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아를 잡아주는 힘 上

"욕심을 놓으니 마음의 여유가 생겼어요"

글 : 선수현 기자  / 사진제공 : 에이엠엔터테인먼트·영화사 올(주) 

“10~20대는 뭔가 찍고 넘어서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어요. 어떤 방향의 길들이 너무 길고 멀다 보니까 조급했죠. 30대는 버릴 것과 취할 것이 좁혀지더라고요. 일정 부분 이상의 욕심을 놓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생겼어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은 누구에게나 엄습하기 마련이다. 특히 무수히 많은 별들이 뜨고 지는 연예계에서 이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거의 없다. 새로운 별들이 빠르게 주류를 형성하고, 그 사이에서 고유 빛깔을 찾지 못한 별은 더 환한 빛에 이내 스러져간다. 20여 년의 연예계 활동을 해온 신민아는 더 밝게 빛나기 위해 자신을 옭아매지 않기로 했다. 욕심을 내려놓고 순간순간의 의미를 찾는 데 집중했다. 그러자 마음이 편안해지고 감사함을 갖게 됐다.


비우니 차오르는 것들

시작은 잡지 모델이었다. 패션잡지 《키키》 모델로 데뷔한 신민아는 열다섯 살의 과즙미 넘치는 싱그러운 웃음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드보드지로 만든 필통, 교과서 겉면에 좋아하는 모델 사진을 오려 붙일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됐다. 그 인기는 90년대 패션잡지 르네상스를 이끌던 배두나, 이요원, 김민희, 김효진 등과 나란히 했다.

활동 범위를 넓히기 시작한 영역은 뮤직비디오. 이승환의 ‘당부’, god의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조성모의 ‘아시나요’ 등의 뮤직비디오에 잇달아 출연하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특히 발매하는 앨범마다 수백만 장의 기록을 세우며 드라마형 뮤직비디오로 화제를 모은 조성모 신곡에 출연하면서 그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베트남 소녀로 등장한 신민아는 이국적인 분위기가 더해져 한동안 베트남 사람이 아니냐는 오해를 달고 살았다.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과 영화 〈화산고〉로 본격적으로 배우 길에 들어선 그는 드라마 〈때려〉 〈이 죽일놈의 사랑〉 〈마왕〉과 영화 〈무림여대생〉 〈10억〉 〈키친〉 〈달콤한 인생〉 등에서 다양한 얼굴을 보여줬다. 신민아 특유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뽐낸 작품은 순진무구한 어린아이 같은 구미호를 연기한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다. 이후 〈아랑 사또전〉에서 천방지축 처녀귀신으로,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는 조정석과 부부 케미를 보여주며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깊이 새겼다.

실제 연애사도 대중에게 호감을 샀다. 비인두암을 앓는 연인 김우빈의 곁을 굳게 지킨 것. 두 사람이 함께 병원을 찾는 목격담이 속속 등장하자 그 앞날을 응원하는 대중이 늘어갔다. 열애설에 휘청일 수도 있는 인기가 오히려 더 견고해졌다. 서로가 가장 필요한 시기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며 인생의 중요한 가치를 몸소 보여줬기 때문이다.

욕심을 내려놓자 자신이 잘해온 배역보다 배우로서 다양한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드라마 〈보좌관〉에서 그는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 분투하는 여성 정치인으로 출연했다. 〈보좌관〉은 신민아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줬고 시청률 역시 호조를 보이며 막을 내렸다. 전전긍긍하며 조급해하기보다 과정 자체의 재미와 의미를 찾은 결과다.

“어느 자리에 올라서고 싶고, 또 지키고 싶은 마음이 들죠. 그런데 저 스스로 압박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누군가는 제 연기를 좋게 보지 않을 수 있지만 그게 제 행복의 절대적인 기준이라 생각하지 않거든요. 오히려 준비하는 과정에서 순간순간 재미를 찾으려고 해요. 그러면 압박감이 다르게 다가오더라고요.”
  • 202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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