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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리굴리 프렌즈’ 김현 작가

“세대를 잇는 일러스트를 꿈꿉니다”

글 : 차지현 명예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굴리굴리 프렌즈’를 아시는지. 돼지 캐릭터 ‘데이지’, 개구리 캐릭터 ‘포비’를 중심으로 ‘굴리굴리’라는 여름 숲에 사는 동물 캐릭터들을 표현한 굴리굴리 프렌즈는 아이뿐 아니라
2030세대의 마음까지 사로잡고 있다. 세대를 아우르는 이 캐릭터들을 만든 주인공은 그림책 작가 김현.
일러스트 분야에서 새로운 물결을 주도하는 그를 경기도 화성에 있는 작업실에서 만났다.
김현 작가의 작품은 따스하다. 어린 시절의 놀이, 장난감, 자연, 친구 등을 주제로 한 일러스트로 동심을 자극한다. 18년 차 일러스트레이터인 그는 활동 반경이 넓다. 아트북 제작이나 개인 전시회 이외에도 SPC그룹, 동아제약, 스타필드, 애니멀 테마파크 주렁주렁 등의 브랜드와 협업하면서 입지를 다졌다. 2017년 어린이날에는 포털사이트 네이버 메인 디자인에 굴리굴리 프렌즈가 등장해 큰 반응을 얻었고, 현재 네이버 사옥 외벽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굴리굴리 프렌즈는 김현 작가를 일러스트레이터로서 반석에 올려놓은 캐릭터지만, 그 시작은 미미했다. 그는 굴리굴리 프렌즈 탄생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굴리굴리 프렌즈는 사업을 위해 만든 게 아니에요. 굴리굴리(goolygooly)는 대학교 졸업 작품으로 직접 만든 보드게임이었죠. ‘주사위를 굴린다’라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에요. 졸업 후 책이나 학습지 등에 일러스트 작업을 하면서 조연으로 만든 캐릭터가 ‘데이지’예요.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유독 애정이 가는 캐릭터였습니다.”

수익 모델이 따로 없었던 데이지에 매일 시간을 투자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매일 밤 업무가 끝난 후 데이지 일러스트 작업을 해서 블로그나 SNS에 올렸다. 욕심 없이 시작한 작업에 서서히 반응이 왔다. 데이지를 주인공으로 한 작업 의뢰가 들어오고, 작업 결과물인 상품도 많이 팔렸다. 2003년에는 디자인 상품 전문 쇼핑몰 ‘텐바이텐’에도 입점했다. 굴리굴리가 인기를 얻으면서 팬들도 많아졌다.

“제게 데이지와 포비는 소속사 빅히트의 BTS와 같은 존재예요. 사랑을 많이 받아서 계속 좋은 작업들이 이어졌어요. 애틋한 아이들이죠.”


볼 때마다 다르게 느끼도록

김현 작가는 어려서부터 늘 ‘그림 잘 그리는 애’로 통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그림을 그리면 칭찬을 듣고, 그림으로 상을 받다 보니 자연스럽게 화가를 꿈꾸게 됐다. 미술고등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그는 대학에서 산업디자인학과를 선택했다. 서양화와 디자인 모두를 공부하다 보니 여러 미술 분야에 도전하고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됐다.

그림책 작가로서 첫발을 뗀 건 1999년, 대학교 3학년 때 공모전 당선이 계기가 됐다. 이때 첫 그림책을 출간한 후 18년째 그림책 작가로 활동 중이다. 그림책 역사가 길지 않은 한국에서 그림책 작가로서 그의 이력은 꽤 긴 편이다. 그림책뿐만 아니라 일러스트 전시회, 디자인 상품(굿즈) 판매 등 일러스트 분야에 새로운 물결을 주도하고 있지만, 그는 그림책 작가로 불리는 게 가장 좋다고 한다.

김현 작가의 첫 그림책은 전래동화 《술이 나오는 그림》이다. 굴리굴리 프렌즈 그림체와는 다른 느낌이지만, 동글동글하고 따뜻한 분위기는 비슷하다. 자신만의 그림체를 찾아가는 중 영유아, 유치원 전후의 아이들에게 잘 맞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어린아이들을 위한 작품을 만들 때는 염두에 둘 부분이 많다. 아이들은 그림을 직관적으로 보기 때문에 그는 가능한 텍스트 없이 그림만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을 구성하려 한다. 또 아이들은 단순한 책이라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보는데, 같은 책을 보더라도 매번 다르게 느낀다.

“단순하지만 재밌는 요소를 많이 넣으려 해요. 나뭇잎 하나를 그려도 달팽이나 무당벌레가 지나가면서 갉아먹은 자국을 그려 넣는 식이죠. 처음엔 무심코 지나쳐도 다음에 읽을 때 새로운 이야기가 되거든요. 그림책으로 세상을 접하는 아이들은 백지와 같아요. 다채로운 색 구성 등에 신경을 많이 쓰고, 긍정적인 내용을 보여주려 합니다.”


그림으로 세상을 밝히는 선한 영향력

김현 작가는 2016년부터 매년 종이 달력을 발행하고 있다. 출판사의 의뢰가 아닌, 팬과의 약속이다. 달력 마지막 페이지에는 이 프로젝트에 후원해준 사람들의 이름을 써 넣는다. 팬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간다는 의미에서다. 작년부터는 매달 블로그에 달력과 배경화면을 무료로 공유하고 있다. 김현 작가에게 ‘달력 프로젝트’는 수익이 생기는 작업은 아니지만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하나의 통과 제의가 됐다.

좋은 그림 한 점의 힘을 알기에 그는 재능 기부를 아끼지 않는다. 우울증을 앓는 지인에게 그림을 선물해 위로를 건네기도 하고, 여성보호센터에 그림을 기부하기도 했다. 또 세이브더칠드런 해외결연후원자에게 굴리굴리 프렌즈 액자와 엽서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한번은 개인전이 끝난 후 남은 작품을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장애인종합복지관에 기부했어요. 아이들이 지내는 곳인데, 벽이 어둡고 칙칙했거든요. 예쁜 그림 하나만 걸어둬도 분위기가 달라지겠다고 생각했죠. 제 그림을 보며 많은 아이들이 더 큰 꿈을 키웠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세대와 세대를 잇는 예술가

일본 도쿄에서 세 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모리노오우치’라는 그림책 미술관이 있다. 1년에 네 그룹 정도만 초청해서 유료 전시를 하는 특별한 미술관이다. 겨울이면 사슴이나 곰 같은 동물이 내려오는 깊은 숲인데도 전시를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든다. 전시를 찾는 사람 중에는 어린아이뿐 아니라 연세가 지긋한 어른들도 많다. 어렸을 때 그림책을 보고 자란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주 손을 잡고 전시를 온다.

“모리노오우치 같은 미술관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그림책이 어린이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세대가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예술 분야가 됐으면 해요.”

그림책이 한 세대를 넘어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트렌드도 바뀌고, 새로운 작가도 계속 뛰어든다. 그렇지만 김현 작가는 동화 같은 꿈을 이루기 위해 늘 고민한다. 할머니가 어릴 적 너무 재밌게 읽어서 손주에게도 읽어주고 싶은 책을 만드는 것. 그런 그림책 전시회를 여는 것이 그의 한결같은 목표다.
  • 202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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