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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안과 밖에서 한없이 다정한 배우 유연석

글 : 선수현 기자  / 사진제공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대학병원을 배경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로병사, 수만 가지의 이야기를 보여줬다. 적당한 사명감과 기본 양심을 가진 평범한 다섯 의사들의 모습을 보며 ‘저런 의사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그 생각은 회를 거듭할수록 ‘저런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로 바뀌었다. 깊은 열정과 따뜻한 손길로 타인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의료진. 비단 의료계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 이런 마음이 퍼지면 분명 지금보다 나은 내일이 될 수 있을 터였다. 다섯 명의 전문의 중 소아과 의사 안정원은 병원의 키다리 아저씨를 자처하며 경제적 어려움으로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를 그 누구보다 챙겼다. 드라마가 사랑받은 만큼 유연석에겐 안정원의 이미지가 크게 자리했다.


늘 안 해본 일의 연속, 작품마다 다른 결을 찾다

다정하고 상냥한 잔상이 아직 남은 가운데 유연석이 새로운 얼굴로 다가왔다. 영화 〈배니싱 : 미제사건〉의 형사 진호다. 진호는 쉽게 떠올릴 법한 거친 이미지의 형사는 아니다. 엘리트이면서도 주변인들과 마음을 나눌 줄 아는 인물이다. 이는 감독의 의도이기도, 유연석이 영화에 끌린 이유이기도 하다.

“작품마다 다른 결의 캐릭터를 찾으려고 노력해요.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강한 이미지,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는 따뜻한 이미지가 기억에 남아 있을 텐데 번갈아가면서 보여주고 싶었어요. 〈배니싱 : 미제사건〉은 형사라는 직업도 마음에 들었고 거친 이미지의 형사가 아니어서 호기심이 갔어요. 다른 부분을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늘 안 해본 일의 연속이잖아요. 그런 것들을 간접적으로나마 하나씩 경험할 수 있는 게 배우의 재미기도 하고요.”

영화는 신원 미상의 변사체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사건을 맡은 형사 진호는 사체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국제 법의학자 알리스(올가 쿠릴렌코)를 찾아 자문을 구한다. 최첨단 기술을 통해 사라진 흔적을 복원하는 가운데 단순한 살인 사건이 아닌 장기 밀매 조직과 관련이 있음이 드러나고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두 사람은 의기투합한다. 이야기의 축을 끌어가는 인물은 유연석·예지원·최무성·박소이 등과 〈007 퀀텀 오브 솔러스〉의 본드걸로 알려진 올가 쿠릴렌코가 맡았다. 한국 배우가 대거 등장하고 한국을 배경으로 하지만 영화는 프랑스 범죄 스릴러다. 감독 역시 프랑스 출신 드니 데르쿠르.

“한국에서도 다양한 스타일의 감독님이 있어요. 한국 영화 시스템상 모니터를 하면서 디렉션을 주는 경우가 많아요. 찍은 장면을 모니터하고 논의하며 연기를 발전시켜가는데 드니 데르쿠르 감독님은 작은 모니터 하나만 갖고 다니며 카메라 옆에서 바로 디렉션을 줬어요. 다른 스타일로 해보자고 즉석에서 제안하기도 하고, 속도감이 빨랐어요. 그만큼 액티브하고 신의 호흡이 가라앉을 여지 없이 박진감 있게 촬영했네요.”


익숙함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본 〈배니싱: 미제사건〉

영화는 이방인의 시선으로 서울을 담았다. 때문에 익숙한 일상이 묘한 낯섦으로 다가온다. 동작대교 위에서 배우 올가와 이야기 나누는 장면은 유연석에게 가장 인상 깊다. 올가는 프랑스어로, 유연석은 한국어로 각자의 이야기를 하는 연출이 마음에 들었다고. 우리는 한강공원 벤치에 앉아 맥주를 마시거나 자동차 안에서 대화하는 장면이 익숙한데 외국인 감독은 시선을 바꿔 동작대교 한복판에서 얘기 나누는 설정을 가미했다. 한강이 파리 센느강 못지않게 아름답다고 느껴 그 풍경을 담고자 한 것이다. 이 밖에도 영화에는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곳곳에 묻어난다.

유연석 역시 가이드를 자처하며 카메라가 돌지 않는 시간에도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틈틈이 한국 문화를 설명했다. 촬영 현장에서는 밥차의 한국 음식을 먹으며, 촬영이 끝나면 떡볶이나 술 한잔 나누며. 그는 자신이 출연한 뮤지컬 〈베르테르〉에도 올가를 초대했다. 촬영은 2020년 코로나 초기 이뤄졌는데, 올가는 잃어버린 일상을 한국에서 찾았다고 감동을 전했다. 많은 나라에서 문화 활동이 멈춰 있던 시기였지만 한국만큼은 무대 공연과 영화 촬영이 조심스레 진행되고 있어서다.

“다른 나라에서는 무대가 올스톱됐지만 우리는 모든 걸 극복하며 나아갔어요. 이 부분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어요. 우리나라는 드물지만 영화, 드라마부터 무대 공연도 계속됐죠. 예술문화계가 멈추지 않고 돌아갔다는 사실에 특별함을 느껴요. 올가는 뮤지컬을 보고 자신이 잃어버린 시간을 한국에서 찾았다고 하더군요.”

이번 작품에서 유연석은 3개 국어를 사용한다. 그중에서도 주로 영어를 쓰는데 자연스러운 대사 전달을 위해 교재 대신 대본으로 화상 영어회화를 수강하며 영어를 습득했다. 극 안에서는 서로의 언어를 배워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프랑스어 대사를 제안하기도 했다.


