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김동완의 롱런 비결

탑골공원 시조새

글 : 선수현 기자  / 사진제공 : Office DH 

‘온라인 탑골공원’에서 꽤나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그룹 신화. 한때를 풍미했던 숱한 가수들이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동안에도 신화는 현존하는 최장수 댄스 그룹으로 남아 있다. 멤버들의 생존법은 각기 다른 모습이지만, 김동완은 스스로를 다독여가며 알곡 같은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대중에게 받은 사랑을 세상에 돌려주며 존재감을 알려온 신화 그리고 김동완. 이들의 영향력은 현재 진행형으로 많은 아이돌 그룹의 롤 모델로 자리 잡았다.
“얼쑤!”

겨우 이 한마디를 위해 판소리를 배운 김동완. 누구나 낼 수 있는 소리로 치부하면 다소 유난스런 자세다. 그렇지만 김동완은 “안 배웠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말했다. 추임새의 리듬은 다채로웠고, 노래를 해치지 않는 흥의 세계는 알수록 더 깊었다. 그런가 하면 김동완은 붓을 들기 위해 서예를 배웠다. 그것도 붓글씨를 쓰지 않고 그저 붓을 들고만 있는 장면을 위해서. 영화 〈소리꾼〉에 임하는 김동완의 자세다.

〈소리꾼〉은 〈서편제〉의 계보를 잇는 판소리 뮤지컬 영화다. 김동완은 몰락한 집안의 양반 역을 맡아 소리꾼과 조선 팔도를 유랑한다. 최장수 댄스 그룹 멤버가 판소리를 선택하다니,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그렇지만 그는 이번 영화로 사극에 대한 오랜 갈증을 해소했다.

“하찮고 행색도 추레한 역할인데 그 느낌이 재밌더라고요. 과거에는 변신해야 할 것 같아 사람들이 제게 기대하지 않는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점차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찾게 됐어요. 사람들이 기대하는 걸 잘해낸다면 누구보다 잘하는 걸로 보일 테니까요.”


가요·예능·연기 종횡무진하는 20세기 스타


‘해결사’ ‘ ’ ‘Wild Eyes’ 등으로 ‘온라인 탑골공원’에서 다시 인기를 끄는 신화가 데뷔한 것도 벌써 20여 년 전인 1998년. 신화는 대형 기획사에서 HOT, SES에 이어 데뷔해 2집 ‘T.O.P’부터 크게 주목받았다.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샘플링한 노래에 김동완은 곱상한 외모와 우아한 춤 선을 선보이며 팀 내 비주얼을 담당했다. ‘꽃댕’으로 불리던 그는 3집 ‘Only One’으로 파격 변신을 꾀했다. 울근불근 근육질의 상반신을 노출하고, 촉촉한 머리카락으로 야성미를 표현했다. 신화는 발매하는 음반마다 제법 인기를 모았지만 데뷔 8년 만인 7집 ‘Brand New’로 비로소 가요대상을 거머쥐었다. 데뷔 초반 반짝 흡입력으로 짧은 생명력을 갖는 아이돌 특성을 감안할 때 이례적인 결과였다.

신화는 팀을 오래 유지하는 비결로 잘 싸우고 잘 화해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했다. 이는 투닥투닥하는 케미로 발현되는데, 특히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그 힘이 더 빛났다. JTBC가 개국 당시 〈신화방송〉을 편성하며 예능의 초석을 다질 정도였다. 신화 멤버 대부분이 예능에서 두각을 보였지만, 그중 김동완은 엉뚱하면서 아재 개그를 살짝 섞은 재치 있는 입담으로 주목받았다. 팬클럽 ‘신화창조’ 1기 팬미팅에서 “신화는 여러분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습니다”라며 ‘갑분싸’를 연출한 일화는 두고두고 그의 엉뚱한 매력으로 회자된다.

김동완은 신화 멤버 가운데 가장 먼저 연기를 시작했다. 2004년 MBC에서 방영된 드라마 〈불새〉에서 에릭이 “어디서 타는 냄새 안 나요? 내 마음이 불타고 있잖아요”라는 대사로 로맨스 장르의 주연으로 떠올랐지만, 김동완은 신화 활동 전부터 단역으로 드라마에 얼굴을 비쳤다. 그의 연기 특징은 아이돌 이미지에 갇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2002년 KBS2 〈천국의 아이들〉로 본격 연기 활동을 시작한 그는 2005년 〈슬픔이여 안녕〉에서 역경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청년 한정우 역을 맡았고, 2012년 KBS1 〈힘내요, 미스터 김!〉에서는 아이 넷을 키우는 미혼남을 연기했다. 특히 일본 활동에 지장이 생길 것을 우려해 다른 배우들이 출연을 거절했던 MBC 광복절 특집 드라마 〈절정〉의 이육사 역할도 김동완은 자신 있게 소화해냈다.

