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마음〉으로 창비신인소설상 수상 김유나 작가

도무지 알 수 없는, 가족을 향한 마음에 대하여

글 : 유슬기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어떤 마음에는 도무지 이름을 붙일 수 없다.
가족을 향한 마음이 그렇다.
서로 간에 거리 두기가 되지 않아서 함께한 모든 것이 감염되는 관계.
네가 나인 것 같고 내가 너인 거 같아서 발생하는 이 밀착된, 그래서 떼어내고 싶어도 마침내는 그리할 수 없는 애틋한 마음.
김유나 작가는 이 마음에 이름을 붙이는 데 성공했다.
그의 단편 〈이름 없는 마음〉은 2020 《창작과비평》 신인소설상을 받으며 세상에 등장했다.
“무엇보다 인물을 살릴 줄 아는 소설이라 반가웠다.” –신인상 심사평 중


보통 작가의 정수는 데뷔작에 담긴다고 한다. 이후 작품이 더 성장하고 성숙할지라도 작가 고유의 에너지는 오직 첫 작품에 담긴다. 이래서 신인상 수상은 아무에게나 찾아오는 행운은 아니다. 김유나 작가 역시 어안이 벙벙했다고 말한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착오일 수 있겠다’는 거였어요. 달군 모래에 손을 찌르며 소설을 쓴다든가 하는 정도의 결의가 있어야 당선이 되는 건 줄 알았거든요(웃음). 이렇게 평범한 하루 속에 불쑥 찾아들 줄 몰랐어요. 그래서 안내 메일이 오기 전까진 아무에게도 말을 못 하다, 가장 먼저 아버지에게 전화했어요. ‘생각보다 별로 안 좋아하시네?’ 하고 끊었는데, 그날 밤에 문자를 하셔서는 ‘꿈인 것 같아서 하루 종일 뒤숭숭하다’고 하시더라고요.”

1992년생 김유나 작가는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에는 지역방송국에서 라디오 작가로 일했다. 처음 소설을 쓰게 된 건 스물셋 무렵이었다. 책을 읽는 건 어릴 때부터 좋아했지만 스스로 ‘쓰는 사람’이 되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해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위축되기도 하고, 공허함을 느끼기도 했어요. 어느 날 퇴근길에 ‘이게 전부가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 삶도, 다른 사람의 삶도, 이렇게 납작한 사실만이 전부는 아닐 텐데’. 그때 어렴풋이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코로나가 심해지기 전에는 점심을 먹고 동네에 있는 독서실 카페에 가서 밤늦도록 글을 쓰다 돌아왔다. 〈이름 없는 마음〉은 구상부터 초고까지 말도 안 되게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시작은 쉬웠지만 퇴고는 어려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초고는 정말 최악이었어요(웃음). 하지만 당시엔 그 거친 초고가 무척 재미있다고 생각했죠. 세 번 정도 고친 다음 넣어뒀다가 다른 소설을 쓰고, 그러다 두어 달 뒤에 다시 꺼내 고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5회에서 6회 정도 퇴고를 했습니다.”


어느 오누이의 사흘

그가 써낸 〈이름 없는 마음〉은 비장하지도 갈등이 뚜렷하지도 않다. 어느 오누이의 사흘을 그저 따라갈 뿐이다. 고작 세 살 차이밖에 나지 않지만 어릴 적부터 ‘아픈 손가락’처럼 동생 현권을 돌봐온 ‘나’는 결혼 후 동생에 대한 부채감으로 그를 적당한 거리의 도시에 데려오려고 한다. 세상에 적응하기에 다소 허약하게 태어나, 현재는 세상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사는 현권은 어릴 때나 지금이나 ‘나’를 긴장하게 만들고 주변의 눈치를 보게 만든다. 사소한 말다툼이 있던 밤, 현권은 ‘나’의 ‘인생 리모델링’을 거절하고 ‘자기가 편한 삶’으로 돌아간다.

