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배우 유아인

글 : 서경리 기자  / 사진제공 : UAA 

유아인에게 도전은 배우로서 살아남기 위한 분투다. 아역 배우로 데뷔해 18년 차를 맞는 유아인은 영화 〈베테랑〉으로 천만 배우 타이틀을 얻고, 〈버닝〉으로 이 시대 청춘을 그리며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대구 촌놈이 상경해서 가졌던 단순하고 세속적인 욕망은 거의 다 이뤘다”는 그의 말처럼 배우로서의 필모그래피는 성공적이다. 하지만 그는 안주하지 않고 계속 자신을 다그치며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그게 유아인이 배우로 ‘살아 있는’ 방법이다.
영화 〈#살아있다〉는 좀비물이다. 다만 그간의 좀비 영화와는 시선이 사뭇 다르다. 유아인이 연기한 주인공 준우는 인간성을 잃은 인간들 혹은 좀비 사이에서 최소한의 인간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영화는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내면 변화를 유아인이라는 배우를 통해 섬세하게 그려낸다. ‘꼭 살아남아야 한다’라는 당부에서부터 ‘살아 있다’라는 안도로 끝맺음하기까지. 유아인은 준우를 통해 자신의 내면 속으로 더 웅숭깊게 파고 들어갔다.

“모노드라마 같죠? 준우보다 더 극한 감정의 연기를 한 적은 있지만, 준우만큼 평범한 일상에서 극단적 상황까지 감정의 진폭이 큰 역할은 처음이에요. 그 안에서 호흡을 조절하는 게 중요했어요. 초반엔 거의 혼자 나오다 보니 늘어지지 않게, 긴장을 이어갈 수 있는 흥미로운 연기를 펼치는 게 가장 큰 숙제였죠.”

유아인은 이번 영화를 두고 “새로운 시도였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가 시작되고 40분 동안 상대 배역 없이 홀로 분투하며 끌고 가기 때문이다. 관객은 유아인의 표정에만 집중한 채 감정의 등락을 함께한다. 정점은 고립으로 인한 공포심이 극에 달한 순간. 준우에게 빙의한 유아인이 텔레비전을 부수며 절규할 땐 ‘역시 유아인’이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TV를 부수는 장면은 애드리브예요. 소리도 못 내다가 감정이 폭발하며 질러버리는 형태로 풀어버리고 싶었죠. 장면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효과적으로 잘 살리고 싶었어요. 작품이 다루고 있는 고립, 외로움, 절망 같은 감정이 응축된 장면이라 욕심을 좀 냈던 것 같아요. 혼자 리허설도 해보고, 감독님에게 직접 촬영한 장면을 보내기도 했어요. (감독님이) 달라고도 안 했는데, 하하. 제가 원래 감정에 빠져들어 헤어 나오지 못하는 걸 징그러워하는데, 이 신은 정말 빠져나오기 힘들었어요.”


장르물 첫 도전


유아인은 이제껏 다양한 색감으로 이 시대의 청춘을 그려왔다. 영화 〈완득이〉의 완득이,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의 종대, 〈좋지 아니한가〉의 용태 등 이 시대가 담고 있는 청춘 상을 자신만의 캐릭터로 색칠해왔다.

이번에 연기한 준우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이다. 아껴 마셔도 모자랄 물을 실수로 쏟는다거나 남은 식량을 한꺼번에 해치우는 어처구니없는 짓도 서슴지 않는다. 그는 “〈버닝〉의 종수가 젊음의 함축적 언어였다면, 준우는 옆집 청년 같은 평범한 친구”라고 했다.

“예전에는 내 또래를 연기해도 이질적인 느낌이었어요. 현실적인 인물인데도 표상처럼 와닿았다면, 준우는 딱히 특별할 것이 없어 더 현실감 있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물론 펼쳐진 상황은 절대 현실적이지 않았지만, 준우 자체는 현실을 가장 잘 반영한 인물이에요.”

유아인은 지금껏 “주어지는 숙제가 큰 작품을 선호해왔다”고 말한다. 애 쓰고 고생할 일이 많은 작품들. 그런 작품은 결과가 좋을 때 성취감이 더 크기 때문이다. 영화 〈베테랑〉의 안하무인 재벌 3세 조태오나, 〈사도〉에서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가득한 사도세자가 그랬다.

“강렬한 연기를 해야 그 강렬함이 남는 것 같아요. 흘러가는 편안함은 기억에 남지 않으니까. 하지만 (관객들이) 그 강렬함이 전부라고 판단하거나 해석하면 서운함이 있어요. 편식하거나 한쪽에 치우치는 선택을 해온 건 아니에요. 비교적 젊은 배우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꽤 다양한 모습을 선택하고 보여줬다고 생각하니까요.”


살아 있다는 건 뭘까?


“어이없네~”라는 명대사와 함께 날 선 배우로 이름을 날린 유아인이 퍽 오랜만에 예능 나들이를 했다. MBC 〈나 혼자 산다〉에 등장한 그는 외출하면서도 물건 하나 때문에 허둥지둥하고, 회로가 정지된 듯 멈춰선다. 슬리퍼를 질질 끌고 동네를 배회하는 모습은 영락없이 〈#살아있다〉의 준우다. 그동안 ‘배우 유아인’이 보여준 까칠함이 아닌, 본명인 ‘인간 엄홍식’으로 대중 앞에 서며 화제가 됐다. 그는 이에 대해 “그동안 편안한 삶은 가치 없다, 불편하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괴롭혀왔다”고 말했다.

“배우는 어찌 보면 평소 잘 느끼지 못한 감정을 전달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편안한 삶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결에서, 다른 차원에서의 느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괴롭혔죠. 지금은 조금 내려놨다고 할까요. 뭘 잘하려고, 나아지려는 생각을 굳이 안 해서 좀 더 편안한 것 같아요.”

그의 말처럼 전에 없던 편안함이 얼굴에서 읽힌다. 그는 요즘 자신을 살아가게 하는 동력이라며 ‘소통’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표현하는 키워드로 ‘#같이_살자’ ‘#함께해요’를 꼽았다.

“예전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내보이며 솔직하게 소통할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이 짙었다면, 지금은 실질적인 소통 자체에 무게를 둬요. 나의 성장, 나의 도전으로 새로운 내가 되기 위해 나에게 집중하던 시기를 지나, 지금은 나를 다양한 곳에서 좀 더 재밌게 써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유아인은 말 한마디도 허투루 뱉지 않는다. 오래도록 곱씹어온 생각을 인터뷰 내내 술술 풀어냈다. 그는 최근 쏟아지는 언론 인터뷰 중에서 ‘살아 있다는 게 뭘까’라는 질문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한다.

“살아 있다는 건 ‘살아 있음을 아는 것’ 같아요.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존해낸다는 말이겠고요. 사실 어떤 면에서는 지금 살아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는 ‘인간으로서 살아 있다는 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질문을 던졌다. 유아인은 어쩌면 자신의 질문에 대해 매 작품마다 연기를 통해 답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배우로서 유아인은 여전히 ‘#살아 있다’라고.
  • 2020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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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박성욱   ( 2020-08-12 )    수정   삭제 찬성 : 반대 :
'살아있다.'는 근래 보기 힘든 망작 영화입니다. 스토리 연결의 개연성이 없습니다. 까칠한 유아인 이라면 개봉전에 이미 인식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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