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아티슨앤오션 대표

수중 스포츠의 디지털화, 전 세계 스쿠버다이버를 사로잡다

글 : 최선희 객원기자  / 사진 : 김선아   / 사진제공 : 아티슨앤오션 

아티슨앤오션은 스쿠버다이빙에 필요한 장비와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다. 작은 스타트업이지만 ‘가격은 낮추고, 편의성을 높인’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여 전 세계 스쿠버다이버들을 사로잡았다. 그 뒤에는 창업자이자 스쿠버다이빙 마니아인 김정일(31) 대표가 있다. 그는 자신이 스쿠버다이빙을 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 제품을 직접 만든다. 시장이 그의 제품에 환호하는 이유다.
수심 수십 미터 아래 바닷속 탐험은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위험도 따른다. 다이버들이 잠수 시 다이빙 컴퓨터를 반드시 휴대해야 하는 이유다. 무감압 한계 시간, 수심, 다이빙 시간, 수온, 상승 소요 시간, 상승 속도, 산소중독 경고, 감압 지시사항 등을 수시로 확인하며 잠수병을 예방한다. 하지만 이들 장비는 가격이 비싸고, 수중 촬영을 위해서는 방수 카메라를 별도로 구비해야 한다.

아티슨앤오션이 선보인 ‘다이브로이드’는 이런 불편함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다이빙 컴퓨터, 수중 카메라, 다이빙 로그북(입수와 출수 시간 등의 정보를 기재하는 일지) 등 세 가지 기능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방수 기능이 있는 케이스(하우징) 안에 스마트폰을 넣고 밀폐한 뒤, 외관에 부착된 버튼을 눌러 작동시키는 방식이다. 세 개 이상의 장비를 따로 구입해야 했던 것을 하나로 합쳐 가성비를 높이고, 기종에 상관없이 모든 스마트폰과 호환도 가능하다.

다이빙을 마치고 일일이 손으로 적거나 따로 옮겨야 했던 다이빙 관련 기록이나 사진도 앱을 통해 휴대폰에 자동 저장된다. 인터넷만 연결되면 지인들과 공유할 수도 있다. 김정일 대표는 “각각의 기능을 스마트폰 안에서 하나로 통합해 쓸 수 있게 만든 소프트웨어가 우리 핵심 기술”이라며 “요즘은 누구나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점에 착안해 하드웨어와 연동하는 방식을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킥스타터’ 크라우드 펀딩, 목표치 50배 이상 달성

물 속에서도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을 활용해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특히 방수 카메라 없이도 스마트폰 카메라의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입니다. 물속에서 사진을 찍으면 실제보다 색감이 가라앉기 때문에 기존에는 필터를 사용해서 보정했어요. 물 색깔에 따라 각기 다른 필터도 필요했고요. 그런데 이제는 수중 카메라를 따로 휴대할 필요도 없고, 촬영하면서 실시간으로 보정 작업도 할 수 있습니다. 줌이나 광각, 접사 등의 기능도 쓸 수 있고요. 수중 카메라 시장도 필름에서 디지털로,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옮겨가는 추세인데 그 변화를 저희가 선도하고 있습니다.”

편리함과 가성비를 무기로 다이브로이드는 현재 무서운 속도로 성장 중이다. 지난해 11월 한 달간 ‘킥스타터’에서 진행한 선주문 크라우드 펀딩에서 목표치인 1만 달러(약 1200만 원)를 무려 50배 이상 초과 달성했다. 킥스타터에서 스쿠버다이빙 장비 분야 세계 1위라는 기록도 세웠다. 또 다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인디고고’에서도 선주문 매출이 3억 원을 넘었다. 지금 전 세계 다이버들에게 다이브로이드는 일종의 ‘신세계’다.

김 대표가 스쿠버다이빙과 인연을 맺은 것은 스무 살 때 가족들과 팔라우로 여행을 떠난 것이 계기였다. 현지에서 스노클링을 즐기며 바닷속 세상을 처음 접한 그는 더 깊은 곳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친구와 함께 제주도로 가 다이버 자격증을 땄다. 대학에서도 다이빙 동아리 활동을 했다.


태국에서 콘서트장 알바로 창업자금 마련

‘다이브로이드’에는 수심, 다이빙 시간, 수온 등 안전한 다이빙을 위한 필수 정보들이 표시된다.
“전공이 건축공학이었는데 1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좀 오래 했어요. 대학이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시간을 좀 갖고 세상 구경을 하며 뭘 하고 싶은지 찾아보고 싶었죠. 2년 동안 30여 개국을 돌며 배낭여행을 했어요. 아름다운 바닷가를 찾아다니며 다이빙도 실컷 했고요. 그러면서 이 아이템을 떠올렸어요. 다이빙은 정말 좋았지만, 다이빙 컴퓨터나 수중 카메라 같은 안전장비들이 너무 고가라 좌절감이 들 정도였죠. 그래서 누구나 갖고 있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저렴하면서도 필요한 기능을 다 갖춘,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결국 그는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지원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교했다. 그곳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2013년 아티슨앤오션을 만들었다. 창업 자금은 2012년 6개월간 태국에 머물면서 K팝 콘서트장용 야광봉, 티셔츠, 응원 배너 등을 판매해 마련했다. 한류 바람이 거셀 때라 꽤 괜찮은 사업이었다.

창업 후 1년간 제품 개발에 주력한 결과 2014년 다이브로이드의 1세대 격인 상품을 출시하고, 지금은 4세대 버전까지 나온 상황이다. 해마다 주문량이 크게 늘어 올해는 강원도 태백에 새 공장도 착공할 예정이다.


강원랜드 주최 스타트업 공모전 1위

20~30대의 직원들로 구성된 아티슨앤오션은 매년 전 직원이 스쿠버다이빙을 하며 워크숍을 진행한다.
“얼마 전 강원랜드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폐광지로 이전하는 스타트업 기업들에게 최대 10억 원을 지원하는 공모전을 열었어요. 강원도와 연관 있는 분야만 지원할 수 있는 사업이었는데, 감사하게도 저희가 1위를 했습니다. 삼척 장호항에서 스노클링 장비 렌털 사업을 계획 중이에요. 공모전 덕에 공장 문제도 해결하게 됐어요.”

창업 이후 7년간 쉼 없이 달려오며 다이빙 장비 역사의 전환점을 만든 김정일 대표. 혼자 시작한 회사는 직원 여덟 명 규모로 커졌고, 연매출도 30억 원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다이빙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다이빙을 즐기는 사람이 외국은 800만 명, 우리나라는 30만 명 정도 된다고 해요.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도 해마다 100만 명 이상이고, 다이버 한 사람당 평균 장비 구입비는 연간 1500달러(약 180만 원)라고 합니다. 꽤 매력적인 시장이지요. 부담 없이 누구나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겠다는 본래의 목적을 잊지 않고, 더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매진할 계획입니다. 일상에서는 많은 부분이 빠르게 디지털화됐는데, 수상 스포츠는 변화가 좀 더딘 편이라 할 일이 많아요. 다이브로이드를 시작으로 ‘수상 스포츠의 디지털화’를 이끌어가려 합니다. 다이빙 장비 개발이나 마케팅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많이 지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상시 채용이고, 직원 복지제도의 하나로 스쿠버다이빙도 배울 수 있습니다.(웃음)”
  • 2020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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