그는 드라마에 그치지 않고 영화와 뮤지컬로도 영역을 넓혔다. 최근에는 연극 무대에 도전해 〈렁스〉에 출연했다. 김동완은 관객의 숨소리까지 전달되는 무대 위에서 오롯이 연기에 집중하며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간 대본과 상황을 깊게 파고들수록 연기 방향이 비뚤어진다고 생각했는데 그 반대였다. 연습을 거듭할수록 미처 발견하지 못한 모습이 새롭게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연기에 대한 욕심이 더욱 커졌다.

“장면마다 100번씩은 맞춰봤어요. 그런데 영화에 같이 출연한 김병춘 선배는 1만 번씩은 연습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지금껏 연기로 크게 욕을 먹진 않았지만 딱히 극찬을 받은 적도 없는데요, 그 이유가 1만 번을 채우지 않아 연기로 매료시키지 못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을 돌보고 채울 줄 아는 사람

영화 〈소리꾼〉에서 몰락한 양반으로 출연한 김동완.
모든 면에서 지나친 의욕을 보여왔던 김동완은 전원생활을 하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같은 시기에 활동한 이효리가 제주에서 살아가는 방식과 유사하다. 김동완은 경기도 가평 시골마을에서 동네 막둥이를 자처하며 형님들에게 농사를 배우고 마을의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요즘은 작은 군락을 이루며 열심히 일하는 꿀벌의 모습에 반해 양봉을 시작했다. 제법 소질도 있어 최근 벌통도 하나 더 늘렸다. 이곳에서 한적한 생활을 하다가 스케줄이 있으면 서울을 방문하고, 다시 홀로 경춘선을 타고 집에 돌아온다.

“〈힘내요, 미스터 김!〉에 출연할 때 너무 힘들어서 주변의 권유로 등산을 시작했는데 점점 그 맛을 알게 됐죠. 어느 순간 ‘내가 도시에서 소진만 하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연을 가까이하니까 도시 일을 잘하는 데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저를 충전해준 건 좋은 음식, 영양제, 사람이 아니라 자연이었죠.”

유행에 민감하고 빠르게 변하는 연예계에서 22년간 활동하며 김동완 역시 위태로울 때가 있었다. 최정상의 자리에서 사람들의 환호와 인기의 쾌감을 맛봤지만 원인 모를 불면증과 강박증으로 고통받기도 했다. 소진된 자신을 채우는 해법은 멀리 있지 않았다. 그는 자연 속에서 몸을 쓰며 일하는 방법을 찾아갔다. 등산 외에도 서핑, 하이킹, 암벽등반 같은 취미를 즐기며 타인과의 경쟁이 아닌, 스스로를 극복하는 단련을 해나갔다.

김동완에게는 ‘개념 연예인’이란 별칭이 따라다닌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소신을 거침없이 드러내서다. 그런가 하면 재난 상황이나 소외 계층을 위해 기부해온 금액이 수억 원에 이른다.

현존하는 최장수 댄스 그룹으로 아이돌의 시조새가 된 신화. 김동완은 “몸도 마음도 피폐해지면 떠날 텐데 아직 마음 한구석에 불이 올라와 늘 재정비하고 있다”고 말한다. 꺼지지 않는 그의 열정은 자신을 돌볼 줄 알고 균형감을 잃지 않는 탄탄한 내면에서 나온다. 김동완은 자신의 건강한 에너지가 타인을 향할 때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은 듯하다.
  • 2020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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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ㅇㅇ   ( 2020-07-28 )    수정   삭제 찬성 : 반대 :
'시조새'라는 식상한 타이틀은 이제 그만 붙이자. 여전히 활동 중인 현역 그룹한테 굳이 세기말, 시조새, 20세기 이런 명칭을 붙여서야 되겠는가 말이다. 뻔하고 식상한 말 갖다 붙이지 말고 깊고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담았으면 그저 그런 인터뷰 기사가 되지 않았을텐데. 탑클래스도 이젠 연예매체 수준으로 하락하는 건가.
  지나가다가   ( 2020-07-24 )    수정   삭제 찬성 : 반대 :
기사 내용 중에 '절정'의 출연을 타배우들이 꺼렸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당시 감독님은 순수시인을 연기할 유일한 배우라하여 캐스팅을 결정하셨고,타배우들과 관련될 루머는 당시 타배우들의 안티들이 지어낸 풍문일 뿐 근거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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