심사위원은 김유나의 이야기에 “예정된 실패로 달려가는 길목에 배치된 이야기를 따라 읽다 보면 어느새 화자의 갈팡질팡하는 마음 곁에 나란히 서서 그 마음을 물끄러미 응시하게 되는 독특한 힘이 있다. 미안함과 지겨움을 왕복하는, 누구나 아는 마음을 흐릿한 웃음으로 저릿하게 전달하는 데 성공한 작가의 힘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사건’이라기보다 평범한 일상으로 마무리되는 것 같아요. 해소되지 못한 감정이 있더라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고 지나가기도 하고요. 또 그렇게 물 흐르듯 지나친다는 점이 위로도 돼요. 이런 식으로 가족에 대해 생각하다가 도착하게 된 감정이에요.”

처음 이야기의 실마리는 결혼이었다. 결혼을 하고 원가정을 돌아보다 쓴 소설이다. 나고 자란 원가정과 남편과 꾸린 새로운 가정이 분리될 수 있는 건지, 가능하다면 어느 만큼의 거리가 가장 적당한 건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신혼부부 사이에 불안하고 불편한 인물이 끼어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 자그마한 생각이 소설이 되었다. 그 인물이 바로 동생, 현권이다.

“처음에는 현권이라는 인물의 감정을 상상하는 게 힘들었어요. 사회적인 규칙에 무관심한 인물을 들여다보자고 생각했으면서도 ‘어떻게 하면 그렇게 살 수 있지?’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거든요. 결국은 제가 ‘나’의 입장에서 현권을 동생 바라보듯 보았던 게 많은 도움을 주었어요.”

소설을 읽다 보면 ‘나’의 마음이 독자에게 전해진다. 현권의 외모와 성격, 현권의 현재와 과거를 소개하느라 ‘나’에 대한 설명이나 ‘내’가 처한 상황은 배경처럼 지나가지만 그럼에도 ‘나’의 감정이 그대로 흡수된다. 그 그림자 같은 누나의 마음, 다른 도시에 살아도 같은 집에 사는 것 같은 현권의 존재감이 읽는 이에게도 묵직하다.

“현권이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라면 ‘나’는 ‘이해받지 못하는 인물’이에요. 아이러니하게도 현권은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그 힘든 마음을 알아주는 유일한 사람이죠.”

그래서 마지막 장면, 현권이 쓰다 남은 피톤치드를 ‘나’에게 남기고 가고, 그것을 내가 뿌리는 장면은 중요하다. 다른 사람에게는 사소해 보여도, ‘나’에게만은 그 작은 방향제가 의미가 있다는 걸 현권은 알고 있어서다. 또 그런 게 가족이다. 현권은 새로운 동거인인 준희에게서 그런 편안함을 느낀다. ‘있으면 쓰고 없으면 굶는’ 삶의 태도를 제3자는 환영하지 않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한다. 그리고 위안이 된다. 이는 자신의 치부를 가장 잘 알지만 그 점을 또 가장 부끄러워하는 원가족을 떠난 새로운 가족의 탄생이기도 하다.



잠시 다른 세상에 다녀온 기분

그의 아버지가 딸의 수상 소식에 밤새 잠을 못 이루었다면, 남편의 반응은 자못 현실적이다. “어서 두 번째 소설을 생각해봐라”고 했다고 한다. 기뻐할 틈도 주지 않고 말이다.

“다음에는 삶의 다양한 면면을 들여다보는 소설을 쓰고 싶어요. 코로나 때문에 사람을 만나기 힘들지만 그래서 어느 때보다 삶과 사람에 대해 생각해보기 좋은 시기인 것 같아요.”

지금은 독서실 카페를 오가며 글을 다시 고치고 매만지던, 그 반복적인 하루가 그립다.

“이 소설은 저에게 ‘경품 행사에서 당첨된 왕복 항공권’ 같아요. 잠시 딴 세상에 떠나 있다가 돌아오게 해준. 그래서 한 시기를 어떤 방식으로든 추억할 수 있게 해준 티켓요.”
  • 2021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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