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고기리막국수 대표

막국수로 연 매출 30억, 작은 가게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글·사진 : 서경리 기자  / 사진제공 : 고기리막국수 

8000원짜리 막국수를 팔아 연 매출 30억 원을 내는 가게가 있다. 경기도 용인에 자리한 고기리막국수.
문 연 지 10년째, 평일·주말 할 것 없이 늘 손님들로 바글거리는 집이다. 고기리막국수의 주인장 김윤정 대표는 오늘도 ‘손님에게 어떤 막국수를 내어드릴까’ ‘어떻게 해야 오늘 만난 손님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매일 스스로에게 반복해서 던지는 진심 가득한 질문은 골목길 자그마한 가게를 지금의 자리에까지 이끌었다.
그 노하우를 담은 책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를 펴낸 김윤정 대표를 막국수 한 그릇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고기리막국수를 운영하는 유수창·김윤정 부부.
고기리막국수는 한적한 산골에 있는 작은 가게다. 고기리 계곡을 지나 인가가 드문 골목에 들어서면 식당 하나 덩그러니 있는데, 널찍한 주차장엔 손님들이 타고 온 차들로 가득하다. 메뉴는 막국수와 수육이 전부. 사람들은 국수 한 그릇 먹자고 이곳까지 찾아와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줄을 서서 기다린다. 하루 1000명 이상이 찾고, 70번 이상 방문한 단골손님이 생겨날 정도로 인기다. 코로나19로 자영업이 어려움을 겪는다지만, 고기리막국수는 불황을 모르고 생생하다. 도대체 그 비결이 뭘까. 김윤정 대표는 “막국수 한 그릇에도 손님을 위한 진심을 담는다”며 운을 뗐다.

“맛과 위생, 서비스와 친절은 잘되는 가게의 기본이에요. 예전에는 기본만 지켜도 성공한다 했지만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다릅니다. 외출을 꺼리는 시기에 어렵게 결심한 외식이라 기왕이면 친근하고 믿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집을 찾죠. 신뢰와 믿음은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입니다. 음식을 파는 게 전부가 아니라 진심을 다해 믿음을 주고, 음식과 함께하는 순간의 행복한 경험을 쌓게 해주는 것이죠. 작은 가게의 힘은 여기서 생겨요.”

김 대표도 처음 막국수 가게를 열던 무렵에는 하루 한 그릇 판 날도 있다. 어려울수록 그는 기본에 충실하며 ‘매출을 어떻게 올릴까?’보다 ‘손님에게 어떻게 잘해드려서 또 만나뵐까?’를 고민했다. 그렇게 한 그릇이 열 그릇이 되고, 열 그릇이 백 그릇, 천 그릇이 될 때까지 진심이 가 닿는 시간이 쌓였다.



먼 길 돌아 다시 이곳에

김대표는 한때 남편과 함께 서울 압구정에서 규모가 큰 일본식 선술집을 운영했다. 워낙 상권이 좋아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모든 손님을 다 만족시키려다보니 메뉴는 80여가지에 이르었고, 어떤 걸 주문해도 무난하지만 손님들에 인상적인 메뉴가 한가지도 없다는 것을 그땐 몰랐다.
차별화에 실패하고 경쟁력이 없어진 가게는 압구정 상권이 무너지면서 같이 무너졌다. 힘든 일은 한꺼번에 온다고, 밤낮이 바뀐 삶 속에서 남편이 대장암 1기 판정을 받았다. 불어나는 카드 값에 가게 운영마저 어려워진 부부는 결국 수억 원대의 빚을 떠안고 모든 것을 접어야 했다. 10여 년 전 일이다. 그때의 뼈아픈 경험은 ‘진심 경영’ 철학을 쌓는 큰 계기가 됐다.

사업에 크게 실패하고, 부부는 다시 일어날 힘으로 막국수를 찾았다. 장이 예민한 남편이 즐겨 먹는 음식이자, 부부가 유일하게 공통으로 좋아하는 메뉴가 막국수였다. 남편 유수창 씨가 홍천의 막국숫집에서 노하우를 전수받았고 이듬해인 2012년 용인에 막국수 가게를 열었다.



