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동혁 빠남(PPANAM) 대표

프랑스에 ‘케이뷰티(K-beauty)’ 붐 일으킨 20대 청년 사업가

글 : 최선희 객원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전 세계 젊은이들을 사로잡은 케이팝(K-POP)의 인기는 패션·미용·음식 등 한국 문화 전반에 걸친 관심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화장품은 가장 큰 수혜자로 꼽힌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세계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과 화장법을 통칭하는 ‘케이뷰티(K-beauty)’는 이미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화장품의 본고장 격인 프랑스에서도 케이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 발원지는 바로 프랑스 현지의 SNS 인플루언서들이고, 그 뒤에는 이들을 공략해 우리나라 화장품의 우수성을 적극 알리고 있는 함동혁 빠남 대표가 있다.

함 대표는 2013년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프랑스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 4년간 지냈다. 그곳에서 어학연수, 한 학기의 대학 생활, 취업, 통역 아르바이트, 유튜버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과 프랑스, 두 나라를 잇는 ‘문화 가교’가 되겠다는 야심찬 꿈을 안고 2018년 4월 청년 창업가의 길에 들어섰다. 회사 이름인 ‘빠남’은 파리의 옛 이름에서 따왔다.

“프랑스 사람들이 한국 문화에 대해 너무 모르더라고요.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하려면 제품에서 시작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화장품을 떠올렸죠. 한류 바람을 타고 케이뷰티가 전 세계로 퍼지고 있고, 화장품은 프랑스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니까 충분히 호기심을 끌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인플루언서들을 활용했습니다. 화장품은 경험자의 조언이 특히 중요한데, 이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한마디가 때로는 광고보다 파급력이 더 크거든요.”


현지 인플루언서 100명 네트워크


이들에게 제공되는 제품은 대부분 중소기업 브랜드. 그가 직접 케이뷰티 관련 박람회들을 찾아다니며 선별한 것들로, 기초부터 색조까지 다양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면서 창업 첫 해는 그야말로 ‘쫄딱’ 망했다. 좋은 제품을 제공해 인플루언서들의 호평을 이끌어내고, 이것이 다시 판매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꿈꿨지만 제품 값과 맞먹는 높은 배송료를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제품 구입비와 직원들 인건비로 사용한, 일부 기관에서 받은 청년창업지원금은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다.

“사업을 접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어요. 하지만 창업에 대한 열망이 너무 컸기 때문에 전략을 바꿔 다시 도전했어요. 처음엔 무조건 판매를 목적으로 제품을 협찬했다면 이제는 경험을 먼저 주는 쪽으로요. 꾸준히 좋은 제품을 소개함으로써 케이뷰티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빠남이 제공하는 브랜드는 믿을 만하다’는 신뢰를 쌓는 게 더 중요하겠더라고요. 저희 회사와 함께하는 인플루언서들이 100명이 넘어요, 저는 그들을 단순히 SNS 유명인이 아닌, 사업 파트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모두 일일이 연락하고 섭외하고 직접 만나기도 하면서 만든 네트워크라 소중한 자산이죠. 그래서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들을 회사 성장의 동력으로 만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20개 숍인숍 매장 준비 중


그의 판단은 옳았다.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케이뷰티를 알게 된 사람들이 많아졌고, 뜻밖의 성과로도 이어졌다. 빠남 덕분에 프랑스에서 인지도가 높아진 한 브랜드가 최근 ‘프랑스 현지 피부 관리 매장에서 극찬받은 화장품’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홈쇼핑에 진출한 것. 그는 이 브랜드의 홍보 영상 제작을 의뢰받아 프랑스 현지에서 실제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촬영을 진행했다. 이후 인플루언서 마케팅 대행, 홍보 영상 제작 등이 새로운 수익 모델로 떠올랐고, 이를 계기로 B2B 사업도 준비 중이다.

“현지에서 만난 피부 관리 매장 운영자들이 ‘한국 화장품을 좀 더 다양하게 써보고 싶은데 소량으로 구입하는 게 어렵다’며 저희에게 구해줄 수 있겠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매장 안에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쇼룸을 만들어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체험과 구매도 연결해볼 계획입니다. 프랑스 피부 관리 전문가들이 보증하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생기면 브랜드에도 이익이고, 화장품 산업에서 메이저리그 같은 프랑스에 케이뷰티가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현재 20개 매장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 빠남
5월에는 프랑스 현지인 인턴도 합류한다. 프랑스인 인턴은 온라인 기반으로 현지에서 일한다. 빠남의 인기를 증명하듯, 한 명을 뽑는 인턴 채용 공고에 프랑스 전역에서 80명 정도가 지원했다. 대부분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거나 한국 문화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다.

“올 6월에는 프랑스 중서부의 관광도시 투르(Tours)에 갑니다. 한국 문화 관련 행사를 하는데 케이뷰티 부스를 만들어달라는 연락을 받았어요. 제가 구상하고 있는 쇼룸을 팝업스토어로 같이 진행해보려 합니다. 연말까지 50개의 파트너 매장을 만들어 케이뷰티 브랜드들의 프랑스 유통 경로를 활짝 열어주고 싶어요. 그러면 가능성을 보고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아질 거고, 시장도 그만큼 커지겠죠.”

그는 “경쟁자가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시장 진입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한국어, 프랑스어, 영어 등 세 언어 모두 가능해야 하고, 인플루언서와의 신뢰도 단기간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케이뷰티 분야로는 빠남의 독주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나아가 케이뷰티를 넘어 한국과 프랑스 양국의 문화 교류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싶다는 그의 꿈이 계획보다 더 빨리 이뤄질지도 모를 일이다.
  • 2020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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