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독서로 내 인생 바꾸기》 펴낸 장정법 육군 소령

탈영병이자 관심 병사였던 그는 어떻게 인생 역전을 했나

글 : 이선주 객원기자  / 사진 : 김선아 

“대한민국의 건강한 남자라면 군대 생활은 누구나 거쳐야 하는 인생의 한 과정입니다. 보통 1년 6개월, 일수로 따지면 540일을 군대에서 보내죠.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앞으로의 삶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 역시 그 시기가 인생을 결정지은 중요한 때였습니다. 후배 병사들에게 제 경험을 들려주면서 군대에서 보내는 시간을 인생의 전환점으로 삼으라고 당부하고 싶었습니다.”
최근 《병영독서로 내 인생 바꾸기》를 출간한 장정법 육군 소령(육군학생군사학교 가톨릭관동대학군단)을 경기도 동두천시 우리서점에서 만났다. 그는 그 서점이 “오랫동안 군 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에 부칠 때마다 찾아와 에너지를 얻어 가던 곳”이라고 소개했다. 늦은 시간에 서점을 찾아 책 제목만 훑어봐도 새롭게 시작할 용기와 힘이 생겼다고. 그는 군대에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책을 읽기 시작했고, 책에서 삶의 이정표를 찾았다.

“강원도 철원군 제3보병사단(별명 백골부대)에서 훈련병 생활을 할 때부터 저는 요주의 인물, 이른바 관심 병사였습니다. 탈영병으로 영창에 갇히기도 했죠. 그런 제가 어떻게 20년 가까이 장교로 일하면서 소령이 됐을지 상상할 수 있겠습니까? 모두 독서의 힘입니다.”

외환위기로 온 나라가 흔들렸던 1998년 그는 대학 생활 중 입대했다. 외환위기의 영향으로 어머니 사업이 실패했고, 도망치듯 입대했지만 적응하기 어려웠다. 신학을 전공하면서도 밤이면 긴 머리를 휘날리며 클럽 DJ로 자유롭게 생활하던 그에게 군대는 낯설고 두려운 곳이었다.

처음 만지는 곡괭이와 삽으로 진지를 팔 때부터 두려움이 몰려왔고, 동료들과 소통하지 못해 외톨이가 됐다. 이발병으로 대대장의 머리카락을 자르다 귓불을 베어버리는 실수까지 했다. 너무 긴장한 바람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관심 병사의 대대장 시해 시도’로 소문이 났다. 휴가 후 부대로 돌아가다 버스를 잘못 타는 바람에 복귀 시간을 넘겨버렸다. 고참들에게 혼날 게 두려워 무작정 탈영했고, 결국 아버지 손에 이끌려 부대로 돌아간 후 영창에 갇혔다. 군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데다 미래도 불안했던 그에게 삶의 목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동생이 보내준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였다.


나를 바꾼 한 권의 책

“미국 육군에 입대해 소령까지 지내고 예편한 후 하버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서진규 박사의 책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를 읽고 큰 자극을 받았습니다. 온갖 어려움을 헤치고 꿈을 이뤄나간 그분의 삶을 보면서 나 자신을 돌아봤죠. 내가 마주한 현실, 해야 할 일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그분처럼 육군 소령이 되어 책도 냈으니 조금은 따라가고 있는 것 같네요. 저도 젊은 친구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으면서 길을 안내하고 싶습니다.”

부대의 작은 병영 도서관을 드나들기 시작한 것도 그 책을 읽은 다음부터였다.

“책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어서 도서관에서 근무하던 이등병에게 독서법을 가르쳐달라고 했습니다. 그 친구는 ‘이곳이 레스토랑이고 병장님이 골라온 책이 잘 구워진 스테이크라고 생각하세요. 이제 한 시간 동안 천천히 맛있게 씹어 드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쉬운 책부터 하나하나 씹어 먹다 보니 독서가 즐거워지더군요. 우리 뇌가 독서에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처음에는 쉽고 편안한 책부터 읽어야 거부감이 덜해요. 남에게 자랑할 만한 책이 아니라, 나와 맞는 책을 찾아내서 읽는 게 중요합니다.”

