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베이커리 권소라 공동 창업자

밀가루·설탕 뺀 빵, 맛은 똑같네!

글 : 최선희 객원기자  / 사진 : 김선아   / 사진제공 : 제로베이커리 

제과제빵의 필수 재료인 밀가루와 설탕을 쓰지 않고 빵을 만드는 곳이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 부근에 위치한 제로베이커리.
일명 ‘저탄수화물 빵집’으로 불리는 이곳은 권소라(29) 씨가 대학에서 인연이 된 두 친구와 함께 만든 푸드 스타트업으로, 밀가루와 설탕의 유해성을 알리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빵집이다.
탄수화물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고 지방을 많이 먹으면서 체중을 감량하는 ‘저탄고지’는 다이어트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익히 알려진 식이요법 중 하나다. 저탄고지 다이어트가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된 건 지난 2016년 9월 MBC에서 방영한 〈지방의 누명〉이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다.

방송의 요지는, 혈관에 쌓여 각종 질환을 일으키고 비만의 원인이 되는 주범이 지방이 아니라 탄수화물이라는 것. 지방 섭취를 늘리자 살이 빠지고, 건강 상태와 관련한 각종 수치들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임상실험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화제가 됐다. 기존의 건강 상식을 완전히 뒤집어놓은 이 놀라운 주장은 곧 저탄고지 다이어트 열풍으로 이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저탄고지’의 규모도 덩달아 커져 현재 회원 수가 15만 명에 달한다.


한창 다이어트에 관심 있던 권소라 씨도 이 카페에 가입하고,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통해 7kg을 감량했다. 지금까지 4년째 저탄고지 식습관을 유지하고 있는 그는 다이어트를 하면서 밀가루와 설탕의 유해성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또 자신을 포함해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 가장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이 빵이라는 점도 알게 됐다.

“저탄고지 카페에 들어가 보면 다이어트를 하는 동안 가장 먹고 싶은 음식으로 빵을 꼽아요. 저도 그랬고요. ‘밀가루와 설탕이 몸에 안 좋다면 다른 재료로 빵을 만들 순 없을까’라는 고민이 창업으로 이어졌어요. 꼭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건강한 빵은 누구에게나 좋은 거니까요.”


1년 넘게 저탄고지 빵 연구


그는 2017년 5월 대학에서 인연이 된 두 친구와 함께 제로베이커리를 만들었다. 고려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모교 대학원에 진학해 학업을 이어가던 중이라 학교 앞에 작은 공간을 얻었다. 제과제빵사도 채용해 함께 빵을 연구했다. 장소가 좁다 보니 처음엔 온라인을 통해서만 판매했다. 주 고객은 저탄고지 카페 회원들이었다.

“빵을 워낙 좋아해 집에서도 종종 만들곤 했어요. 하지만 이건 재미 삼아 하던 베이킹과는 다른 데다, 완전히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해야 하는 거라 힘들었어요.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죠. 처음 1년 정도는 아침 7시부터 새벽 한두 시까지 가게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짧게는 한 달, 길게는 1년이 걸려 완성한 레시피도 있어요. 밀가루와 설탕은 빼되, 일반 빵과 같은 맛과 식감을 살리는 게 중요한 과제였죠.”


그는 “아무리 몸에 좋은 빵이라도 맛이 없으면 사먹지 않게 된다”며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맛을 찾기 위해 무료로 제품을 나눠주고 시식 후기를 받는 이벤트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 평가들을 바탕으로 레시피를 수정하고, 또다시 평가받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했어요. 자금 여력이 별로 없던 저희에겐 큰 투자였지만 고객들과 함께 맛을 만들어간 게 성장 동력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 덕분에 단골 고객도 많아지고 매출로도 이어졌으니까요.”

창업 4년 차, 제로베이커리는 우리나라에서 ‘글루텐 프리’ 빵을 먹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빵집 중 하나로 탄탄히 자리 잡았다. 입소문이 나면서 국내 거주 외국인은 물론 외국에서 온 여행객들도 찾는다. 백화점 측의 요청으로 팝업스토어도 몇 차례 진행했다. 주 고객은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지만, 당뇨 환자들도 있다. 다이어트나 질병 유무에 관계없이 건강을 위해 밀가루와 설탕을 멀리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제로베이커리를 찾는다.


직원 네 명으로 시작, 30명으로 늘어


제로베이커리의 빵에는 밀가루 대신 아몬드, 쌀, 타피오카, 코코넛 가루 등이 들어간다. 또 설탕 대신 칼로리가 거의 없는 천연 유래 감미료를 사용한다. 재료비가 일반 밀가루보다 적게는 10배, 많게는 30배 비싸다. 그럼에도 베이커리 가격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가장 인기 아이템인 스콘이 3900원, 브라우니는 4500원이다. 권소라 씨는 “원가 부담이 크지만 최대한 합리적인 가격에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빵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며, “창업을 한 이유도 돈을 많이 벌기보다는 대안을 찾고 싶어서”라고 설명했다.

“설탕이나 밀가루를 오랜 기간 많이 먹는 게 몸에 좋지 않다는 건 누구나 알아요. 하지만 대안이 없으니 쉽게 바꿀 수가 없잖아요. 제로베이커리를 통해 우리를 살찌게 하고, 혈당을 높이는 밀가루와 설탕 없는 삶의 대안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 대안은 성공적이다. 건강한 음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제로베이커리는 창업 직후부터 줄곧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직원 네 명으로 시작한 가게는 30명으로 늘었고, 오프라인 매장까지 갖춘 번듯한 회사로 성장했다. 스타트업의 성적표로는 꽤 훌륭한 편이다.

“사실 힘든 시기가 많았어요. 무모했다는 생각도 수없이 했죠. 막연히, 이상적인 얘기만 듣고 창업에 뛰어드는 건 정말 말리고 싶어요. 다만 초기의 어려운 시간을 잘 견딜 자신만 있다면 버티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큰 성취감이 반드시 있습니다.”

제로베이커리는 바쁜 현대인들이 건강하면서도 편리하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간편식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미 소스류를 출시하며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전공을 살려 건강한 삶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만들어보고 싶다는 그는 “개인적인 목표와 회사의 성장 방향이 일치하니 운이 좋은 편”이라며 웃었다. 선한 목적으로 회사를 만들어 키우는 일, 그의 환한 미소에서 그 즐거움과 보람이 읽혔다. 제로베이커리의 더 큰 성장을 기대하는 이유다.
  • 2020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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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ㅇㅇ   ( 2020-06-21 )    수정   삭제 찬성 : 0 반대 : 0
ㅇㄱ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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