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트레이너 아놀드 홍

간헐적 단식으로 ‘진짜 몸짱’ 되다

글 : 선수현 기자  / 사진제공 : 씨즈온 

인터뷰 전 마라훠궈와 양고기를 푸짐하게 먹고 왔다고 했다. 첫 끼를 맛있게 먹고 싶은 욕심에 20시간 만에 한 식사였다. 긴 공복을 깨우는 고칼로리 음식. 다이어터가 이래도 되나 싶지만 간헐적 단식 7년 차, 키토제닉(저탄수화물 고지방) 3년 차가 집약된 건강 비결이다. ‘간단키토(간헐적 단식+키토제닉)’ 이상의 다이어트 방법은 나올 수 없다는 게 1세대 트레이너 아놀드 홍의 결론이다.
보디빌더 겸 헬스트레이너 아놀드 홍은 운동을 시작한 열일곱 살 때부터 혹독한 식이조절 속에 살아왔다. 라면 열 개에 밥까지 뚝딱 말아 먹을 만큼 엄청난 식성의 소유자였지만 덴마크 다이어트부터 원푸드, 해독주스, 현미채식 등 안 해본 다이어트가 없을 정도다. 눈앞에 족발이 아른거려도 퍽퍽한 닭가슴살 비린내가 일상인 현실이었다. 식욕이야 어떻게든 참아낸다 쳐도 다이어트를 하고 나면 종종 손톱이 부러지고 탈모가 생겼다. 살이 빠지는 게 아니라 몸이 축나는 신호였다.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사실은 더 고통스러웠다. 그래도 거울에 비친 근육질의 몸을 보며 위안을 삼았다.

극단적 다이어터의 인생을 바꾼 건 한 방송 프로그램이었다. 2013년 SBS 스페셜 〈끼니반란, 그 후–간헐적 단식 100일의 기록〉은 새로운 식이요법을 소개했다. 하루 한두 끼를 먹어도 근육이 줄지 않으면서 몸은 좋아지는 방법이라고 했다. 흥미로웠지만 그동안의 운동 상식에는 정면으로 부딪히는 내용이었다. 공복이 생기면 이화 작용으로 근육이 손실되는 게 보디빌더의 상식이었다. 동시에 피트니스 회원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살을 뺄 수 있다니 솔깃한 게 당연했다. 그 역시 궁금하던 찰나 선언했다.

“제가 직접 해볼 테니 딱 100일만 기다리세요.”


몸속도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간헐적 단식은 종류가 다양하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16:8’이다. 하루 열여섯 시간의 공복을 만들어주는 게 핵심. 오후 6시에 저녁 식사를 했다면 다음 날 오전 10시부터 먹으면 된다. 아놀드 홍 역시 이 방법을 골랐다. 모든 생활방식은 동일하게 유지하되 먹는 방법만 바꿨다. 그동안 금기시해온 삼겹살, 족발, 피자에 대한 족쇄도 풀렸다.

1일 차, 가능한 길게 공복을 가지며 가볍게 시작했다. 6일 차, 평소 같으면 엄두도 못 내던 치킨을 맛봤다. 역시나 지방은 늘고 근육도 늘었다. 21일 차, 첫 고비가 왔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기분은 좋았다. 60일 차, 아들의 야구시합이 끝나고 가족들과 패밀리레스토랑에 갔다. 마음 한편에 담아뒀던, 아들을 향한 죄책감이 조금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80일 차, 공복이 길수록 좋은 음식으로 내 몸을 채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100일 차, 인바디 결과 근육은 1.9kg 늘고 지방은 3.1kg 줄었다.

몸의 곳곳에도 변화가 생겼다. 우선 보디빌더의 고질병인 만성 근육통이 사라졌다. 매일 침을 맞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는데, 간헐적 단식을 실천하는 동안 아프지 않았다. 매일 오던 사람이 발길을 끊으니 오죽하면 한의원에서 전화가 왔을 정도다. 늘 달고 살던 역류성 식도염도 나았다. 이전에는 하루 대여섯 끼, 조금씩 자주 먹었다. 행여 공복이 생기면 근육이 줄어들까, 소화가 덜 되도 때가 되면 음식을 밀어 넣기 바빴다. 위에 부담이 가는 걸 외면한 채 스스로를 사육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자유를 찾았다. 수십 년간 음식에 강박관념을 가졌던 그다. 음식의 유혹에 무너질까 사람 만나는 일도 마음 편히 하지 못했다. 여행을 가도 닭가슴살, 채소, 보충제는 필수였다. 트레이너에 걸맞은 몸을 유지하기 위해 참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았던 시간이다. 그를 옭아매던 식단에서 자유를 선물받자 불면증도 사라졌다. 간헐적 단식 7년 차, 지금 그의 나이는 50세를 가리키지만 신체 나이는 감히 20대라고 자부할 수 있다.

