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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자 신지수

직장에서 게으르고 산만한 나, 혹시 성인 ADHD?

글 : 서경리 기자  / 사진제공 : 휴머니스트 

혹시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가? 해야 할 일을 잊거나 친구와의 약속을 깜박해 난감했던 적은 없는지. 다른 사람들 대화 중에 자주 끼어드는가? 일을 구조화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 적은 없는가? 자리에 오래 앉아 있을 때 끊임없이 꼼지락거리거나 안절부절못하는가? 내 얘기다 싶으면 주저 없이 ADHD 검사를 받아보길 권한다. 혹 이와 비슷한 모습이 있지만 ‘내가 애도 아니고, 나처럼 평범한 성인이 ADHD일 리 없어’라고 생각한다면 임상심리학자 신지수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책 《나는 오늘 나에게 ADHD라는 이름을 주었다》를 펴낸 저자 신지수는 서른 살의 어느 날 ADHD를 진단받았다. ADHD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충동성 혹은 이런 증상들이 혼합되어 나타나는 장애’다. 저자는 대학병원에서 임상심리학자로 일하다 ADHD를 의심하게 됐고, 서른이 되어서야 병명을 알고 치료를 시작했다.

그는 “진단받기 전까지 나는 다른 이름들로 불려왔다”고 고백한다. “게으른 사람, 미성숙한 사람, 산만한 사람, 못 미더운 사람, 덜렁이….”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는 “나를 따라다녔던 것들이 ‘신지수’가 아닌 ADHD를 가리키고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ADHD를 진단받고 치료에 이르는 과정을 2019년 독립출판물 《여자 프렌들리》에 담아냈다. 당시 SNS에 소개한 출판물 일부는 1만 4000번 이상 리트윗됐고, 지금도 퍼져나가는 중이다. 이후 1년여 집필 과정을 거처 《나는 오늘 나에게 ADHD라는 이름을 주었다》를 출간하게 됐다.

책은 더 나아가 여자아이·성인 여성 ADHD 환자에 대한 정보가 남성 환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꼬집는다. 그는 “ADHD에 대한 정확하지 않은 정보와 성 고정관념으로 인해 ADHD 여자아이와 여성의 존재는 진료실 밖에서도 지워지고 있다”며 “더 이상 여성이 불공평을 경험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임상심리학자로 일하며 자신이 ADHD 환자임을 고백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 후 삶에 변화가 있었나요.

“제가 ADHD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가지면서 자료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무엇 하나 제게 들어맞는 얘기가 없더라고요. ADHD 증상은 남자아이들과 관련한 정보뿐이었어요. 국내 학술지 자료들도 마찬가지고요. 해외 저널에는 성인 여성 ADHD에 대한 설명이 일부 있었어요. 여성 ADHD 연구자 중 많은 수가 자신 역시 ADHD 환자라고 고백했어요. 그들을 보면서 한국에서는 이 자료를 먼저 접한 내가 관련 작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됐죠. 나처럼 ADHD라는 이름과 평생 살아갈 동지들과 함께해야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다양해요. 친구 중에는 ‘네가 그래서 그랬구나’라는 반응도 있고, 의외로 엄마가 속상해하실 줄 알았는데 정작 자신도 ADHD가 아닌가 고민을 시작하시더라고요. ADHD는 가족력이 강한 데다가 저와 성격이 비슷하다 보니 엄마가 심각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흥미로웠어요. 또한, 적지 않은 친구들이 ADHD 검사를 받거나 치료를 시작했어요.”


‘조용한 ADHD 유형’에 대해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과잉행동-충동형’과 달리 ‘주의력 결핍’은 외부로 드러나는 행동이 뚜렷하지 않아 조기 진단이 어렵다고요.


