됐을 때 의학적 판단을 자문해 주는 전문가 모임이다. 태아를 충분히 살릴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그 분야 최선의 의료진을 연결시켜 주는 일을 한다.

“임신 중에 엑스레이 한 번 찍었다고, 수태 기간에 감기약 한 번 먹었다고 해서 기형아를 낳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막연히 기형아 출산이 의심된다고 해서 아기를 지워 버리고 있어요. 이것은 생명 경시뿐만 아니라 의학적으로도 용납이 안 돼요.”

포럼에서는 일반인은 물론 의료인에게도 정확한 길잡이 역할을 하기 위해 전문의 300여 명이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성해 온라인 상담을 벌인다.

“현대의학이 얼마나 발달했습니까. 심실(心室)이 하나인 단심실 심장 기형도 수술로 다 살려 냅니다. 무지로 인해 쓸데없는 유산이 너무나 많아요. 지금은 1,300g 미숙아한테도 심장 수술을 할 수 있어요. 왜 소중한 생명을 포기합니까?”

그는 선천성 심장병 등 소아 중증 질환 치료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그래서 그는 환자들의 전화보다 의사들의 전화를 더 많이 받는다고 한다. 대부분 전국 각지에서 환자를 보내겠으니 해결해 달라는 부탁성 전화다. 그는 환자를 보낸 의사들에게 환자의 치료 경과를 꼼꼼히 알려 주는 등 대학병원 의사의 모범을 보여 주고 있다. 그가 3년 전 펴낸 《선천성 심장병》이란 책은 이제 소아과 의사는 물론 산부인과 의사들에게도 필독서가 됐다.

그가 여기까지 오는 데는 치열한 미국 유학생활이 큰 바탕이 됐다. 그는 서울대병원에서 인턴을 마치고, 홀홀 단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해외 출국 시 미화 100달러만 소지할 수 있었던 1975년, 그는 100달러를 추가로 숨겨 가면서 텍사스로 향했다. 당시 미국으로 가는 한국 의사들은 당연히 미국에서 의사로서 정착하는 게 목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언젠가 한국에 다시 돌아와 보람 있는 일을 하리라’고 마음먹었다. 가족과 친지에게도 그렇게 말했다. 그것이 미국 의사 생활 15년을 접고 흔쾌히 한국에 돌아올 수 있었던 ‘말의 씨’가 됐다.

‘말의 씨’는 그가 소아 심장을 전공하게 된 연유에도 닿아 있다. 텍사스 지역사회 소아과 의사 트레이닝 프로그램 일환으로 미국을 가게 된 그는 이 과정이 정규 레지던트 수련과 합병되면서, 레지던트에 응시할 기회를 갖게 됐다. 미국에서 정식으로 소아과 전문의가 될 수 있었던 흔치 않은 기회였다.

“인터뷰할 때 왠지 소아 심장을 공부하고 싶다고 하면 괜찮을 것 같아서 그렇게 말했어요.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 미국에서 배운 최신 지식을 펼쳐야 하는데 한국에는 많은 심장병 어린이가 있다고 했죠. 그런데 그게 먹힌 거예요.”

이후 그는 레지던트와 펠로, 임상 교수를 거쳤다. 심장 수술의 살아 있는 전설 드바키 교수가 있는 전 세계 심장병 치료의 메카 ‘텍사스 하트 인스티튜트’와 베일러 의대에서 소아 심장학을 제대로 공부했다. 하지만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
  • 2005년 10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