“간헐적 단식의 원리는 오토파지(자가소화작용)예요. 세포 내에서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요소나 세포를 분해하는 거죠. 또 공복 시에는 장수 유전자 시르투인을 활성화시키고 혈관 청소부 역할을 하는 아디포넥틴을 촉진합니다.”

주기에 차이가 있을 뿐, 간헐적 단식의 기본 원리는 몸속에 쉬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몸이 피로하면 휴식으로 충전하듯, 소화기관도 마찬가지다. 음식을 섭취하면 몸은 세포에 에너지를 전달하는 ‘일’을 한다. 반면 공복일 때 장기는 휴식을 취하며 우리 몸은 청소하는 시간을 갖는다. 계속 음식물을 섭취하는 건 몸이 쉬지 못할뿐더러 청소할 시간도 없다는 의미가 된다.


먹고 싶은 걸 먹되, ‘진짜 음식’을 먹을 것!


간헐적 단식을 할 때 초보자들이 하는 몇 가지 실수가 있다. 아놀드 홍은 “시간에 대한 강박관념을 버리라”고 조언한다. 그날의 상황과 몸 상태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여행을 갔다면 당시에는 여행을 즐기고 일상에 복귀해 다시 시작하면 된다. 열여섯 시간이 지났는데도 배가 고프지 않다면 공복을 더 유지해도 좋다. 초반에 간헐적 단식이 간헐적 폭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현상은 장시간 공복에 따른 보상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초반 고비만 잘 넘기면 된다.

초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오해는 먹고 싶은 걸 다 먹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아놀드 홍은 여기에 전제조건을 붙인다. 먹고 싶은 걸 먹되, ‘진짜 음식’을 먹으라는 것이다. 가공식품은 최대한 배제하고 자연식품 위주로 섭취를 권한다. 식당에서 조리된 것까진 괜찮지만, 그의 기준에서 라면, 과자, 인스턴트식품은 음식이 아니다.

“히포크라테스가 말했죠. ‘자연에서 멀어지면 질병에 가까워진다’고요. 공장에서 식품첨가제가 들어가 성분표가 찍힌 건 음식이라고 할 수 없어요. 우리가 음식이라고 먹는 딸기, 고구마의 경우 성분표를 확인하나요? 간헐적 단식은 기본적으로 내 몸을 건강하게 하는 데 있잖아요. 그렇다면 제대로 된 음식을 먹어야죠.”

간헐적 단식을 실천하면서 아놀드 홍은 내친김에 저탄수화물 고지방, ‘키토제닉’을 시작했다. 벌써 3년 차다. 우리 몸의 영양소가 에너지로 바뀌는 과정에서 탄수화물과 단백질은 노폐물을 생성하는 반면, 지방은 클린 에너지라는 게 그가 설명하는 키토제닉의 원리다. 여기에 일주일에 한 번,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치팅데이를 두고 있다. 사람마다 어울리는 식이요법이 다르겠지만 그가 직접 해본 결과 ‘간단키토’ 이상의 건강하고 효과적인 다이어트 방법은 나올 수 없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간단키토를 실천하며 아놀드 홍은 건강전도사를 자처하게 됐다. 그의 경험을 담은 《간헐적 단식? 내가 한 번 해보지!》를 낸 이유기도 하다. 통상 트레이너들은 살을 빼고 근육을 키워 몸의 외형을 꾸미는 데 집중하기 마련인데 그는 다르다. 틈틈이 생리학, 영양학, 심리학 등 다방면으로 공부하며 건강 유지법을 고민한다.

“간헐적 단식을 하기 전에는 몸의 외형에 집중했어요. 뚱뚱한 사람은 많이 먹고 게을러서 그렇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공부를 할수록 어떤 환경이 사람을 살찌고 병들게 하는지 알게 되니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돕고 싶더라고요.”

화려한 근육질 몸에 속은 병들어 있는 ‘가짜 몸짱’에서 그는 이제 몸과 마음의 완벽한 치유를 이뤄낸 ‘진짜 몸짱’으로 거듭났다.

대표적인 간헐적 단식 종류

16:8
하루 24시간 중 16시간 공복을 유지하고 8시간 안에 식사를 한다.

20:4
‘16:8’보다 나아간 방법으로 20시간 단식 후 4시간 안에 식사를 한다.

5:2
일주일에 5일은 일반식, 2일은 600칼로리 미만을 섭취한다.

eat stop eat
일주일에 1~2회 24시간 단식을 유지한다.

격일 단식
고난도 방법으로, 하루걸러 24시간 공복을 유지한다.



아놀드 홍이 제안하는 건강 팁

하루 6시간 이상의 수면
2리터 이상 물 마시기
저탄수화물 고단백질의 자연식 위주 식단
하루 2만 보 이상 걷기
바른 자세로 일상생활하기
  • 2020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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