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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주환 생각정리클래스 대표

생각이 많은 건 득, 정리가 안 되면 독

글 : 유슬기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대학 시절 복주환 대표는 평일에는 도너츠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주말에는 결혼식 사회와 돌잔치 MC를 하며 주 7일을 일했다. 아르바이트 사이 이동할 때면 책을 읽었다. 그가 20대에 읽은 책은 약 1000권 정도. 그에게 캠퍼스는 낭만의 장소가 아니었다. 대학 입학과 함께 아버지 병간호를 해야 했다. 사업의 부도를 맞은 아버지는 합병증을 얻었고 중환자실에서 투병하다 가족 곁을 떠났다. 스무 살, 그의 앞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빚과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이 남았다.

“인생이 캄캄할 때도 강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버린 적이 없었습니다. ‘갇혀 있는 불이 더 타오른다’는 생각으로 군에 입대했습니다. 논산 육군훈련소 전체 발표력 경연대회에서 800명 중 1등으로 입상했어요. 지금은 《국방일보》에 칼럼을 쓰고 국방TV에서 군 장병을 위한 강연도 하고 있습니다.”

생각이 많은 청춘을 보냈다. 끝없이 똬리를 트는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그가 정리한 생각정리법은 2017년 《생각정리스킬》이라는 책으로 처음 나왔다. 이후 《생각정리스피치》 《생각정리기획력》 《당신의 생각을 정리해드립니다》로 이어졌다. 생각정리 시리즈는 100쇄를 돌파했고 그는 ‘생각정리 컨설턴트’라는 직업을 창조해 국내 공인 강사 1호가 됐다.


생각정리는 비우기가 아니다!

“생각정리에는 ‘생각을 비우는 정리’ ‘생각을 보관하는 정리’ ‘생각을 설계하는 정리’가 있습니다. 생각정리는 단순히 비우기만 하는 정리가 아닙니다. 그저 많이 수집하고 보관하는 정리도 아니고요. 생각을 더 쓸모 있게 만들어내는 정리, 즉 생각을 설계하는 정리입니다. 그런데 생각 설계는 단순히 머리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디자이너가 포토샵이나 일러스트 같은 툴을 사용하듯, 생각을 설계하는 정리를 할 때는 생각정리 툴(tool)이 있어야 하죠. 생각정리 스킬은 한마디로 생각정리 툴과 원리를 활용해 기술적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입니다.”

빌 게이츠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는 디지털 마인드맵과 같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단순한 정보를 유용한 지식으로 바꿔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머릿속에서 생각을 정리하기보다 도구(tool)를 이용하라는 조언이다. 쉬운 예로 이런 방법이 있다. 먼저 A4 용지 한 장을 준비한다. 반으로 접는다. 다섯 번을 반복한다. 열 개의 칸에 떠오르는 생각을 적는다. 그중에 중요하지 않은 생각은 X표를 쳐 나간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생각을 합니다. 미국 심리학자 쉐드 헴스테터(Shad Helmstetter) 박사는 사람이 하루에 5만에서 7만 가지의 생각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미국국립과학재단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에 수만 가지의 생각을 하는데, 80%는 부정적인 생각이고 95%는 어제 한 생각과 완전히 일치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연구를 통해 사람은 부정적인 생각에 집중하고, 반복하는 경향성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을 ‘그냥 떠오르는 것’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 ‘통제할 수 없는 것’이라고 믿는다. 복주환 대표는 “이건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생각을 통제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교육부·외교부 등 정부기관과 삼성·LG·현대·SK 하이닉스·포스코·배달의 민족 등에서 기업 교육을 해왔다. 법무연수원에서는 ‘생각정리 콘텐츠’로 정기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가 강연을 통해 발견한 건 생각정리와 실천의 관계다.

“생각정리 컨설턴트로 활동하다 보면 종종 기업 CEO의 요청을 받아 생각정리를 도와주게 됩니다. 그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며 성공한 사람들의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그들은 대체로 생각하는 속도와 의사결정 속도 그리고 실행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는 겁니다. 성공한 사람들과 보통 사람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행동력입니다. 행동이 빠른 이유는 생각력, 즉 훈련된 긍정적인 사고 패턴이 있기 때문이고요. 긍정적인 사고 패턴을 가진 사람은 행동에도 막힘이 없고 빠르게 아이디어를 구체화합니다.”

생각을 행동으로 바꾸는 사고 패턴 중 하나는 육하원칙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등 육하원칙을 활용해 질문을 던지면 생각이 구체화된다. 구체화된 생각은 구체적인 행동을 만든다.

“하루 24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그 시간을 사용하는 방법은 모두 다르죠. 어떻게 하면 시간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면서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요? 최고의 효율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 관리 방법은 무엇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 뇌의 특성을 이해하고 잘 활용해서 생각정리를 하며 시간을 관리하는 겁니다. 긍정적인 사고 패턴을 만들면 생각이 실천으로 이어지는 속도도 가속화됩니다.”


‘전문가 패러다임의 파괴자’로 불리는 90년대생


4차 산업혁명 시대, 빅데이터 시대일수록 정보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정보는 포털에서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생각을 선별하고 정리하고 연결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고,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필요하다.

“정부기관이나 대기업에서 생각정리클래스를 여는 이유는 어떤 직급이나 직무든, 어떤 일을 하든 생각정리가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다보스 포럼’이라 불리는 세계경제포럼에서 2020년 발표한 ‘직장인이 가져야 할 역량 1위’가 바로 복합적 문제해결 능력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역량’을 물었을 때 1위가 문제해결력이었고요.”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는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정리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단순 요약이 아닌 융합을 해야 하는데, 융합에는 단순한 데이터와 정보를 연결해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창의력이 필요하다.

