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낭만배군

사진에 설탕 한 스푼

글 : 차지현 명예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사진에 설탕 한 스푼. 사진을 시작한 초창기에 만든 타이틀이다.
사진에 달린 해시태그만큼이나 낭만배군의 사진은 달달하다.
겨울 사진이지만 따뜻함이 묻어나고, 어두운 사진인데 밝은 기운이 감돈다.
12년 차 사진작가 낭만배군(본명 배용한). 그의 남다른 사진 사랑은 부모님이 생일선물로 사준 작은 디지털카메라로부터 시작했다. 감성이 풍부했던 소년은 언제 어디서든 카메라를 들고 다녔다. 자전거를 타고 춘천강을 따라 등교하면서 아침 물안개를 찍다가 지각을 하기 일쑤였다.

낭만배군의 사진에는 이름처럼 ‘낭만’이 느껴진다. 감성을 살린 사진을 보는 동안은 현실의 걱정이 떠오르지 않는다. 기록을 좋아해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감성 사진을 올리던 그는 현재 11만 팔로어를 가진 SNS 인기 사진작가가 됐다. 프리랜서로 일하며 스냅 촬영을 하고, 정기적으로 사진 강의를 진행한다. 최대호 시인과 콜라보로 감성 에세이 책도 출간했다. 그의 독립출판 사진집 《Walk zine Seoul》은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그에게 사진은 생계 수단이나 돈이 아닌 행복, 그 자체다. 책임감, 압박감을 덜어내고 즐겁게 촬영에 임하는 것, 사진을 대하는 낭만배군의 자세다.

“사진에는 사진가의 감정이 다 담겨 있어요. 조금 지쳐 있거나 기분이 안 좋은 상태에서 찍으면 사진에도 그런 느낌이 묻어 나와요. 사진에 행복한 기분을 노출시키기 위해서는 제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촬영하는 게 중요하죠.”

그는 SNS에 사진을 올린 후 사람들이 ‘힐링’이 됐다는 말에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힐링을 전하는 사진은 무엇인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연구했다. 고생 끝에 찍은 사진이지만 좋은 후기를 들을 때면 힘듦이 다 날아가곤 했다.

“제 사진을 보고 마음의 위로를 얻었다는 피드백에 저도 큰 위안을 받습니다. 어떻게 하면 사진을 통해 따뜻함을 전달할 수 있을지 매일 고민해요.”


사진은 ‘나만의 색’을 찾는 시간

© 낭만배군
낭만배군이 가장 존경하는 사진작가는 일본의 사진가 히데아키 하마다다. 개구진 아이들의 사진으로 유명한 그의 사진에는 늘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를 롤모델로 한 낭만배군 역시 ‘이야기가 담긴 사진’을 추구한다. 산책 나온 할머니한테 사진 찍는 법을 가르쳐드리기도 하고, 셀프 웨딩 촬영 중인 신혼부부에게 스냅 사진을 찍어주기도 한다. 평범해 보이는 사진이라도 그에겐 하나하나가 모두 이야기를 담은 특별한 사진이다.

“안성팜랜드에 유채꽃 사진을 찍으러 갔다가 셀프 웨딩 촬영을 나온 예비 신혼부부를 만났어요. 둘이 사진을 찍는 게 힘들어 보여서 도와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오랫동안 저를 팔로어했던 팬이더라고요. 신혼부부에게도, 저에게도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어요.”

© 낭만배군
낭만배군은 스스로 자유롭게 터득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어떤 스타일의 사진을 찍고 싶은지, 어떤 사진작가를 좋아하는지 늘 찾아보고 고민한다. 사진을 찍기 시작한 초반에는 전문가에게 배우기도 했지만, 스스로 찾으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성장했다.

그에게 도구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다양한 구도를 잡기 위해 앵글을 낮춰서 찍어보기도 하고, 새로운 곳에 초점을 맞춰 찍기도 한다. 그는 ‘비싼 카메라는 잘 나온다’는 공식을 깨려고 일부러 저렴한 카메라를 선택하기도 한다.

© 낭만배군
낭만배군의 사진은 인물보다는 계절감이 드러나는 풍경 사진이 많다. 봄이면 벚꽃, 가을에는 단풍 등 사계절의 아름다움과 색감이 두드러진다. 인물 사진도 좋아하지만 유독 풍경과 스냅을 많이 찍는 이유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낭만배군의 인스타그램 팔로어 중에는 외국인이 많은데, 그는 사계절을 가진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같은 곳에서 찍었는데 저는 왜 낭만배군님 같은 사진이 안 나올까요?”

© 낭만배군
낭만배군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다. 그는 사진에는 정답이 없다고 말한다. 같은 곳을 보더라도 모두 다른 생각을 한다. 자신이 보고 느낀 그대로 찍는 게 가장 좋은 사진이다. 그의 사진은 자신만의 색과 다양한 감성을 담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하고 연습한 결과물이다.

그는 사진 찍는 팁으로 “테마를 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떤 사진을 찍고 싶은지 고민하고 찍으면 훨씬 더 멋진 작품이 탄생한다. 요즘처럼 카메라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에선 열정만 있으면 누구나 멋진 사진작가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건 연습이다. 그래서 그는 “일단 나가서 찍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선한 영향력을 꿈꾸는 사진가

© 낭만배군
낭만배군은 정기적으로 사진 강의를 나간다. 열정이 넘쳐 한 번은 여덟 시간 동안 강의한 적도 있다. 딱딱하지 않고 편안한 분위기의 강의를 추구하는 그는 올해는 보다 더 다양한 테마로 강의할 계획이다. 기초 지식부터 그만의 스킬까지 세세하게 알려주며, 누구나 쉽게 놀이처럼 사진에 다가가도록 도울 생각이다.

사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만큼 사진을 전공하고, 사진가를 꿈꾸는 청소년들의 고민 상담도 많아졌다. 그 역시 사진을 처음 시작할 때 부모님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었다. 프리랜서 사진가는 안정적인 수입을 얻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그는 꿈을 접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한다.

“사진작가는 멋진 직업이에요. 철저한 준비와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가짐만 있다면요. 사진을 전공하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해요.”


건강상의 이유로 해외를 많이 다니지 못한 그는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며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다. 사진 시집 출판을 발판으로 개인 사진전을 여는 것도 목표다. 지금은 사진뿐만 아니라 영상 등 다양한 분야로도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욕심 부리지 않고 지금처럼 사진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따뜻함을 전달하는 게 꿈이에요. 인기가 많아져도 초심을 잃지 않는 사진작가가 되고 싶어요.”
  • 2020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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