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열 나우버스킹 대표

마스크 줄서기, ‘스마트 웨이팅 시스템’으로 해결

글 : 최선희 객원기자  / 사진 : 김선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은 평범한 일상을 무력화한 동시에 예전에는 볼 수 없던 현상들을 만들어냈다. 마스크 구입을 위해 길게 줄을 늘어선 모습도 그중 하나다. 약국은 물론 우체국, 하나로마트 등 마스크 판매처 앞은 예외 없이 사람들로 북적였고, 이에 따른 2차 감염 우려도 컸다.

공적 마스크가 배포되고, 마스크 구입 5부제가 실시된 초기에도 이 혼잡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마스크 입고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 ‘언제 들어오는지’ 묻는 질문에 약사들은 본업에 집중하기 어려웠고, 물량이 일찍 소진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줄서기’도 여전했다.

음식점이나 카페, 공연장 등의 대기 고객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는 나우버스킹의 전상열 대표는 이 새로운 사회 문제에 주목했다. 나우버스킹 대표 서비스인 ‘나우웨이팅 시스템’으로 맛집 줄서기를 없앤 것처럼, 약국에도 이 프로그램을 도입하면 충분히 해결 가능할 것 같았다.

“때마침 3월 초, 중소벤처기업부가 마련한 간담회에 초대받았어요. 스타트업 기업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모아 이 위기 상황을 함께 극복해보자는 취지였는데, 저희를 포함해 관련 기술을 보유한 7개 업체가 참석했습니다. 저희는 마스크의 원활한 공급을 위한 의견을 냈고, 좋은 반응을 얻어 실행에 옮기게 됐어요. 원래 있던 프로그램이라 큰 어려움 없이 약국 판매에 맞게 간단히 수정·보완해 현장에 배포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70~80대 노인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다. 약국에 설치된 태블릿에 생년월일과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카카오톡이나 문자 메시지를 통해 대기번호를 받는다. 마스크가 입고되면 대기자들에게 자동으로 알림 메시지가 뜨기 때문에 약국 앞에서 줄을 설 필요가 없다.

사용을 원하는 약국에는 프로그램이 탑재된 태블릿을 무상 지원한다. 회사가 가진 혁신적인 기술을 사회 문제 해결에 사용하는 일종의 ‘재능 기부’로, 현재 서울·수도권 내 약국 10여 곳에서 활용 중이다. 구매자와 약사 모두 편리하다는 반응이지만 아직 홍보가 덜 된 탓에 지원 신청을 하는 약국이 많지 않다.

최근에는 소상공인 긴급대출 지원 프로그램에도 나우웨이팅 시스템이 도입됐다.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을 위해 정부가 마련한 구제책으로, 대출 신청을 하려는 사람들로 각 센터마다 북새통을 이뤘다. 마스크 대란에 버금가는 이들의 줄서기를 없애기 위해 출생 연도에 따른 홀짝제를 시행하고 대출 창구도 시중 은행으로 확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지금은 센터(전국 62개)에 비치된 태블릿에 연락처와 사업자등록번호, 매출, 대출 희망 금액 등을 입력하면 차례가 됐을 때 편리하게 알림을 받을 수 있다.



유명 맛집이 주 고객, BTS 팬클럽·팝업스토어도 관리

현재 나우웨이팅을 쓰고 있는 매장은 2300여 개, 주요 고객은 전국의 이름난 맛집들로 요식업종에 몰려 있다. 최근에는 방송에 출연한 음식점들이 방송 소개 직후 손님들이 몰릴 것에 대비해 시스템 설치를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 고객을 제한적으로 입장시키는 명품 브랜드 매장에서도 만날 수 있다. 얼마 전 문을 연 광교 갤러리아백화점은 입점한 전체 음식점에 이 서비스를 일괄 도입했다.

방탄소년단(BTS)의 팬클럽도 관리한다. 전 세계적인 인기를 증명하듯 팬미팅이 열리는 날이면 소속사 앞은 수많은 팬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BTS의 경우, 팬들이 대기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주변 상가에도 피해가 가지 않도록 소속사 측에서 시스템 설치를 먼저 요청했다. 지금은 나우버스킹 사무실 인근에 생긴, BTS 굿즈를 파는 팝업스토어의 입장객도 관리하고 있다.

“팝업스토어는 하루 평균 이용객이 2500명 정도 됩니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줄을 엄청나게 섰어요. 그래서 제가 소속사에 전화를 걸었죠. ‘줄서기를 없애고 있는’ 회사 옆에 이렇게 줄서 있는 모습을 보니 자존심이 상한다고요.(웃음) 이후 소속사의 요청으로 웨이팅 시스템을 설치했고, 주변 상가들이 덩달아 수혜자가 됐어요. 세계 각국에서 온 팬들이 기다리는 동안 여기저기 다니면서 소비를 하니까요. 팬들도 길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되고요.”

그는 “그렇다고 대기 고객만 관리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주문·적립·결제 등 모든 고객 관리를 통합적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혼자서 운영하는 동네 작은 카페나 고객 관리를 전문적으로 하기 어려운 소상공인들에게 더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별도의 앱도 필요 없고,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처럼 온라인 주문도 가능합니다. 고객이 주문하면서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카페 점주는 방문 횟수, 주로 마시는 음료의 종류, 적립 내역 등을 볼 수 있어요. 그 정보를 토대로 ‘오랜만에 오셨네요’ ‘늘 드시던 걸로 드릴까요’ ‘사용 가능한 쿠폰 있는데 도와드릴까요’ 등의 대화를 나누며 고객과 자연스러운 소통이 가능합니다. 작은 가게일수록 단골 관리가 중요하잖아요. IT 기술이, 꼭 필요하지만 소외돼 있는 사람들에게 더 잘 쓰이도록 하는 게 제 목표이자 바람입니다. 회사를 만든 이유이기도 하고요.”


네이버 출신 4인의 의기투합

그가 나우버스킹을 만든 건 2014년. 네이버에서 함께 근무하던 네 명의 동료와 공동 창업했다. “공연에 나선 버스커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되 합이 잘 맞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버스킹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꾸준히 창업을 준비한 까닭에 회사 운영은 순조로웠다. 설립 4개월 만에 나우웨이팅의 베타 프로그램을 출시했고, 곧바로 엔젤투자를 받은 데 이어 2016년 20억, 2018년 5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는 등 창업 직후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대형 글로벌 기업 두 곳과 외국 진출도 준비 중이다.

소상공인들과 좋은 기술을 나누며 함께 발전해가고 싶다는 전상열 대표. 그래서 나우버스킹이 선보이는 시스템은 혁신적이지만, 조작법은 단순하고 쉽다. 당초 대기 인원수에 비례해 책정하던 월 사용료도 3만 5000원 정액제로 만들었다. 회사 수익이 좀 줄어도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효율적인 고객 관리를 통해 사업을 잘 꾸려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는 “올해는 전통시장 내 점포에 들어갈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며 “우리 시스템이 소상공인 창업 때 필수로 들어가는 인프라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혁신과 상생, 소상공인을 위한 따뜻한 마음으로 전상열 대표가 만들어가는 나우버스킹은 스타트업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주는 모범 사례다.
  • 2020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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