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수업〉 김동희

김동희의 ‘이중성 클라쓰’

글 : 서경리 기자  / 사진제공 : 넷플릭스 

“저들의 표현법이 이 시대를 바꿀 거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인간수업〉을 연출한 김진민 감독이 출연 배우를 향해 던진 말이다.
시대를 바꿀 표현법이라… 신인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싶다.
〈인간수업〉의 주인공 김동희가 주목받는 신예로 새 길을 열어가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이 연일 화제다. 지난 4월 드라마 공개 직후 국내 인기 콘텐츠 1위를 달리면서 매회 시청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인간수업〉은 우연히 성범죄에 연루된 고등학생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되는 이야기다. 이 화제의 중심에 주인공 지수를 연기한 배우 김동희가 있다.

1999년생인 김동희는 중학교 3학년 때 밴드부 활동을 하며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즐기는 자신을 발견하고 배우를 꿈꾸기 시작했다. 이후 안양예고 연극영화과에 진학해 입시를 준비해온 그는 입시시험을 보러 가는 길에 JYP엔터테인먼트에 캐스팅됐다.


김동희는 JYP 연습생 시절이던 2018년 웹드라마 〈에이틴〉으로 데뷔했다. 단정한 외모와 친절한 성품의 하민 역으로 10대들의 로망에 등극했고, 드라마는 누적 조회 수 3억 뷰를 돌파하며 소위 대박을 터트렸다. 이후 그는 출연작마다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에이틴〉 이후 출연한 〈SKY캐슬〉과 〈이태원 클라쓰〉는 각각 JTBC 역대 시청률 1, 3위를 기록했다. 출연작마다 흥행하다 보니 배우 친구들이 그에게 대본을 봐달라고 청하기도 한다.

“제가 출연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디션을 통해 선택받는 것이기 때문에 제 안목이 특별히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작품과 캐릭터를 봤을 때 현재 상태와 시기에서 제가 도전해볼 만하거나 끌리는 작품을 해왔어요. 어떤 작품이든 ‘꼭 해보고 싶다’고 순간적으로 오는 촉이 있어요. ‘이건 나에게 좋은 기회다’라는 느낌을 주는 작품을 선택하는 거죠.”


양면성의 두 얼굴


김동희는 배역마다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흡수해 소화해내는 신예다. 그가 맡은 역은 모두 이중성이 숨겨져 있다. 〈에이틴〉의 하민은 친절함 뒤로 시기심에 불타는 인물이었고, 〈SKY캐슬〉의 차서준 또한 모범생을 유지하기 위한 독기가 있었다. 〈이태원 클라쓰〉에서는 첫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배신자의 편에 섰다. 순하디순한 외모를 가졌지만, 내면에는 질투와 시기, 성공에의 열망을 향한 독기를 품은 인물들이다. 그는 “감독님들이 보신 저의 장점은 이중성이 담긴 얼굴이었다”며 수줍게 웃었다.

〈인간수업〉의 오지수 또한 완벽하게 이중적인 삶을 살아간다. 품행 단정하고 학업 성취도도 우수하지만, 교실에서는 존재감 없는 외톨이다. 부모가 무책임하게 가정을 버린 탓에 홀로 살아가며 대학 진학과 평범한 삶을 꿈꾸는데, 이를 위해 지수가 선택한 길은 ‘범죄’다. 돈이 필요했던 지수는 ‘조건만남’ 앱을 통해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잔인한 자기합리화에 빠져들었다.

“절벽 끝자락에서 아등바등하는 지수의 모습에 끌렸다”는 김동희는 한순간의 엇나간 선택으로 걷잡을 수 없는 범죄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지수의 복잡한 상황과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든 그를 두고, 김진민 감독은 “우리가 생각한 지수 그 자체”라고 극찬했다.


양면적 캐릭터를 연기하는 동안 김동희는 엄청난 감정의 편차를 겪었다고 고백한다. 사건이 펼쳐지면서 감정의 소비는 더욱 커졌고, 격한 소재에 수위 높은 표현도 쉽지 않았다. 온 에너지를 쏟아 자신을 내던졌다. 신인 배우에겐 엄청난 도전이었다. 두려웠지만 꼭 해보고 싶은 연기고 작품이었다.

“지수의 극적인 감정 표현이 가장 어려웠어요. 10대인 지수가 느끼는 감정들에 의문이 많았고, 이해할 수 없으니 더 어려웠어요. 궁지에 몰린, 절벽 끝에 놓인 지수의 불안함을 어떻게 보여줄까, ‘평범하게 살다가 평범하게 죽는 게 꿈’이라고 말하는 지수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 부분에 가장 신경 썼습니다.”

그는 〈인간수업〉 오디션 당시 자신이 주인공 역할을 하게 될지 전혀 몰랐다고 말한다. 처음 오디션을 볼 때는 작품의 제목도 배역도 없었다. 딱 두 줄의 대사만 있을 뿐. “내 꿈, 대학 가기, 취직하기, 평범하게 살다가 평범하게 죽는 것, 내 꿈은 9000만 원…”. 뻔하게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색다른 모습으로 연기했다. 김동희의 캐스팅 이유를 묻는 질문에 김진민 감독은 엉뚱하게도 “그의 나른함을 봤다”고 했다. “지수라는 인물은 이럴 거야, 라고 생각한 대로 연기했다”는 것이 오디션 심사위원들의 말이다.


김동희는 우리가 생각한 지수 그 자체


〈인간수업〉의 지수와 규리, 민희와 기태는 인생의 수많은 질문과 선택의 갈림길에서 잘못된 답만을 고르며 점점 헤어나올 수 없는 늪에 빠져든다. 지수는 선택지마다 오답을 찍으며 마지막까지 가고, 그의 감정은 후반부로 갈수록 격해진다. 김동희는 “체력적으로나 감정적으로 힘들었다”며 “나 자신을 지수에게 온전히 내던진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민희(정다빈 분)에게 무릎 꿇고 울면서 사과하는 장면에서는 너무 울어서 온몸에 힘이 빠질 정도였다고.

〈인간수업〉은 10대를 주인공으로 하지만, 10대가 보지 못하는 드라마다. 또 지상파에서는 방영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10부작의 이야기 안에는 온통 비윤리적이고 반도덕적인 범죄들이 가득하다. 기댈 곳 없는 10대 고교생의 절박함이 극대화된 작품으로, 최근의 n번방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김동희는 시즌 2에 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수가 좀 더 고통받고, 후회할 수 있게 만들었으면 한다”고 답했다. 자신의 범죄를 정당화하기 위해 핏발 세우던 지수에서 인간 김동희로 돌아온, 그의 눈이 그제야 맑다. 김동희는 앞으로도 “내가 입을 수 있는 옷이라면 뭐든 입어보고 싶다”고 말한다. 로코나 코미디도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다. 배우 김동희의 새로운 반전을 기대한다.
  • 2020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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