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하 단하주단 대표

전 세계에 한복 열풍 일으킨 블랙핑크 뮤직비디오 ‘그 옷’

글 : 최선희 객원기자  / 사진 : 김선아   / 사진제공 : 단하주단 

K팝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4인조 걸그룹 블랙핑크가 신곡 발표와 함께 또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지난 6월 말 선보인 ‘How You Like That’은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 최단 시간 내 1억 뷰, 2억 뷰, 3억 뷰, 4억 뷰를 차례로 돌파하며 연일 신기록을 갱신 중이다. 이들이 무대 의상으로 입은 한복에도 관심이 쏠렸다. 창업 3년 차 스타트업인 단하주단의 작품으로, 한복을 새로운 패션 스타일로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블랙핑크는 지난 6월 26일 미국 NBC TV 〈지미 팰런 쇼〉를 통해 신곡 ‘How You Like That’을 공개했다. 당시 이들은 전통문양이 새겨진 저고리와 한복 치마, 도포 스타일의 겉옷을 입고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여 전 세계 팬들을 사로잡았다. 동시 접속자 수가 21만 명에 달했고, 무대가 끝난 뒤 구글에서는 ‘Hanbok(한복)’ 검색량이 급증했다.

블랙핑크 의상을 제작한 단하주단 온라인 쇼핑몰도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 특히 유명 스타일리스트나 해외 고객들의 문의가 부쩍 많아졌다. 단하주단의 단하(30) 대표는 “미국·중국·태국·말레이시아 등 전 세계에서 주문이 쇄도해 주문량이 1000% 정도 늘었다”면서 “창업 후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아직도 좀 얼떨떨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블랙핑크 스타일리스트가 옷을 가져가긴 했지만 진짜 입게 될지 몰라서 크게 기대하진 않았어요. 마음 졸이며 지켜보고 있었는데 하이라이트 격인 마지막 군무 장면에서 저희 옷이 나와서 깜짝 놀랐어요. 전통의상과 화려한 퍼포먼스가 의외로 잘 어우러져 더 큰 관심을 받은 것 같아요.”


그의 설명에 따르면, 블랙핑크 멤버 로제가 입은 의상은 조선시대 무관의 옷인 철릭이다. 저고리에 치마가 합쳐진 형태로 오늘날 원피스와 비슷하다. 제니가 입은 의상은 남자 도포를 모티브로 디자인했다. 안에 입은 크롭톱은 한복 속옷의 하나인 가슴가리개를 겉옷으로 변형시킨 것. 옷에 새겨진 문양은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 중인 궁중보자기의 ‘봉황문 인문보’에서 따왔다.

“외국 사람들은 ‘동양 옷’ 하면 기모노를 가장 먼저 떠올리더라고요. 못마땅하지만 한 번에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어서 늘 안타까웠어요. 다행히 요즘은 K팝이나 드라마 같은 한류 콘텐츠가 한복을 알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도 그렇고, 방탄소년단도 뮤직비디오에서 도포와 갓을 착용해 화제가 됐잖아요. 이번에 블랙핑크를 통해 한복의 아름다움이 더 널리 알려지면 좋겠습니다.”


첫 직업은 카지노 딜러, 소일거리가 업을 바꾸다

© YG엔터테인먼트
그의 본명은 김남경. 단하는 그가 한복을 배우러 다녔던 궁중복식연구원 스승 조경숙 명인이 지어준 예명이다. 단하주단을 낸 이후 그는 대부분의 경우 이름 대신 예명을 쓴다. 뜻을 묻자 ‘비단 단에 여름 하, 여름 비단’이라고 풀어준다.

지금은 한복을 현대적으로 디자인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지만, 한복과 인연을 맺기 전 그의 첫 직업은 카지노 딜러였다. 전공인 중국어를 사용할 수 있고, 높은 연봉과 자유시간 등 여러 면에서 매력적인 직업이었다.

일이 익숙해지고, 교대근무를 하는 업무의 특성상 쉬는 날이 많아지자 그는 소일거리로 할 만한 새로운 일을 찾았다. 그때 떠올린 것이 온라인 한복 대여점이었다. 오프라인 매장에 비해 저렴한 가격과 막 유행처럼 번지고 있던 ‘파스텔 톤’ 신부 한복의 인기로 금세 입소문이 났다. ‘재미 삼아’ 시작한 일이 6개월 만에 월급을 뛰어넘었다. 결국 3년간의 직장생활을 접고, 본격적으로 사업가의 길에 들어섰다.


부산 집, 서울 궁중복식연구원 오가며…


“빌려주는 일이었지만 직접 디자인해서 제작을 맡겼어요. 그런데 한복 바느질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으니 답답할 때가 많더라고요. 이걸 계속하려면 제대로 공부해야 할 것 같아서 궁중복식연구원에 다녔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부산 집과 서울에 있는 연구원을 오가며 열심히 배웠죠. 옷을 만들 줄 알게 되니 이론이 부족한 게 마음에 걸려서 2018년 성균관대 대학원에 들어갔고, 진짜 제 옷을 만들고 싶어 그해 8월 단하주단을 창업했어요. 영상과 웹 디자인 일을 하던 친구를 설득해 함께 시작했죠.”

마침 그 즈음 서울새활용플라자가 주관한 에코디자인 스타트업 입주 공모전에 선발돼 사무실과 쇼룸을 마련할 수 있었다. 단하주단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액세서리 소품들은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다. 판로를 고민하는 ‘이웃’들을 위해 그가 자신의 온라인 플랫폼에 공간을 마련해준 것. 단 한복 디자인과 어울리는 제품들을 선별한다.

“한복을 일상적으로 입을 수 있는 옷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그의 꿈은 디자인과 소재 면에서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탄생시켰다. 통 넓은 속바지가 스타일리시한 와이드팬츠가 되고, 여름 한복의 대표적 소재인 노방으로 독특한 질감의 시스루 룩을 만드는가 하면, 남자들의 옷인 도포는 멋진 여성용 아우터로 변신한다.


원가 비싸지만 친환경·업사이클링 소재 고집


환경에 해가 되지 않는 소재를 쓴다는 점도 그가 세운 원칙 중 하나다. 단하주단 한복은 실크를 비롯해 페트병에서 추출한 원사로 만든 재활용 원단이나 유기농 면이 주 소재. 앞으로는 외국에서 실험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의류 폐기물로 만든 재활용 원단’도 사용해볼 생각이다. 이들 소재가 대중적인 합성섬유에 비해 훨씬 비싸고, 소량 구매가 어려워 제작 단가를 높이는 원인이 되지만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사실 코로나19 때문에 올 초부터 계속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저희 옷은 특별한 자리나 모임에 입고 가기 위해 구입하는 고객들이 많은데, 그런 자리들이 대부분 취소되거나 아예 만들어지지 않으니 타격이 컸죠. 블랙핑크 뮤직비디오가 큰 힘이 됐어요. 꺼져가는 불씨를 살렸다고나 할까요?(웃음)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그는 “드라마나 노래처럼 한복이 한국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문화상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전통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깨닫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 2020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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