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안은영〉 남주혁

특별한 기운의 ‘인간 충전기’

글 : 선수현 기자  / 사진제공 : 넷플릭스(Netflix) 

“서로의 흉터에 입을 맞추고 사는 삶은 삶의 다른 나쁜 조건들을 잊게 해주었다.”
정세랑 작가의 소설 《보건교사 안은영》에 나오는 문구다. 소설은 안은영의 특별한 세상을 명랑하고 따뜻하게 소개하는데,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보듬고 채워나가는 과정에서 기쁨과 슬픔, 감동과 위안을 안긴다.
이 소설이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으로 영상화됐다. 특별한 운명을 타고난 안은영만큼 특별한 기운을 갖고 있는 홍인표 역할은 남주혁이 맡았다. 안은영이라는 존재를 보완해주는, 그야말로 완전한 인간 충전기다.
넷플리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의 주인공 안은영(정유미) 눈에는 남들이 볼 수 없는 젤리가 보인다. 젤리는 인간의 욕망이 낳은 잔여물쯤 되는데, 무해한 젤리가 있는 반면 인간에게 깊이 관여하는 젤리도 있다. 비비탄총과 무지개칼로 나쁜 젤리를 무찌르는 안은영은 그 남다름 때문에 배척받고 이상한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가 새로 부임한 목련고는 갖가지 젤리가 출연하는 곳. 그의 일상은 하루도 조용할 수가 없다.

안은영의 조력자로 등장하는 홍인표(남주혁) 역시 남다른 삶을 살아온 인물이다. 할아버지가 설립한 학교에서 한문교사로 무기력하게 재직하고 있다. 오토바이 사고로 생긴 다리 장애를 감추려는 듯 늘 헐렁한 바지를 입고 터덜터덜 걸어 다니던 그의 삶은 요상한 안은영의 등장으로 더 남달라진다. 홍인표는 특별한 기(氣)를 갖고 있어 안은영의 에너지가 소진됐을 즈음 손을 꼭 잡아 에너지를 충전해준다. 안은영이 슈퍼마리오라면 홍인표는 버섯인 셈.

“(극중에서) 남을 도와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뿌듯했어요. 희열감을 느끼고요. 누군가가 알아봐주는 에너지를 또 다른 누군가에게 줄 수 있다는 게 정말 큰 힘이라고 생각해요.”

학교에는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친구들도 많다. 임대아파트에 산다고 따돌림받는 친구, 레즈비언이라고 잠정 에이즈 환자로 취급받는 친구 등. 하지만 선생님들은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다. 교문 밖에서 남과 다른 삶을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스스로가 이겨내도록 내버려두는 편에 가깝다. 그저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사건들에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예상 밖의 찰떡 캐스팅

〈보건교사 안은영〉은 정세랑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두터운 마니아 독자층을 보유하고 있는 작품이 영상으로 옮겨진다는 소식에 팬들의 관심사는 두 가지였다. 젤리가 어떻게 구현될지, 누가 캐스팅될지.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 〈페르소나〉 등에서 확고한 스타일을 구축한 이경미 감독은 정세랑 작가와 의기투합해 총천연색의 젤리를 만들어냈고, 반응 역시 좋았다. 안은영 역에 캐스팅된 정유미는 그야말로 찰떡이었다. 특유의 사랑스러움과 당당함으로 젤리를 지키고 젤리와 싸우는 안은영 역할에 정유미는 일찌감치 거론된 터였다.

반면 홍인표 역에 남주혁이 낙점되자 갸우뚱한 반응이 주를 이뤘다. 소설 속 홍인표는 중년 남성을 연상케 했기에 ‘만찢남’이란 별명으로 수많은 ‘남친짤’을 만들어낸 남주혁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그러나 기우였다. 남주혁은 소설과는 또 다른 결의 완벽한 홍인표를 보여줬다. 학교와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누구보다 강한 외유내강의 홍인표 말이다.

이경미 감독은 “남주혁은 촬영장에 오기 전 미리 고민을 많이 하고 오는 배우”라며 “‘남주혁이어서 작품 속 캐릭터가 이렇게 매력적일 수 있구나’라는 놀라운 체험을 관객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독특한 ‘병맛’ 코드가 관전 포인트. 남주혁은 그 특성을 살려 캐릭터에 녹여냈다. 특히 옥상에서 학생들을 향해 “아이고, 다 날아가네”라고 던진 대사는 남주혁의 애드리브였다. 종잇장처럼 하나둘 날아가는 학생들을 부를 때 그는 실제 친한 친구들의 이름을 모두 소환했다.

“홍인표라는 인물을 재밌게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젤리를 어떻게 표현해낼까도 궁금했고요. 정유미 씨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저는 잘 따라가기만 했을 뿐이에요. 따라가다 보니 좋은 시너지가 나온 거죠.”



그와 함께 충전 완료!

남주혁은 중학교 시절 농구선수로 활동했다. 어릴 적 함께 텔레비전을 보던 할머니가 “주혁이도 저런 데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에 ‘농구선수가 되면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겠지’라고 생각한 터였다. 하지만 정강이뼈에 혹이 나서 두 번의 수술을 받으며 농구선수의 꿈을 접었다. 스무 살이 된 남주혁은 ‘1일 모델 체험’에 지원했다가 1위를 차지하면서 모델 활동을 시작했다.

남주혁은 악동뮤지션의 ‘200%’와 ‘Give Love’ 뮤직비디오, 버라이어티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 출연했다. 이후 스타 등용문이라 불리는 학교 시리즈 드라마 〈후아유-학교 2015〉를 통해 정식 연기자로서 첫발을 뗐고 그해 신인연기상을 수상했다. 〈치즈인더트랩〉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하백의 신부 2017〉 〈역도요정 김복주〉 등에서 로맨스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여심을 충전해갔다.

한지민·김혜자와 함께 출연한 〈눈이 부시게〉는 그에게 연기자로서 한 걸음 성장하게 한 드라마다. 이 드라마에서 그는 말간 얼굴에 쓸쓸함을 담아내며 따스한 마음의 전달 폭을 넓혔다. 김석윤 감독은 남주혁에게 “이 드라마로 힐링이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드라마는 남주혁뿐 아니라 시청자에게도 힐링을 선사했다. 〈보건교사 안은영〉으로 시청자들에게 특별한 기운을 전한 남주혁은 드라마 〈스타트업〉에서 이 시대 불안하고 두려워하는 청춘을 대변하며 뜨거운 에너지를 전하고 있다.

스무 살 무렵, 배우의 길에 들어서며 “공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자”는 목표를 정한 남주혁. 작품마다 공감의 저변을 넓히며 목표를 채워가고 있다. 동시에 공감 너머 보는 이의 마음도 함께 충전 중이다. 때론 달달하게, 때론 유쾌하게 남주혁의 기운으로.
  • 202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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