그는 전역을 앞두고 간부 사관 공채에 지원해 합격했다. 현역병 출신으로 장교가 될 수 있는 길이었다. 관심 병사였던 데다 탈영까지 했던 그가 어떻게 장교가 될 수 있었을까? 그는 독서 덕분이라 대답한다.

“천천히 읽으면서 깊이 생각하는 훈련을 하다 보니 면접관이 어떤 돌발 질문을 해도 논리적으로 여유 있게 대답할 수 있었습니다. 삶을 보는 눈, 균형 감각이 생기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는 간부 사관 훈련을 거쳐 2000년 10월, 육군 소대장으로 부임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관심 병사가 많아 모두가 걱정하던 소대였다. 25세 소대장인 그는 누구보다도 병사들의 마음을 잘 이해했다. 불과 1, 2년 전만 해도 그 자신이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관심 병사였기 때문이다.


독서 노트 수십 권


그는 내면의 어려움을 털어놓는 병사들과 함께 울면서 그들을 따뜻하게 안아줬다. 병사들을 다독이고 위로하며 치유하는 게 장교로서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맡은 부대는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활기찬 분위기로 유명해졌다.

그는 20년 군 생활 대부분을 서부전선 최전방에서 보냈다. 남방한계선 철책선에서 24시간 경계 근무를 하면서 적의 기습에 대비하는 부대를 이끌었다.

“항상 눈앞의 적과 마주 보고 있어서 고요하지만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는 상황이죠. 만약의 사태가 벌어지면 병사들은 오로지 지휘관의 명령에 의지해 움직입니다. 지휘관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정신력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 내면의 힘을 키우기 위해 동서양 고전과 역사, 위인 이야기를 많이 읽었습니다. 독서를 하지 않았다면 수많은 병사를 이끄는 지도력을 갖출 수 없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는 2008년 육군 참군인 대상을 수상한 것도 독서 덕분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 입장이 돼서 적극적으로 책을 읽다 보니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었고, 군 생활 개선을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를 내면서 ‘아이디어 뱅크’ ‘장영실’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한 권 한 권 씹어 먹듯이 책을 읽어온 그는 꼭 기억하고 싶은 구절을 공책에 또박또박 적어서 정리했다. 그렇게 정리한 공책이 수십 권이다.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를 지낸 배철현 박사와는 저자와 독자로 만나 돈독한 관계를 맺었고, ‘나도 책을 쓰고 싶다’는 꿈을 실천에 옮겼다. 《병영독서로 내 인생 바꾸기》를 첫 책으로 펴내면서 두 번째, 세 번째 책까지 이미 준비하고 있다.

“2007년 가을, 한 이등병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일본에서 최고의 요리사로 일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때까지는 요리해본 적도 없고, 일본어도 못하지만 지금부터 노력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런 자세라면 해낼 수 있다고 격려했죠.”

그 이등병은 현재 자신의 꿈대로 일본 오사카 유명 호텔에서 주방장으로 일하고 있다. 군대에서 취사병으로 일하며 경험을 쌓고, 다양한 전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책을 읽으면서 시야를 넓힌 덕분이다.


전역 후 직업, 군 업무와 관련성 높아

“군대는 이렇게 막연하게 상상만 하던 꿈을 구체적으로 준비할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2002년부터 2016년까지 만기 전역한 장병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군 생활에서 맡은 업무와 전역 후 직업의 관련성이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일과 후 시간을 활용해 어학 공부를 하거나 국가 공인 자격증을 딴 장병들도 많고요.”

그는 지루하고 외로울 수 있는 병영 생활에서 책이 좋은 친구가 되어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웬만큼 인기 있는 책들은 진중 문고로 갖춰져 있습니다. 그 외의 책은 부대가 속한 면사무소 도서관에 신청하거나 국방부의 자기계발 지원비 신청을 통해 볼 수도 있죠. 글쓰기 연습을 하면서 병영문학상에 도전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등병 시절부터 영화 시나리오를 준비해 전역 후 영화 배급사와 계약한 경우도 있어요. 장병들이 일과 후에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책과 더 멀어질까 걱정입니다. 그렇다고 휴대전화가 무조건 책 읽기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전자책을 읽으면서 독서에 재미를 붙였다는 장병도 있으니까요. 후배 장병들도 책 속에서 길을 발견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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