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io 105-10 김란 대표

창업 공간 디자인이 필요해? 언니가 도와줄게!

글 : 차지현 명예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취업 준비생이나 사회 초년생이라면 한 번쯤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비즈니스를 펼쳐가는 상상을 해본다.
그러나 현실은 상상만큼 녹록지 않다. 창업을 하는 순간, 나만의 공간은 일을 해야 하는 공간이 되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건네는 공간 기반 창업 전문가가 있다.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의 저자 김란 대표다.
Studio 105-10의 김란 대표는 공간 기반 창업자를 돕는 공간디자이너다. 김 대표는 공간을 주제로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에 글을 연재하고, 유튜브를 통해 창업에 필요한 기초 강의를 하고 있다. 이름 ‘김란’보다는 닉네임 ‘토란’이 더 친숙하다. 토란이라는 이름의 유래를 묻자 재치 있는 답변이 돌아왔다.

“처음에는 김란, 금(金)란에서 금요일, 금요일 다음은 토요일이라는 생각으로 토란이라고 지었어요. 그러다 토란잎이 예쁘니까 토란, 영어로 To Ran(란에게) 등의 의미가 더해졌죠. 팬들이 붙여준 이름이에요.”

김 대표의 작업실 Studio 105-10은 성북동의 한적한 골목, 한양도성 성곽을 따라 오르는 길에 자리 잡고 있다.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가득한 작업실은 김 대표의 머릿속 그 차제다. 겉표지의 색상별로 책을 정리해놓은 책장이나 기분에 따라 바꾸는 벽의 엽서를 보면 김 대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앞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지 보이는 듯하다. 이 공간에서 글을 쓰고, 건축 수업이나 독서 모임을 진행하기도 한다.


서점, 카페, 게스트하우스까지

속초 소호거리. © 김란
모두가 공간을 즐기는 시대다. 개인 카페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공유 스페이스가 인기를 끌면서 좋은 공간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고 비용은 낮아졌다.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눈이 높아지다 보니 만드는 사람도 더 긴장하게 된다. 공간 창업 전에 충실한 콘텐츠를 갖추고 품을 많이 들여야 한다. 낭만만 가지고 섣불리 창업에 뛰어들어서도 안 된다. 전문가의 도움이 더 중요해졌다.

“살면서 건축가를 만날 일이 드물잖아요. 건축사무소를 놀러 가는 사람도 없고요. 공간과 건축에 막연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가볍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어요.”

속초 고구마쌀롱. © 김란
김 대표의 주요 고객은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꿈꾸는 2030 사회 초년생. 그래서 컨설팅을 할 때는 미리 공간 창업을 해본 언니가 참소리를 하듯 친근하게 현실적인 조언을 건넨다. 사업 계획이나 세무회계와 같은 창업에 필요한 내용 외에도 홍보, 공간 운영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서점, 카페 창업부터 게스트하우스나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업까지 업종도 다양하다.

공간 창업에 있어 김 대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기다움이다. 그저 보기에 예쁜 공간보다 공간 창업자 본인이 열두 시간 머물러도 괜찮은, 일하기 편안한 공간을 지향한다.


김 대표의 경쟁자는 스타벅스다. 브랜드를 일관성 있게 보여주는 인테리어, 소음을 줄여주는 흡음재, 사이렌오더 같은 서비스까지. 김 대표에게 스타벅스는 일을 편하게 할 수 있는 공간, 일이 잘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좋은 공간 디자인 결과물이 나오려면 공간 디자이너의 실력 못지않게 클라이언트의 수준도 중요해요. 건축 수업이나 독서 모임을 시작한 이유도 건축가를 찾아가기 전에 미리 공부해두면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어요.”

건축 수업은 다섯 명 정도가 참여하고, 총 네 번에 걸쳐 진행된다. 모눈종이에 자신의 방을 기억나는 대로 그리는 수업도 있다. 매일 머무는 곳이지만 완벽하게 따라 그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다음 수업에서는 가구의 배치와 정확한 수치를 잰 후 그려본다. 이렇게 한번 그림을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내 방’은 특별해진다. 어떤 구조를 바꿔보고 싶은지, 어떤 가구를 사고 싶은지도 파악할 수 있다.


일이 잘되는 공간의 조건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 book by PUBLY
김 대표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모의고사 문제집을 들고 카페를 찾는 학생이었다. 학교가 아닌 카페에서 문제가 훨씬 더 잘 풀렸다. 공간의 영향력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었다. 그는 건축가의 일생을 담은 전시회를 다녀온 뒤 건축학과 진학을 마음먹었다. 등굣길에 매일 보는 건물의 건축도면 수백 장을 보고, 생각하는 공간을 도면에 그리는 대로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사실에 전율을 느꼈다. 오피스 디자인에 관심을 가진 건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다.

일하는 공간은 중요하다. 업무 공간이 좋아지면 일의 능률도 높아진다. 김 대표가 ‘일하는 공간’에 특히 관심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다. 일을 좋아하고 즐기는 김 대표의 성격도 다양한 건축분야 중에서도 일하는 공간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건축과를 졸업하고 설계사무소에서 일했는데 사무실 공간이 별로였어요. 딱딱한 책상이나 소음이 가득한 환경이라 업무에 집중하기가 힘들었어요. 자신의 일을 직접 만들어서 하는 사람의 공간은 어때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죠.”

강원도 강릉 최초의 코워킹스페이스 강릉 ‘파도살롱’. © 김란
공간 창업은 결과가 아닌 수단이다. 공간을 예쁘게 꾸미는 게 목표가 아니라 일을 잘하는 게 목표라는 의미다. 김 대표는 완성된 공간이 예쁜 이유는 처음부터 인테리어를 염두에 둬서가 아니라 오피스 환경을 고려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따라온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공간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에게는 유독 특별한 공간 프로젝트가 있다.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코디네이터로 참여했던 ‘동해안 공간 기반 청년 창업’ 프로젝트다. 청년이 적은 지역 사회에서는 공간이 하나 생김으로써 지역 전체에 주는 파장이 크다. 강원도 속초 ‘고구마쌀롱’과 강릉 ‘파도살롱’이 좋은 사례이다. 두 공간은 지역에서 공통 관심과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모이는 거점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김 대표만의 순수 박물관

김 대표는 터키 소설가 오르한 파묵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파묵의 소설 《순수 박물관》에는 퓌순이라는 여자를 열렬하게 사랑한 한 남자가 그녀의 죽음 후 순수 박물관을 세워 그녀의 물건들을 전시하는 내용이 나온다. 재밌는 건 실제로 이스탄불에 그 박물관이 존재하는데, 파묵의 책을 읽고 찾아오는 독자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고,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특별한 도장도 찍어준다는 점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김 대표 또한 비슷한 상상을 한다. 언젠가 그의 책 속에 나온 공간을 콘셉트로 ‘기록하는 공간’을 만들고, 독자들이 놀러 오는 특별한 꿈. 벌써부터 기대되는 공간이다.



Studio 105-10의 인테리어 tip 3


입구는 첫인상과도 같아요
입구 디자인은 공간 전체의 분위기를 결정한다.
회사라면 자신들의 상품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배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

싱그러운 화분을 놓아보세요
화분은 저렴하고 손쉽게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꿀템’.
사무실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이나 공기 정화 식물을 찾아보자.

주기적으로 짐을 버려주세요
불필요한 개인 살림은 집으로 가져가고 책상 아래 신발을 치우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 2020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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