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의 공심(公心), 그 속의 진심

글 : 선수현 기자  / 사진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말과 말 사이 정적이 흐른다. 질문을 찬찬히 곱씹어보고 답변하려는 노력이다. 그럼에도 거침이 없다.
거창하게 포장하지 않아도 그가 뱉는 말엔 짙은 잔상이 남는다. 짧은 대화에도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서다.
진한 에스프레소 같은 배우 정우성은 그렇게 상대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주변을 감싸는 그 묵직한 기류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이번에는 대통령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세상을 향해 질주하는 청춘(비트), 가진 것도 미래도 없는 한물간 복서(태양은 없다), 기억을 잃어가는 연인에게 무한한 순애보를 보여주는 목수(내 머리 속의 지우개), 광활한 대륙에서 기럭지를 자랑하며 장총을 쏘아대던 좋은 놈(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살인사건의 유일한 증인인 자폐 소녀와 마주하는 변호사(증인), 돈 때문에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세관 공무원(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영화마다 무한변신을 해온 배우 정우성이 이번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에서는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로 돌아왔다.

그는 많은 말 대신 한숨으로 대통령을 표현했다. 그가 내뱉은 한숨은 침묵 속의 외침이었다. 그 어떤 말보다 더 큰 메시지가 담겼다.

“울분이기도, 연민이기도, 자신을 다잡는 강한 의지기도 했어요. 어떻게 보면 침묵을 지키려는 자의 외침이겠죠.”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은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북한 원산에 모인 남북미 세 정상의 이야기다. 초대는 받았으나 우리 입장에서 서명할 곳은 없는 평화협정. 더욱이 북미 사이의 이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핵무기 포기에 반발하는 북한 세력이 쿠데타를 일으키며 세 정상을 납치한다. 좁디좁은 핵 잠수함에 갇힌 이들은 민낯을 드러낸다. 북한과 미국이 드러낸 속내에 한국 대통령은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입 밖으로 터져 나온 건 깊은 한숨뿐이었다.


그를 향한 시선, 그가 던진 질문

북미 정상을 설득하고 전쟁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가운데 분단 당사국임에도 평화체제 결정권은 갖지 못한 무력감을 정우성은 한숨으로 표현했다. 그 한숨의 무게는 열강에 휘청여온 분단의 세월이자, 소극적인 자주권을 발휘할 수밖에 없는 정상의 위치, 그 정도였다. 그는 “제가 바라보는 바람직한 지도자상이 연기에 투영됐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과 대통령의 입장을 파고들수록 정우성은 좋은 지도자의 모습을 그리고 또 그려보게 됐다.

“지도자는 공심(公心)이 무엇인지 아침마다 새기고, 나의 이해관계를 떠나 진정한 공무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공무 수행을 사심으로 하면서도 그 자리에 있으면 공익을 위한 거란 착각에 빠질 수 있잖아요. 공심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사회 전체를 바라보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우성은 어떤 질문에도 막힘이 없었다. 그저 질문을 찬찬히 되새겨보고 최선을 다해 답변했다. 그는 나이를 먹어가며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정세와 역사에 대한 관심도 깊어졌다고 했다. 한국 근현대사도 파고들었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주제도 평소 생각해온 줄기를 토대로 덤덤하게 풀어냈다. 〈강철비2: 정상회담〉을 보며 생각이 많아진 그는 시사회에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해방, 분단, 6·25를 겪으며 모두 긴 시간을 불행하게 보냈는데 무덤덤해지고 외면하게 됐잖아요. 이를 이용하는 사람도 있고요. 역사적으로 큰 파도가 칠 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우리였어요. 언제까지 더 불행해야 할까,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에 대한 연민이 복받쳐 오르더라고요. 우리 일을 언제까지 관조적으로 누군가에게 맡길 수는 없잖아요. 이런 작품을 찍으면서 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기도 하고 인터뷰를 통해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는 기회도 갖게 되네요. 작품이 주는 부수적 가치의 확장이죠.”

어떤 이슈에도 스스럼없이 소신을 밝히는 그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치적’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정우성은 오히려 당당하다. 정치를 주제로 이야기하는 것과 이야기를 정치적으로 하는 건 다른데 그는 전자란 뜻이다.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기에 앞서 정파에 따라 편을 가르고 재단하는 시선은 존재하기 마련이라면서.

