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라

서른 살 여배우의 숨 고르기

글 : 서경리 기자  / 사진제공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우 강소라에게는 반전 매력이 있다. 인형 같은 외모와 달리 성격은 털털하고 소탈하며, 어떤 질문에도 거침없이 답하고, 당황스러운 상황도 호탕하게 웃어넘긴다. 3만 9000원짜리 드레스를 레드카펫 위에서 명품처럼 소화하는가 하면, 트레이닝 차림의 일상을 SNS에 거리낌 없이 올린다. 소녀 같은 눈망울로 “언젠간 〈와호장룡〉 같은 무협영화를 찍고 싶다”며 눈을 반짝일 때는 놀랍기까지 하다.

CF와 드라마, 영화를 넘나들며 배우로서 입지를 잘 다져가면서도, 수영을 즐기고 영어와 중국어를 배우는 등 성실한 일상을 보내는 강소라. 영화 〈해치지않아〉를 계기로 마주 앉은 자리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하루 24시간을 철저하게 관리했던 지난날을 버리고, 연예인 강소라와 ‘나’ 강소라를 분리하면서 좀 더 편안해졌어요.”

영화 〈해치지않아〉는 11년 차 배우 강소라의 첫 코미디 장르 도전작이다. 〈달콤, 살벌한 연인〉과 서스펜스 코미디 〈이층의 악당〉을 연출한 손재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감독 특유의 개그 코드를 영화에 심었다. 강소라는 이번 작품에 대해 “착한데 재밌고, 웃기는데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라고 말한다. 그의 말마따나 영화는 코믹한 스토리 가운데 동물권과 청년들의 취업 고군분투기 등 사회적 이슈를 군데군데 심어놓았다.

영화는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쓴 훈(HUN)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망하기 직전의 동산파크에 신임 원장이 부임하고, 동물이 없는 동물원에서 직원들이 동물을 흉내 내며 동물원을 지켜간다는 이야기다. 원작에서는 설정만 차용했다. 동물원에 갇혀 불안해하는 북극곰 까만코의 이야기 등은 손 감독이 채워 넣었다. 강소라는 까칠한 수의사 소원과 사자 역을 맡았다. 사자 역은 말 그대로 사자탈을 쓰고 ‘사자를 연기하는’ 역할이다.

“저도 강아지를 기르지만, 동물권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죠. 야생동물이 살아갈 수 있는 서식지가 많이 줄어들고 있어요. 동물원은 그런 면에서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해요. 어떻게 하면 사람과 동물이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 봐요.”


첫 코미디 도전


첫 코미디 장르에 도전하는 것에 대해 강소라는 “해낼 수 있겠다는 막연한 느낌이 있었다”라고 말한다.

“안재홍 오빠와 박영규 선생님의 팬이라, 두 분이 캐스팅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팬심에 바로 응했어요. 저는 열심히 하려고 하면 열심히 하고 있는 게 티가 나서 어색해 보이는 스타일이에요. 웃기려고 욕심내지 않았어요. 코미디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 상황에 최대한 진지하게 임하려고 했죠. 욕심을 덜어내면서 연기했습니다.”

손재곤 감독은 배우들에게 “과한 연기를 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기하라는 말이었다. 그래서인지 코미디 영화임에도 누구도 대놓고 웃기지 않는다. 오히려 웃긴 상황에서도 진지하게 연기하는 배우들을 보면 ‘키득’ 웃음이 난다. 극장을 나서면서는 웃음기보다 묵직한 울림이 와닿는다.

2009년 영화 〈4교시 추리영역〉으로 데뷔한 강소라가 맡아온 역할은 ‘여전사’의 이미지가 강했다. 영화 〈써니〉의 춘화나 드라마 〈미생〉의 영이가 그렇다. 두 작품은 강소라의 인생작으로 손꼽힌다.

“저와 완전 다른 캐릭터였지만, 제 모습이 투영될 수밖에 없잖아요. (어떤 작품이든) 완전히 저 자신을 배제할 순 없죠. 〈써니〉와 〈미생〉은 과정이 좋았던 작품이이에요. 삶이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작품 성적 역시 제 예상과 같진 않죠. 둘 다 큰 기대 안 했는데 잘돼서 기뻤어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강소라의 어릴 적 꿈은 만화가였다. 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 〈메리다와 마법의 숲〉에서 메리다 역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을 때, 강소라는 “디즈니에서 일하는 게 꿈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때 방학숙제로 만화를 그려내거나, 동네 도서대여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며 모든 무협지를 섭렵했다는 이야기는 이미 유명한 일화. 중학교 때는 인터넷에 〈비연신검〉이라는 무협물을 연재해 출판 제의까지 받았던 의외의 이력도 있다.

지금도 웹툰과 웹소설을 좋아하는 그는 국내 주요 웹툰 플랫폼에 올라오는 만화 중 20~30%를 꾸준히 챙겨본다. 장르 구분 없이 판타지, 무협, 로맨스, 학원물 다 좋아해 “매일 ‘쿠키(사이버 머니)’를 굽는 게 일상”이라며 웃는다.


만화 좋아하는 취미 부자

강소라는 평소 ‘취미 부자’로 불린다. 무엇이든 배우는 것을 좋아하고, 독서도 좋아하며, 목적 없이 돌아다니는 것도 좋아한다. 올해 가장 하고 싶은 일도 ‘나 홀로 여행’이다. 지난해에는 SNS에 엄마와 함께 여행하며 찍은 일상 사진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연예계 ‘셀카고자’ 하면 강소라를 빼놓을 수 없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늘씬한 몸매까지 가진 워너비 스타지만, 그런 이미지가 셀카만 찍으면 무너진다.

“뭐든 자연스러운 게 좋은 것 같아요. 연애할 때도 아는 사이에서 발전되는 관계가 좋죠. 내 흠을 이미 알고 있으니 숨기거나 내숭 떨 필요도 없잖아요. 스타일링이나 연기할 때도 나다운 게 좋더라고요. SNS는 직접적인 소통 창구인데 왜 이미지를 신경 쓰나요?”

올해 서른을 맞은 강소라는 배우 인생을 길게 내다보며 호흡을 고르고 있다. 지난해는 스스로 안식년을 선물했다. 그동안 앞만 보며 채찍질해온 자신에게 주는 ‘쉼’이었다.

“저는 쉬어야 할 타이밍에 잘 쉬었어요. 그때 잘 쉬어서 지금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쉬면서 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나를 사랑하자’고 다짐했죠. 예전에는 외모를 가꾸기 위해 운동했다면 요즘은 내면을 가꾸는 데 더 공을 들여요. 과정을 즐길 수 있느냐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됐어요.”

그는 “건강한 에너지를 주고받는 우리가,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스무 살에 배우가 돼서 어느덧 11년 차를 맞은 그는 그 시간만큼 안팎으로 성숙해졌다. 강소라는 지금 ‘숨 고르기’를 하며 ‘완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 2020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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