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안재홍

친숙한 듯 낯선

글 : 서경리 기자  / 사진제공 : 제이와이드컴퍼니 

안재홍은 천생 배우다. 그를 만나고 확신했다. 안재홍과 인터뷰로 마주한 자리에서는 〈응답하라 1988〉의 정봉이도, 〈멜로가 체질〉의 로맨티스트 스타 PD도 없었다. 수줍지만 한마디 한마디 또박또박 준비한 말을 내뱉는 안재홍만 있을 뿐.
그동안의 이미지가 모두 연기라는 걸 알아차렸을 때, 배신감보다 안도의 웃음이 났다.
빈틈 많은 캐릭터를 연기할 때 보인 빈틈은 연기였다. 빈틈 연기에 빈틈이 없었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다’는 점은 배우 안재홍의 큰 장점이다. 장르와 캐릭터를 진폭 크게 넘나들어도 이질감 없이 녹아든다. 영화 〈족구왕〉에서 족구를 사랑하는 복학생 홍만섭,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는 덕후 기질의 6수생 정봉이, JTBC 〈멜로가 체질〉에서 잘난 맛에 사는 드라마 PD 범수 역할을 맡아 연기할 때도 그랬다.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친숙한 인물인데, 각각의 개성이 뚜렷하다. 안재홍이 연기하는 현실적인 인물들은 시청자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열렬한 호응으로 이어졌다.

“어떤 인물을 연기할 때 제가 연기하는 게 잘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해요. ‘완전히 다르게 해석해서 보여드려야지’라는 마음보다 그 역할로 보이기를 바라죠. 정봉이는 정봉이로만, 범수는 범수, 주만이는 주만이, 태수는 태수로 충실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안재홍은 2009년 단편 영화 〈구경〉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뒤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왔다. 그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린 작품은 2014년 개봉한 〈족구왕〉. 당시 이 영화로 그는 대종상과 청룡영화상에서 신인남자배우상 후보에 오르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응답하라 1988〉에서 연기의 정점을 찍고, 드라마 〈쌈, 마이웨이〉로 KBS 남자신인상을 받았다. 〈멜로가 체질〉, 영화 〈임금님의 사건 수첩〉 〈조작된 도시〉 〈소공녀〉 등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와 영화에서 존재감을 각인시키며 연기파 배우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올해도 그는 여러 작품으로 관객과 만날 계획이다. 지난 1월 15일 개봉한 영화 〈해치지않아〉에서는 M&A 전문 변호사를 꿈꾸는 청년 태수로 분해 청춘의 민낯을 보여줬다. 영화는 망해가는 동물원에 신임 원장으로 부임한 태수가 동물이 없는 동물원을 이끌며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알고 보면 진지하고 진중한


2월에는 영화 〈사냥의 시간〉으로 관객을 찾는다. 희망이 사라진 도시에서 밑바닥 인생을 보여주는 장호 역을 맡았는데, 짧은 탈색 머리에 타투를 하고, 거칠고 투박한 패션을 하는 등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이제훈, 최우식, 박정민, 박해수 등이 출연하는 〈사냥의 시간〉은 〈파수꾼〉으로 제32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윤성현 감독의 신작이다.

“〈응답하라 1988〉로 많은 분들이 절 알아봐주셨어요. 코믹한 연기만 하겠다는 고집은 없어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드라마와 영화에서만 봐온 안재홍을 예능에서 보는 건 낯설다. 그는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출연해 “예능 울렁증이 있어서 쉽지 않다”며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예능만 나오면 말수도 줄어들고, 낯가림도 하는 편이다. 초콜릿을 먹고 가봐도, 꿀을 먹고 가봐도 (잘 안 된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그랬다. 〈아는 형님〉에 출연해서는 다리 찢기 신공을 보여줬고, 〈런닝맨〉에서도 땀을 한 바가지 흘리며 최선을 다했지만 어딘가 좀 어색했다. 평소 안재홍은 말 한마디도 진중하게 내뱉는다. 집중력이 뛰어난 대신 느릿하다. 예능에서 이런 모습은 어색하고 멀뚱하게 비친다.

튀지 않으면서 그저 묵묵하게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은 오히려 다큐멘터리 형식의 예능에서 빛을 발한다. ‘응답하라’ 출연진과 함께한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 편에서 안재홍은 여행 내내 동료들의 식사를 책임졌다. 로스트치킨이나 파스타, 커리 등 냄비 하나로 그럴싸한 요리를 뚝딱 만들어내 ‘집밖 봉선생’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나영석 PD는 그를 두고 “밥을 해야 하면 밥을 하고, 먹기도 제일 많이 먹는다. 어디에 데려다놔도 있는 듯 없는 듯 자기 역할을 잘 수행하는, 차세대 짐꾼”이라며 칭찬했다.

2월 방영 예정인 〈트래블러〉 촬영에서도 안재홍의 요리 실력이 빛났다는 후문이다. 그는 배우 강하늘, 가수 옹성우와 함께하는 ‘청춘 여행기’를 통해 자연인의 면모를 보여줄 예정이다.


영화 〈해치지않아〉 위해 10kg 감량


TV에 등장하는 안재홍이 낯선 이유는 더 있다. 홀쭉해진 그의 외형적 변화다. 그는 최근 영화 〈해치지않아〉 촬영을 위해 체중 10kg을 감량했다. 찌질하지만 엉뚱한, 순수한 매력이 느껴지는 둥글둥글한 인물, 유머러스한 캐릭터로 굳어가던 그로서는 변신에 가깝다. 배우에게 한 가지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은 한계를 만들기도 한다. 안재홍은 “장르를 가리기보다 연기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영화 〈해치지않아〉는 동물원 직원들의 황당한 작전을 그린 코미디지만, 한편으론 안재홍이 맡은 태수가 냉정한 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해 벌이는 분투기이기도 하다. 안재홍은 태수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에서 자신을 마주했다.

“영화 속에서 누군가가 태수에게 ‘잡초같이 자란 놈이라 할 수 있을 거다’라는 대사를 해요. 태수가 동산파크 새 원장이 되면서 목표의식이 생기는데, 그 과정이 저와 닮은 것 같더군요.저도 연기를 시작할 때 정말 절박했거든요. 오디션 보고, 프로필 돌리러 영화사 사무실 찾아가고…. 그때는 프로필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기도 했어요. 그런 순간들이 있어서 연기에 더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배우 안재홍의 새해 계획은 영어 공부다. 〈트래블러〉 촬영차 아르헨티나에 다녀오고 나서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올해 그는 단편영화도 연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미 러닝 타임 20분의 〈열아홉, 연주〉를 연출한 경험이 있는 그는 “연기하는 제게 연출은 큰 자극이 되는 일”이라고 했다.

안재홍에게 더 이상 장르에 대한 고민은 없다. 매 작품, 어울리는 연기를 보여주려 한다. 어떤 역할이 주어져도 매번 새로운 모습을 그려내기 위해 애써온 안재홍. 배우로서 올해는 또 얼마나 성장할지 기대된다.
  • 2020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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