“스피치를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도 말을 잘하고 싶었습니다. 저 역시 오랜 시간 동안 형편없는 스피치 때문에 많은 콤플렉스에 시달렸어요. 공부하면 나아질까 싶어 수백 권의 스피치 책을 읽었고 스피치 수업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표현법 위주의 커리큘럼으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방법을 고민하던 중 문득 ‘글쓰기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 하는 역발상을 하게 됐어요. ‘말과 글이 서로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어쩌면 글쓰기 책에 내가 원하는 정보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때부터 관련 책을 모두 읽기 시작했죠. 그리고 글쓰기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유레카’를 외쳤습니다. ‘주제를 선정하는 방법’ ‘소재를 찾는 방법’ ‘논리를 구성하는 방법’ 등 스피치를 잘하기 위한 생각정리 기술이 글쓰기 책에 모두 있었기 때문이죠.”

그는 글쓰기와 말하기는 결국 기획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학창 시절에는 웅변대회를 휩쓸었고, 예고와 연극영화과 재학 시절에는 무대에 서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지만 뭔가 부족했다. 그 결핍의 원인에는 ‘다른 사람이 만든 대본을 말한다’는 맹점이 있었다. 진짜 말하기는 내 생각에서 시작되고,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말로도 이어진다는 걸 알았다.

“말하기와 글쓰기를 동시에 잘하고 싶다면 스피치 대본부터 제대로 만들어보세요. 대본을 만드는 과정에서 글을 쓰는 능력이 향상되고, 말하는 과정에서 스피치 능력이 강화됩니다.”

그는 대한민국 교육 시장에서 최연소 강사로 강의를 시작했다. 나이가 어리다는 것은 약점이기도 했다. 나이를 곧 연륜, 콘텐츠의 깊이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강의를 시작할 때 처음에는 팔짱을 끼고 쳐다보는 사람들도 많았다.

“제 강의를 들은 어떤 분은 저를 ‘전문가 패러다임의 파괴자’라고 했습니다. 과거에는 학부, 대학원, 유학 등 한 분야를 명문학파에서 오랜 시간 공부한 사람들이 그 분야 전문가로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요. 학력보다는 실력, 나이보다는 전문성, 잘 만든 콘텐츠 하나로 인정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된 거죠. 이런 세상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명료하게 보여주는 게 스펙보다 강력한 무기입니다.”


새해 시작, 당신의 생각을 정리하려면

새해 아침이면 우리는 생각한다.

‘당장 내일부터 운동해야지!’ ‘새해에는 책을 많이 읽을 거야!’ ‘올해는 퍼스널브랜딩을 위해 인스타그램에 사진과 글을 올리고, 블로그에도 꾸준히 포스팅을 해야지!’ ‘상반기에 유튜브에 도전해서 크리에이터가 될 거야!’ ‘더 나이 먹기 전에 나만의 사업을 해봐야지!’ ‘인생을 살면서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 써보고 싶다!’

“우리는 인생을 더 잘 살기 위해 여러 가지 목표와 계획을 세웁니다. 생각을 행동과 결과로 바꾸기 위해서는 목표 설정부터 제대로 한 뒤 계획을 합리적으로 짜야 합니다. 그런데 종종 시작부터 ‘병목 현상’이 일어나곤 하죠. 4차선 도로가 2차선으로 좁아질 때 교통 체증이 일어나는 것처럼, 생각이 너무 많아 목표와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지치고 마는 겁니다.”

부정적인 생각과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뒤엉킨 생각들을 어떤 식으로든 정리하지 않으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집 안도 정리해야 공간을 제대로 쓸 수 있듯, 머릿속 생각도 정리해야 어떤 일이든 제대로 시작할 수 있다.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다 보면 머릿속은 복잡해지고 마음도 불안해진다. 상황이 막막하고 답답할 때는 머리로만 끙끙 앓지 말고, 종이를 펼쳐 생각부터 정리해보자.

“더도 말고 딱 10분만 시간을 투자해서 생각을 정리해보세요. 하루에는 144번의 10분이 있습니다. 그중 단 한 번이라도 생각정리에 시간을 사용하는 겁니다. 144번 중 한 번의 10분 동안 생각을 정리하면, 나머지 143번의 10분들, 하루의 행동이 바뀝니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10분 동안 to do list를 정리하면, 그로 인해 하루 동안 중요한 일을 하나라도 더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시간 관리의 기본은 ‘to do list’, 즉 ‘할 일 목록’을 작성하는 것이다. to do list는 종이와 펜만 있으면 누구든지 작성할 수 있지만, 원리를 모르고 쓰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내용을 두서없이 나열하다 보면 해야 할 일이 계속 쌓이고 정리가 되지 않아 오히려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만다. 바람직한 to do list를 만들려면 해야 할 일을 항목별로 잘 분류하고, 중요도에 따른 우선순위를 정한다. 소요시간 또는 마감시한을 정확히 계산해서 적고, 일의 담당자와 책임자가 누구인지 명시한다. 그리고 그 내용을 계속해서 확인할 수 있도록 눈에 잘 보이는 곳에 게시한다.

“이제 SNS가 각자의 명함이 된 시대입니다. 자기 콘텐츠가 곧 자기 이름이 되기 때문에 어떤 생각을 담느냐가 중요합니다. 자기 자신을 콘텐츠로 브랜딩하는 기획력이 필요하죠.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면 다른 사람들의 콘텐츠를 짜깁기하는 형태가 아닌, 나에게 맞는 콘텐츠를 기획하는 과정을 알아야 합니다. 하루 10분 생각을 정리하고 시작하면 행동이 바뀝니다.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요. 습관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고 믿어요. 제가 그 증거니까요.”

  • 202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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