“ADHD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어요. 과잉행동-충동형, 주의력결핍형, 복합형(앞의 두 유형 모두를 포함하는)이죠. 과잉행동-충동형이라고 해서 주의력 결핍 증상이 없거나, 주의력결핍형이라고 해서 과잉행동이나 충동적 모습이 없는 건 아니에요. ADHD도 개인마다 특성이 아주 달라요. ‘조용한 ADHD’는 그중 과잉행동-충동형 증상은 두드러지지 않는 반면 주의력결핍 증상이 강한 사람들을 말해요. 전자 유형은 겉으로도 쉽게 관찰할 수 있지만, 주의력결핍형 사람들은 그렇지 않죠.”


주의력결핍형에 해당하는 증상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세부적인 면에 면밀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고, 실수가 잦고, 과제를 체계화하기가 어렵고, 일상 활동을 자주 잊어요. 과잉행동-충동성 증상과는 완전히 대비되는 것처럼 보이죠.”


책에서 “기존 ADHD 연구가 남성 중심으로 진행되어왔다”고 지적했습니다. ADHD 연구에서 여성이 소외된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여성의 경우 남성의 과잉행동-충동형에 비해 부주의형이 강조되는 특성이 있어요. 충동성도 남성과 달리 ‘조용히’ 발현되기도 하고요. 어딘가를 기어오르거나 뛰어다니는 대신 자리에 앉아 손발을 꼼지락거리는 행동으로 대신하고, 태엽 풀린 자동차처럼 행동하지는 않지만 끊임없이 수다를 늘어놓는 방식으로요. 보다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일 수 있겠죠.”



여성의 경우 사회화 과정에서 증상을 감출 수도 있다는 말이네요.

“어른들은 착하고 말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는 여자아이를 원하죠. ADHD 사람들의 인지 기능을 연구했더니 여성이 남성에 비해 더 많은 손상을 겪고 있음에도 학업 성적은 더 높았다고 해요. 애쓰고 분투하면서, 증상으로 인한 다른 사람들과의 격차를 줄여버린 거예요. 이 친구들은 수업 시간에 집중하기 어렵고, 책을 읽을 때도 반복적인 읽기가 필요하며, 작은 방해에도 주의가 산만해지고 늘 시간이 모자라요. 자꾸 다른 생각이 떠오르거나 멍해지면 허벅지를 쿡쿡 찌르고, 집중이 잘될 만한 장소를 찾아 자리를 옮기고…. 너무 열심히 노력해서 증상을 숨겨버리는 일에 성공한 수많은 ADHD 소녀들은 한때 ‘너처럼 공부 잘하는 아이가 ADHD일 리 없다’라는 말을 들어왔어요.”


증상을 감추기 위해 분투하는 것도 여성 ADHD의 특징으로 꼽았지요.

“성인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다양한 욕구나 충동을 조절하면서 매일을 살아갈 거예요. ADHD가 있는 사람은 부족한 충동 조절 능력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긴장하거나 억누르면서 일상을 지내야 해요. 이따금 긴장을 풀거나 잠깐 노력하지 않으면 곧장 말이나 행동으로 분출되고 말지요. 억누른 것은 터지기 마련이고, 혼자 있을 때 건강하지 못한 방식, 예를 들어 폭식이나 충동구매 등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요.”


성인, 특히 여성 ADHD의 정확한 진단이 쉽지 않겠습니다.

“ADHD 여성은 정신건강 전문가를 만나도 다른 정신장애나 증상과 구별이 어려워요. 주의 집중이 어렵거나 깜빡깜빡하는 건 우울감 증상과 비슷하고, 충동적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증상은 조증 상태와 비슷하고요. 이 증상들이 과연 ADHD에서 기인한 건지, 기분 장애에서 기인한 건지를 감별하는 게 중요해요. ADHD는 신경발달장애에 속해서 아주 어린 연령부터 증상이 지속되어왔을 테지만, 기분과 관련한 증상은 상대적으로 일시적이거든요.”

닮은 듯 달라요!
우울장애와 ADHD


이 둘을 구분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언제부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는가다. ADHD는 신경발달장애이기 때문에 아주 어린 연령, 빠르면 세 살경부터 관련 특징이 발견되고, 성장하면서 증상이 완화되지 않는 한 주의력·충동성 관련 문제가 지속된다.