“저는 정치적 발언을 한 적이 없어요. 한쪽 방향의 이득을 위해 편향적으로 이야기한 적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거든요. 정치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정치적인 것 아닌가요? 이번 영화나 지금의 이 이야기도 정치적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에요. 한반도 미래에 대해 우리는 어떤 관점에서 고민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는 거예요.”


세상에서 받은 사랑, 세상을 향한 관심으로


서울 사당동 판자촌 산동네에서 찢어지게 가난한 유년 시절을 보낸 정우성은 일찌감치 생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기획사 관계자의 눈에 띄어 1994년 영화 〈구미호〉로 데뷔했으며, 〈비트〉에서 방황하는 청춘의 곡예를 표현하며 그 시절 최고의 청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이후 한결같이 톱스타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는 “데뷔할 때부터 당연한 건 없다고 생각하고 항상 감사하게 여겼다”며 “세상에서 받은 사랑이라 세상에 관심을 가지려 노력했다”고 말한다.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정우성은 자신이 속한 세상의 연장선상에서 2014년 네팔을 시작으로 남수단, 레바논, 이라크, 방글라데시 등 난민촌을 방문하며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로 활동해왔다. 2018년 제주 난민 이슈가 공론화됐을 때도 피하지 않았다. 대중을 의식하며 발언을 자제할 만도 했지만 그동안 품고 키워온 생각을 자유롭게 펼쳐 보였다.

그는 당시 “대한민국에는 법과 제도가 있다. 그 안에서 그들을 심사하면 된다. 우리 입장에서 받자 말자고 할 이슈는 아니다”라며 “국제사회와 약속을 지키며 국내 사회의 불신과 우려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여론은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반대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됐지만 그 역시 하루 이틀 생각하고 꺼낸 발언은 아니었다.

“난민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자연스러운 거예요. 보편적 세상에서 우리, 국제사회에서 우리, 그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과 원인을 말하고 피해자를 알리는 거죠. 우리는 가끔 망각해요. 나와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같다는 걸. 또 인간이기 때문에 다 다르고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는 걸.”

세상에 대한 그의 관심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 열강에 의해 고국을 잃었던 디아스포라를 떠올려서 생긴 것일 수도, 혹은 판자촌에서 살았던 자신의 모습이 확장된 것일 수도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그가 침묵으로 지켜내는 톱스타의 자리는 거부한다는 사실이다. 그는 한숨 대신 책임 있는 말을 선택했다. 세상에서 받은 사랑을 세상에 돌려주기 위해 세상의 구조적 폭력에 맞서는 것. 정우성이 보여준 진심이다.
  • 2020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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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김이홍   ( 2020-08-28 )    수정   삭제 찬성 : 24 반대 : 2
아무리 영화배우지만 인성이 나쁜 사람으로 봅니다. 왜냐고요? 세월호 사고때 즉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어느극장에서 시사회 말미에 야! 박근혜 나와! 하고 관중들 앞에서 외치는걸 보고 아무리 인기를 먹고 사는 직업이라고 하지만 일개 국가원수를 대중 앞에서 그 따위로 말하는건 분명 인성이 나쁘기 때문이라고 본다.
  기관차   ( 2020-08-28 )    수정   삭제 찬성 : 16 반대 : 1
정치적이지 않았으면 하는 배우였는데
 너무 정치적이라 손절합니다.
  문재인아웃   ( 2020-08-28 )    수정   삭제 찬성 : 12 반대 : 0
니 옆방에 이슬람 사람 한 명이라도 재워주면서 난민받자고 해라... 얼굴은 번드르르 한데 머리는 드륵드륵이냐? "돌 굴러가는 소리 안 들리게 하라 ~ "
  로리 마껄리   ( 2020-08-28 )    수정   삭제 찬성 : 17 반대 : 1
알았으니 담부터 어준이같은 더런것하고 어울리지 말아주삼.
  아베드로   ( 2020-08-28 )    수정   삭제 찬성 : 1 반대 : 27
정우성씨 당신의 난민에 대한 연민 정말 올바른 생각입니다. 우리지구인모두는 서로 존중하고 서로이해하고 서로위하면서 살아야하거늘 모두 자기 잘났다고 떠들고 앉아있고 난민 가난한 사람에 대한 생각이나 연민 사랑은 없으니..작금의 세계문제는 우리모두의 문제입니다. 주님왈 너희 이웃을 너희몸처럼 사랑하라. 이것이 내 계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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