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작가 곽정은

“자기다움이란, 나에 대한 통합과 존중이에요”

글 : 서경리 기자  / 사진제공 : 씨즈온 

방송인이자 작가 곽정은.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기자 출신의 작가’에서 찾는다. 13년 동안 《코스모폴리탄》 《싱글즈》 등 라이프스타일 잡지의 기자로 일했고, 서른 살에 첫 책을 낸 이후 《혼자의 발견》 《편견도 두려움도 없이》 등 여덟 권의 에세이를 냈으며, 〈마녀사냥〉 〈연애의 참견〉 등 TV 프로그램에서 카운슬러로도 활약하고 있다. 최근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선셋 에디션’을 낸 곽정은을 프라이빗 살롱 ‘헤르츠’에서 만났다.
“이전 책들은 일하는 여성이나 연애를 소재로 칼럼을 쓰듯 기획해서 만들었다면, 이 책에는 제 삶 자체가 녹아 있어요. 별도의 기획 없이, 사는 모습 그대로를 글로 풀어냈습니다. 막막하기도 했지만 진정한 에세이라고 생각해요.”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는 지난해 3월 출간 당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에 펴낸 ‘선셋 에디션’에는 그의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이야기와 명상이 주는 ‘마음 챙김’의 지혜를 추가했다.

“마음 챙김이란 ‘마인드풀니스’의 한국말이에요. 자신의 현재 감정 상태를 그대로 직면하지 못하고 과거로 가서 자책하거나 미래를 앞서 걱정하는 상태를 ‘마인드리스’라고 표현하죠. ‘마인드풀’의 반대 개념이에요. 어떤 사안이나 감정에 대해 쉽게 판단하지 않고. ‘지금 내가 이렇구나’를 받아들이는 자각과 수용의 과정을 마인드풀니스, 즉 마음 챙김이라고 말합니다.”

그가 마음 챙김을 받아들인 건 3년 전 인도에서다. 삶과 명상을 연결하는 심화 과정을 밟으며 본격적으로 명상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땐 제가 심정적으로 지쳐 있는 상태였어요. 일로든, 관계에서든. 명상을 하면서 ‘내 마음이 이렇구나’라는 것을 알게 됐고, ‘그동안 한 번도 나를 직면한 적이 없구나’라는 깨달음이 왔어요. 그 이후로 배움을 이어갈 수 있었어요.”


여성을 위한 프라이빗 살롱 ‘헤르츠’

곽정은은 명상을 통해 깨닫고 체득한 지식을 세상에 나누기 위해 2019년 2월 심리 살롱 헤르츠(Herz)를 열었다. 헤르츠는 독일어로 마음, 감정, 영혼, 용기, 신뢰를 뜻한다. 마음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탐구하자는 의미다. 이곳에서 그는 셀프러브 워크숍이라는 자존감 관련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헤르츠는 여성에 특화된 프라이빗 살롱이다. 그간 방송과 책을 통해 말해온 여성 관련 이슈를 확장한 공간이다. 곽정은이 본격적으로 대중 강연을 시작한 건 2009년. 그동안은 주로 연애 기술에 관한 콘텐츠를 다뤘다. 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따로 있었다. 여성의 자존감과 상처 극복에 관한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이 활동하는 자아, 즉 공부하고, 일하고, 남들 사는 대로 살면서 괜찮다고 말하는 내 모습이 진짜 자아라고 생각해요. 깊은 곳에 있는 자아는 어린아이거나, 상처받고 분노로 가득 찬 사람일 수 있거든요. 하지만 단점 같은 기질은 내보일 수 없잖아요. 꺼내는 순간 허락되지 않는 태도이거나 감정일 수 있으니까요. 세상을 경험하는 나와, 기억되는 나를 통합하고 외부적인 나와 내면의 나를 스스로 알아주지 않으면 자존감이 진짜 높다고 말할 수 없어요.”

자존감은 두 얼굴을 지녔다. 외부 요인이 긍정적이거나 평온할 때는 자존감의 진짜 얼굴을 알아차리기 힘들다. 문제는 부정적 외부 요인이 생겼을 때다.

“남들에게 칭찬받을 때는 자존감이 문제되지 않아요. 하지만 실직당하거나 연인과 헤어졌을 때, 또 몸이 아플 때처럼 부정적 외부 상황이 생기면 애매했던 자존감이 본모습을 드러내요. 아무리 회사에서 퍼포먼스가 좋은 사람이라도 상사의 채근 한 번에 무너진다면 자존감이 높다고 할 수 없죠.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잘 대처할 수 있어야 자존감이 높은 거예요.”

자존감이 무너질 때 우리는 어떻게 자기 자신을 지켜야 할까. 그는 진짜 자아와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내 안에는 여리고 잠재능력이 있지만 아직 발견되지 않은 ‘진짜 나’가 있어요. 사회에서 기대하는 자아와 내 안의 자아를 만나게 하는 작업이 바로 마음 챙김이에요. 본질적인 자아는 크고 단단하지만, 제대로 봐주지 않으면 그 힘은 살아나지 않아요. 마음을 돌보는 작업과 명상을 통해 상처를 직면하고, 그 상처를 느껴야 합니다. 고통스럽더라도요.”


‘진짜 나’를 만나는 마음 챙김


명상과 상담. 그가 자신을 바라보기 위해 필요하다고 꼽은 두 날개다. 홀로 명상만 오래하다 보면 감정에 지나치게 몰입될 우려가 있어 타인, 특히 전문가의 도움으로 자신을 들여다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는 깊이 있는 명상 수업을 위해 2017년부터 한양대 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다. 올해 졸업을 앞둔 그는 “의사소통과 감정 표현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계획을 밝혔다.

곽정은의 시간은 치열하게 흘러왔다. 30대의 그가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면, 40대의 그는 세상에 하나뿐인 자신만의 인생의 의미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20대의 저는 남들처럼 사는 것이 목표였던 것 같아요. 대학 가고 회사 가고 돈 버는 게 당연했죠. 30대는 결혼과 이혼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굉장히 혼란스러웠어요. 하지만 이제 와 돌아보면 나에게 내지 않으면 안 될 수업료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내 삶에 포커스를 잘 맞추지 못하면 어떤 결정을 할 수 있는지, 불안한 채로 하는 선택이 내 인생을 얼마나 통째로 뒤흔들 수 있는지를 깨달았죠. 이후 10년은 보석 같은 시간이었어요. 일로도, 한 인간으로서도 큰 성장을 이뤘어요.”

30대에 들어서 뒤늦은 성장통을 경험하고, 길고 깊은 통증 끝에 명쾌해진 자기 자신으로 돌아온 그는 명상을 접한 후 삶의 확장을 경험하고 있다.

“30대 초반까지 제 인생은 이혼 전과 후로 나뉜다고 생각했어요. ‘바보 같던 나’와 ‘정신 차린 나’라고 할까요. 서른아홉 살 무렵 명상을 접하고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이러한 철학을 받아들이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남들처럼 살아야 하니까 달려야 해’가 아니라, ‘오늘 하루라도 절대 낭비하지 말자, 내 인생은 귀하니까’라고 여깁니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진정한 ‘나다움’이 무엇인지 물었다.

“나다움은 자신에 대한 통합, 자신에 대한 존중 같아요. 기질적이든 혹은 후천적으로 발현된 특성이든, 자신의 장단점을 받아들이고 삶 안에서 통합을 이루는 게 진정한 자기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 2020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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