스스로 토닥여주고 싶은 지난 20년


그의 데뷔작은 영화 〈올드보이〉다. 이 영화에서 유지태 아역으로 등장해 연기를 시작하고 벌써 20년이 흘렀다. 그동안 영화, 드라마, 뮤지컬, 예능 등 가리지 않고 출연하면서 당면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집요하게 매달리며 역할들을 소화해왔다.

“정말 열심히 살았어요. 스스로 토닥여주고 싶어요. 그렇다고 그동안의 활동에 만족하냐고 물으면 대답은 ‘아니오’예요. 만약 갑작스레 더 이상 배우 활동을 못 한다고 가정할 때 ‘원 없이 했으니까 더 안 해도 돼’ 정도는 아니거든요. 아직 더 하고 싶은 역할, 더 하고 싶은 장르가 남아 있어요. 보여주고 싶은 게 많아요.”

그는 유독 의사 역할을 많이 맡았다. 〈올드보이〉를 찍고 군대에 다녀와 바로 선택한 작품이 〈종합병원2〉다. 〈심야병원〉 〈낭만닥터 김사부〉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 주로 의학 드라마에 출연했다. 하얀 가운이 익숙해지고 웬만한 수술 장면에서 봉합하는 신은 대역 없이 소화할 수 있게 됐다. 워낙 손재주가 좋은 데다 무던히도 연습한 덕분이다. 이쯤 되면 ‘의대’ 출신은 아니지만 ‘의드’ 출신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의 멍뭉미 흘러넘치는 매력을 부각시켜준 작품은 단연 〈응답하라 1994〉다. 그 시절 청춘의 사랑과 우정을 그리는 과정에서 유연석은 칠봉이가 되어 지고지순한 순애보를 보여줬다. 잘생긴 외모에 훤칠한 키, 넓은 어깨, 운동까지 잘하는 그의 모습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주인공의 남편을 추측하는 전개에서 시청자들의 엄청난 지지를 받았다. 그동안 맡아온 조직폭력배, 얄미운 연적 등의 이미지가 말끔하게 사라졌다.

〈응답하라 1994〉를 기점으로 그에겐 다정한 이미지가 강하게 남았다. 〈미스터 션샤인〉에서 인정사정없이 검을 휘두르는 무사 ‘구동매’, 〈강철비2: 정상회담〉의 북한 지도자 ‘조선사’ 등의 역할도 잘 소화했지만 대중이 유독 기대하는 유연석의 캐릭터는 따로 있었다. 그 바람을 이어준 작품이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다. 10년 무명기를 단번에 벗어던지게 해준 〈응답하라 1994〉의 신원호 감독 제의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합류를 결정했다. 아니나 다를까, 유연석은 부드러운 안정원 역할에 착 감겼고 이야기가 맞물리며 큰 사랑을 받았다.


사진·마술·화초·가구 제작·캠핑 등 취미 부자


유연석은 사진·캠핑 등 취미를 다양하게 즐긴다. 그뿐 아니다. 취미 하나하나 진심을 다해 몰입하는데, 사진 촬영은 그중 하나다. 그의 앵글에는 풍광과 피사체가 잔잔하게 녹아들어 있다. 따뜻한 시선으로 일상을 보듬는 데서 성격이 묻어나는 듯하다. 그는 사진문화 육성 프로젝트 ‘PROJECT B’에 선정돼 전시회를 열고 아프리카 아이들을 담아 포토에세이를 발간할 만큼 실력도 출중하다. 촬영 현장 곳곳을 찍어 기념하는 것도 좋아한다. 〈배니싱 : 미제사건〉 현장에서는 배우들과의 기념 촬영뿐 아니라 부검대에 오른 적나라한 사체 모형을 담아두기도 했다. 또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는 마술을 배웠으며 화초 키우기, 가구 만들기 등에도 일가견이 있다. 지난해에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해 요즘 홈카페를 즐기고 있다. 그의 일상은 유튜브 채널 〈주말연석극〉에 종종 올라오는데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것은 캠핑 영상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그가 여행 대신 즐기는 취미다.

지난해 그에겐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유기견 ‘리타’를 입양한 것. 벌써 세 번째 입양이다. 첫눈에 리타에게 반해버린 유연석은 입양 과정부터의 설렘을 고스란히 유튜브에 담았다. 이제 리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그의 일상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몸과 마음의 상처가 있던 리타에게 어두웠던 지난날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리타와 시간을 보내는 영상은 많은 반려가족에게 긍정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캠핑 가는 것도 좋지만 집에서 리타랑 노는 게 제일 좋아요. 같이 갈 수 있는 곳이 있는지도 찾아보고요. 그전에는 몰랐던 힐링을 새롭게 느끼고 있어요. 집에서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물어봐요. ‘있잖아’ 하면서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은 걸 털어놓으면 리타는 묵묵히 비밀을 지켜주거든요.”

리타를 바라보는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진다. 반려동물에게 큰 위로를 받고 다양한 취미 생활을 통해 마음을 채운 시간은 그를 가장 따스한 유연석으로 돌아가게 한다. 그 마음이 시청자들에게도 전해져 상냥한 그의 모습을 더 애정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 2022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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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레지나   ( 2022-05-10 )    수정   삭제 찬성 : 1 반대 : 0
왠지 안과 겉이 똑같을 것 같은 배우. 언제나 흔들림없는 연기력을 신뢰하며 응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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