음식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막국수를 먹으면서 메밀 향에 빠져본 기억이 있는가. 김윤정 대표는 막국수 면은 따지자면 “은회색 같은 맛”이라고 했다. “꼭꼭 씹어야지 메밀이구나…” 하고 안다고. 자고로 막국수는 면과 육수, 양념이 모두 조화를 이뤄야 제 맛이 산다. 육수와 양념이 너무 진하면 메밀의 향을 덮는다. 부부는 메밀 본연의 맛에 집중하며 ‘들기름막국수’를 고안해냈다.

“강원도에 막국수를 먹으러 갔는데, 간간이 풍기는 들기름 냄새가 좋더라고요. 양념과 육수를 거둬내고 면에 들기름 술술 둘러 김가루와 깨를 뿌리고 간장을 섞어 먹었더니, 입 안에 메밀 향이 그윽했어요. 들기름막국수를 만들어 단골손님에게 슬쩍 권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곧 단골만 먹을 수 있는 메뉴로 입소문이 났죠. 지금도 들기름막국수는 메뉴판에 없지만 비빔막국수보다 더 잘 팔리는 우리 가게 시그니처 메뉴입니다.”

현재 김윤정 대표는 들기름막국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오뚜기와 협업으로 연구 중이다.

사람들이 맛집을 검색해 찾아가는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내가 발견한 곳을 함께 나누고, 감탄의 순간을 함께 만끽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여기서 가게 주인장의 소명이라면 그 여정에 기꺼이 동참하는 것이다.

“손님들은 작은 것들에 마음이 움직입니다. ‘어머! 오늘은 아드님과 함께 오셨네요?’ 하고 먼저 알아보는 거죠. 손님은 돈을 내서 우리 음식을 사고, 우리는 그에 맞춰 음식을 내어주는 교환 관계에 있어요. 관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로 만드는 것이 이 일의 본질이죠. 손님과 나 사이에 이야기와 추억이 쌓여 지금을 만듭니다. 가게 매출이 오르는 것보다 ‘그 집 가서 좋았어’라는 손님의 한마디가 더 힘이 나요.”

고기리막국수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비결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성을 다하는 마음에 있다. 손님이 우리 가게를 찾은 이유를 알고 그걸 기꺼이 내어주는 마음. 결국 작은 가게의 힘은 사람에게서 온다. 오늘도 고기리막국수는 들기름 냄새로 고소하다.



오래가는 작은 가게의 성공 비밀

1. 기다림이 설렘이 되도록
장사는 손님이 오기 전부터 시작된다. 소중한 사람과 맛있는 식사를 하는 이 시간이 편안하고 따뜻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공간에도 묻어난다. 무엇보다 식사를 기다리는 공간은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손님들이 잠시 고단함을 내려놓고 설렘으로 기다리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2. 화려한 서비스보다 정교한 진심으로
“여기 어떤 게 맛있어요?”라는 질문에 “다 맛있어요”라는 대답은 다 별로라는 말처럼 들린다. 대부분의 가게는 손님들이 찾는다는 이유로 맥락 없이 메뉴를 늘린다. 위기가 닥칠 때마다 순간을 모면하려 하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우리 가게의 존재 이유를 떠올려봐라. 선택과 집중을 통해 품질을 높여야 선택받을 수 있다.

3. 컴플레인하는 손님도 귀하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가게를 운영하다 보면 컴플레인이 없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어떤 경우든 손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보는 게 기본이다. 그나마 불만을 이야기하는 손님은 애정이 있어서 괜찮다. 제일 무서운 건 아무 말도 안 하고 가서 다시는 안 오는 사람이다.

4. 다시 오고 싶은 가게의 정서
한 번 온 손님이 단골이 되는 데는 가게가 주는 편안함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응당 내야 할 돈을 내고 음식을 먹으면서도 손님은 반찬 추가에도 눈치를 보고 ‘고맙다’ 혹은 ‘미안하다’고 말한다. 손님이 요구하기 전에 미리 반찬을 챙기는 일은 따뜻한 배려다. ‘눈치’의 반대말은 ‘편안함’이다. 편안함은 단골을 만들고 싶은 가게가 반드시 갖춰야 하는 정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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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 중에서
  • 2021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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