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 농익다

글 : 선수현 기자  / 사진제공 : 넷플릭스(NETFLIX) 

퇴폐미. ‘도덕, 풍속, 문화 따위가 어지러워짐’이란 뜻의 퇴폐와 ‘아름다움’을 의미하는 미(美)가 더해져 퇴폐적이지만 아름답단 뜻을 이룬다. 명확한 이해가 어려운 이 단어에 주지훈이란 이름을 대입하면 한결 쉬워진다. 섹시한 눈빛, 고혹하면서도 반항적인 분위기. 서양 배우에게서는 종종 찾아볼 수 있지만 국내 배우 중에서는 손에 꼽는, 희소한 매력이다. 주지훈에게는 그 퇴폐미란 수식어가 자주 따라붙는다.

주지훈은 드라마 〈킹덤〉에서 결이 다른 퇴폐미를 보여준다. 조선시대 역병이 돌고, 굶주린 백성들은 좀비로 변하는 상황. 왕세자 이창은 생지옥이나 다름없는 현실에서 인간의 탐욕과 마주한다. 주지훈이 맡은 이창은 반역자로 몰린 왕세자에서 역경과 고난을 뚫고 진정한 군주로 성장하는 인물이다. 문자 그대로 도덕, 풍속, 문화 따위가 어지러워진 상황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하며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퇴폐미라 하겠다.



새로운 영상 플랫폼 도전한 첫 주자


〈킹덤〉은 국내 최초의 넷플릭스(NETFLIX) 오리지널 시리즈 드라마다. 영상 콘텐츠를 유료로 제공하는 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OTT) 서비스 넷플릭스는 전 세계 190여 개국 1억 67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기 시작하며 영상 소비의 판도뿐 아니라 제작 환경도 바꿔놓았다. 매주 방영에 맞춰 일정에 허덕이는 드라마 시스템에서 전편 사전 제작하는 영화 시스템으로 촬영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투자비용도 아끼지 않는다. 넷플릭스는 〈킹덤〉 이후 김소현·정가람·송강 주연의 〈좋아하면 울리는〉, 지수·정채연·진영이 출연하는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등의 자체 제작 콘텐츠를 잇달아 선보였다. 주지훈은 배우로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 첫 주자가 된 셈이다.

“넷플릭스가 새로운 분야인 건 알았지만 정보가 너무 없었어요.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기존 드라마처럼 16부작, 32부작으로 하기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6부작을 공들여 촬영하더라고요. 새로운 방식이 재미도 있고 완성도도 있었어요. 큰 틀에서 같은 요리지만 한식과 양식처럼 다른 느낌이랄까요? 그래도 드라마를 준비하는 정성과 시청자들이 맛있게 드시면 좋겠다는 마음은 똑같아요.”


〈킹덤〉 시즌 1은 지난해 1월 190여 개국에 27개 자막과 더빙으로 공개됐다.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와 달리 〈킹덤〉의 조선 좀비는 달리며 인간을 쫓았다.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속도감과 박진감 넘치는 탄탄한 전개, 압도적인 영상미는 전 세계 시청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킹덤〉의 세계적인 인기는 아마존에서도 증명됐다. ‘한국 드라마 킹덤 모자-조선시대 전통 모자(Korean Drama Kingdom Hat-Chosun Dynasty Traditional Hats)’라며 갓이 소개된 것.

그뿐만 아니다. 〈킹덤〉의 광고 포스터가 뉴욕 타임스퀘어 등을 장식하며 한복과 갓을 착용한 배우들의 모습이 전 세계 곳곳에 걸렸다. 이에 대해 주지훈은 “합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월드 배(배두나)는 해외 작업을 해봤지만 저는 꿈인가 생시인가 뿌듯하다”고 장난스럽게 얘기했다.

지난 3월 13일 14개월 만에 〈킹덤〉 시즌 2가 찾아왔다. 시즌 2는 시즌 1보다 한 발 더 나아가 피를 둘러싼 걷잡을 수 없는 욕망, 그로 말미암은 암투를 보여주고 있다. 주지훈은 “시즌 1의 이창이 수동적이었다면, 시즌 2에서는 맞닥뜨린 곤경과 혼란스러운 감정을 받아들인다”며 “쫓기는 자에서 쫓는 자로 변화한 이창의 성장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시즌 1과 시즌 2 촬영 사이 1년의 공백기, 그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현장은 완벽한 호흡을 자랑했다는 후문이다. 여기서도 분위기 메이커 주지훈은 큰 역할을 했다. 그는 “호흡이 너무 잘 맞아서 현장이 저절로 굴러간 것 같다”고 했지만 현장에서는 그가 가진 유쾌한 매력이 무한정 발휘됐다. 영화 〈공작〉을 촬영한 뒤 그는 “한두 대 맞을 수 있다는 각오로 형들에게 애교를 떤다”면서 “그 어떤 선배도 절 싫어할 수 없다”고 자평했을 정도로 분위기 메이커다. 〈킹덤〉에서 호위무사 무영(김상호)과 나누는 코믹한 대화들은 그의 실제 매력이 묻어나는 지점이다.


쌍천만 배우의 유쾌한 옴므파탈


188.7㎝의 큰 키에 마른 근육질 체형. 주지훈은 모델 출신이다. 패션 센스도 수준급이다. 〈킹덤〉 시즌 2 제작보고회에도 회색 블레이저에 분홍색 바지를 입고 등장했지만 조금도 어색함 없이 소화해냈다. 마치 옷이 ‘주지훈발’을 받듯이.

대한민국 톱 모델 계보를 잇는 그가 본격적으로 배우 활동을 시작한 건 2006년 드라마 〈궁〉을 통해서다. 황인뢰 감독은 “연기 경력은 없지만 귀공자 같은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었다”고 캐스팅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주지훈은 황태자 이신으로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드라마 〈마왕〉 〈가면〉 〈다섯 손가락〉,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나는 왕이로소이다〉 〈간신〉 등에서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주지훈의 배우 인생에 변곡점이 된 작품은 영화 〈아수라〉다. 정우성, 황정민과 함께 출연한 그는 연기자로서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행보는 더욱 돋보인다. 2017년 〈신과 함께-죄와 벌〉로 천만 배우에 이름을 올린 그는 2018년 〈신과 함께-인과 연〉으로 ‘쌍천만 배우’ 타이틀을 얻었다. 특히 ‘인과 연’에서 능글맞은 저승사자와 따뜻한 카리스마의 하얀 삵을 오가며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더니 그해 〈공작〉 〈암수살인〉까지 연달아 흥행에 성공하며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했다.

현재 주지훈은 SBS 드라마 〈하이에나〉에서 변호사계의 금수저 윤희재 역으로 출연 중이다. 하이에나 같은 치열한 승부욕과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를 오가는 캐릭터로, 정금자(김혜수)와 ‘쌈’과 ‘썸’의 오묘한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올해 개봉하는 영화 〈피랍〉에서는 〈신과 함께〉에 이어 하정우와 또 한 번 완벽한 ‘케미’를 보여줄 예정이다.

평소 하정우, 이정재, 정우성 등과 친분이 두터운 주지훈. 30대 후반 언저리에 선 그는 “멋진 형들을 보면서 저렇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고 말한다. 공통적인 키워드는 인간애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배려와 관용을 배운다는 설명이다. 도발적인 눈빛, 유쾌한 분위기에 인간애까지 더해지다니. 옴므파탈 주지훈의 마력이 더욱 농익을 듯하다.
  • 2020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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