공통 모습
초조함(정신운동성초조) / 주의산만 / 주의 집중의 어려움 / 수면 문제 / 좌절에 대한 낮은 인내력 / 과민함

ADHD에서만 나타나는 특정 증상
세부사항에 주의를 기울이기 어려움 /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지 못함 / 과제나 일을 끝마치는 데 실패함 / 일을 조직화하는 것이 어려움 / 일상적 일들을 잘 잊어버림 / 착석 유지를 어려워함 / 과도하게 뛰어다니거나 기어오름 / 놀이나 여가를 조용하게 하는 것이 어려움 / 과도하게 말이 많음 / 불쑥 대답함 / 자기 차례를 기다리기 어려워함 / 다른 사람들을 자주 방해함

우울증에서 나타나는 특정 증상
여러 활동에 대한 흥미 저하 / 유의미한 체중 감소·증가 / 피로감·기력 상실 / 무가치감 / 과도하거나 부적절한 죄책감(죄책감을 가질 만한 게 아닌데도 또는 필요 이상으로 죄책감을 느낌) / 죽음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

ADHD의 가장 이상적인 치료 방식은 약물치료에 더해 인지행동, 심리상담 등을 함께 받는 것이다. 약물치료로는 충동성이나 과잉행동, 부주의 증상을 감소시킬 수 있다.

ADHD를 “익숙하고도 성가신 나의 친구”라고 부르는 저자는 ADHD 환자들에게 “극복하려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ADHD는 개인이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는 의미다. 무엇보다 그는 “ADHD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ADHD 진단을 받았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안 될 거라고 미리 포기했거나 잃어버렸던 욕구와 욕망을 찾아내 똑바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한다.


ADHD 환자들이 치료 과정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자신에게 잘 맞는 약의 종류나 복용량을 찾는 과정이 길어지는 경우 조급한 마음이 들기 쉬워요. ADHD 환자는 인지행동치료를 받아요. 사소하게는 물건을 정돈하는 방식부터 일을 체계화하거나 시간을 관리하는 연습을 해나가는 거죠. 어린아이처럼 일상을 잘 꾸리는 방법을 처음부터 배우는 거예요. 이 과정을 재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이고 즐거운 일로 경험하면 좋겠어요. 그에 앞서 부정적인 감정들 역시 충분히 곱씹어 소화시켜야 하고요.”


ADHD를 받아들인 지금, 어떻게 지내나요.

“변화는 계속되고 있어요. 요즘 느끼는 건 ADHD에 대한 마음이나 생각이 더 가벼워지고 있다는 거예요. 초반에는 제가 또 실수하거나 잘못하면 ‘ADHD라는 거 괜히 얘기했다, 이제 사람들은 내게서 이런 모습을 더 잘 기억해낼 테지’라고 생각했거든요. 요즘은 뭐랄까, ‘그러거나 말거나’ 태도로 사는 것 같아요. ‘남들에게도 결핍이나 단점은 차고 넘친다. 내게도 그런 게 있을 테고 그중 하나가 ADHD일 뿐이다’ 이런 태도요. ‘내가 ADHD라서 이런 거 잘 못하는데 뭐? 너도 다 잘하는 건 아니잖아’와 같은 믿음이죠. 고슴도치처럼 뾰족하게 들릴지도, 방어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약간의 뾰족한 마음이 저와 다른 사람의 모남을 오히려 인정하게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편안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ADHD 자기 보고식 체크리스트


* K-ASRS(Adult ADHD Self-Reporting Scale·A항목) WHO 자가 설문지
* 음영으로 처리된 칸에 4회 이상 체크했다면, 전문가의 심층 면담 및 평가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 여섯 가지 항목으로 진단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정확한 진단은 전문가만 내릴 수 있습니다.
  • 2021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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