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2막, 신인 배우 허가윤입니다

글 : 선수현 기자  / 사진제공 : 디엔와이·스톰픽쳐스코리아 

‘핫이슈’ ‘이름이 뭐예요?’ ‘뮤직’ ‘거울아 거울아’ 등으로 왕성하게 활동한 포미닛 멤버 허가윤이 배우로 돌아왔다.
2009년 데뷔해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그가 신인 배우를 자처하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포미닛은 2016년 공식 해체하며 걸그룹 역사에 남게 됐지만 무대 위에서 보여준 그의 당당함과 자신감은 그대로다.
2013년부터 러시아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했던 게임이 있다. 일명 ‘흰긴수염고래 게임’. 지정곡 듣기, 공포영화 보기와 같은 간단한 지령에서 시작한 이 게임은 스스로 상처 내기, 가족 중 한 명 찌르기 등 잔혹한 미션으로 진화해갔다. 청소년들은 SNS를 통해 관리자가 내주는 과제를 수행하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최종 미션을 완수했다. 현실과 게임을 구분하지 못한 청소년 130여 명이 생을 마감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서치 아웃〉은 실화 흰긴수염고래 게임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피해 청소년에는 우리 사회의 외로운 청년들을 대입했다. 사건을 쫓는 주인공도 고시생, 취업 준비생처럼 평범한 청년들이다. 허가윤은 명석한 두뇌를 가진 흥신소 해커 누리 역을 맡았다. 범인으로 추정되는 계정의 IP를 추적하고 사건의 실체에 다가서는 중심 역할이다.

“춤과 노래는 잘한다 못한다 기준이 있지만 연기는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어서 어려웠어요. 그런데 누가 그러더라고요. 취업 준비생도 그렇다고. 자신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결국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야 하니까요. 직업만 다를 뿐이지 요즘 청년들과 제 상황이 비슷하게 다가와 더 관심을 갖게 됐어요.”

영화는 우리 삶과 밀접한 SNS를 통해 현실 공포감을 더욱 살렸다. 아무렇지 않게 SNS에 올린 내용이 누군가에게 정보가 되고 범죄의 표적이 되는 일은 뉴스에서 심심찮게 보는 현실이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SNS를 하는 사람들의 연약한 심리를 파고드는 범죄가 자행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영화 속 허가윤은 SNS에 흩어져 있는 범죄의 단서를 모으는 해커를 연기했지만 사실 그는 컴맹이다. 20~30대가 자주 이용하는 간편 결제 시스템과도 거리가 멀고,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데뷔 5년 차에야 뒤늦게 SNS 활동을 시작했다. 허가윤은 평소 자신과 다른 능력을 갖고 있는 배역에 그래서 더 끌렸다고 말한다. 무대 위 화려한 모습을 뒤로하고, 화장기 없는 얼굴에 긴 머리를 질끈 묶고 나타난 그는 겉으로는 당차 보이지만 외로움과 여린 마음을 숨기고 있는 누리로 완벽하게 태어났다.

“어른들은 요즘 청년들이 하고 싶은 말도 다 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산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겉으로 강해 보여도 속은 여린 경우가 많아요. 누리가 그런 인물로 보였어요. 시원시원해 보이는 성격이지만 속은 여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를 돌아본 쉼의 시간

팬들 사이에서 허가윤은 ‘걸크러시’로 통한다. 당찬 그의 모습은 여자가 봐도 반할 정도로 멋지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말 못 할 진통도 있었다. 어린 나이에 아이돌로 데뷔해 큰 인기를 얻으며 쉼 없이 달려왔다. 팀에 누가 될까 항상 조심하고 상황에 맞게 행동하는 법을 터득했다. 그는 “아이돌 생활로 눈치가 빨라져 상황에 맞게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웃으며 말하지만 결코 만만한 시간이 아니었음을 짐작케 한다.

팀 해체 후에도 무대 위 모습을 기억한 사람들은 허가윤이 마냥 밝을 거란 선입견을 갖고 있다. 그 역시 상대가 갖고 있는 이미지에 맞추려 노력했다. 하지만 최근 쉼의 시간을 갖고 자신을 돌아보면서 마음을 바꿨다. 과거에는 상대가 생각하는 이미지에 자신을 맞췄다면 이제는 진짜 허가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다.

“최근 쉬면서 여유를 즐기는 법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포미닛으로 활동한 7년 동안 쉬는 날이 거의 없었거든요. 막상 여유 있는 시간을 갖게 되자 처음에는 좋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공허하고 스트레스가 쌓이더라고요. 여유로울 때 뭘 해야 하는지조차 몰랐던 거예요. 권소현(포미닛 멤버) 추천으로 승마를 시작하면서 지친 마음이 조금은 채워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또 이젠 누군가를 만나도 일부러 꾸미지 않으려 해요.”



다시 시작하는 각오로

아이돌 가수에서 배우로 전향한 사례는 많다. 혹자는 아이돌 출신 꼬리표가 배우로서 인지도에 도움이 되지 않느냐고 묻는다. 허가윤은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말한다. 그 역시 신인의 자세로 오디션을 보러 다니기 때문이다. 2018년 개봉한 영화 〈마약왕〉에 특별 출연한 것도 오디션을 통해 얻은 기회였다. 심지어 우민호 감독은 그가 걸그룹 출신인지도 모른 채 신선한 이미지에 매력을 느껴 발탁했다고 말했다. 허가윤은 배역의 비중을 따지지 않고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2〉 〈빛과 그림자〉, 영화 〈아빠는 딸〉 〈배반의 장미〉 〈마약왕〉 등에 출연하며 연기의 맛을 알아갔다. 포미닛의 허가윤을 지우고 배우 허가윤의 색을 입혀간 시간이었다.

“처음 데뷔할 때보다 지금이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저는 배우로 가려는데 사람들이 가수로 보면 힘들잖아요. 기존에 있던 걸 버리고 시작하는 건데 저만 버린다고 되는 게 아니라 상대도 버려줘야 하니까요. 그럼에도 다시 시작하는 각오로 하고 있어요. 저는 신인 배우예요.”

허가윤은 포미닛 활동 때부터 연기를 희망했지만 이제야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그때는 팀의 메인 보컬을 맡고 있어 팀을 우선으로 스케줄을 조율할 수밖에 없었던 탓이다. 허가윤은 “연기는 제 생각과 의지대로 하는 매력이 있다”고 말한다. 회사의 콘셉트, 다른 사람이 만든 노래와 춤을 열심히 습득해서 무대를 선보였던 아이돌 시절과는 다르다. 상황, 장소, 인물을 해석하고 제작자와 상의하며 스스로 역할을 만들어갈 수 있는 게 그가 꼽은 연기의 매력이다. 최근 새로운 영화와 드라마 참여를 논의하고 있는 그는 배우로서 목표를 귀띔해줬다.

“의외의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요. ‘쟤가 허가윤이었어? 이런 모습도 있었네’ 하고 봐주길 바라요. 제 모습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면서 계속 새로운 배우가 되는 게 목표예요. 앞으로 상상하지 못한 배우 허가윤으로 찾아뵐게요.”
  • 2020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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