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82년생 김지영〉 배우 공유

“많이 울었어요. 엄마 생각도 났고”

글 : 유슬기 기자  / 사진제공 : 매니지먼트 숲 

“사람이 어떻게 도깨비를 이겨유….”

“내 이상형은 ‘공유’”라는 동백(공효진)의 말에 옹산의 촌놈 용식(강하늘)이 한 말이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한 장면이지만, 꽤나 현실성이 있다.

사람은 도깨비를 못 이긴다. ‘쓸쓸하고 찬란한’ 도깨비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도깨비도 되고, 사람도 된다. 2017년 드라마 〈도깨비〉로 세상을 들었다 놓은 배우 공유는 꽤 오랜 시간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뜻밖의 영화로 찾아왔다. 한 여성이 나고 자라 겪는 한 편의 이야기 〈82년생 김지영〉. 공유가 맡은 대현은 지영을 둘러싼 세계의 일부다. 지영의 삶의 그래프가 보편성을 얻기 위해 그의 남편은 평범하고 납작한 한 축이 된다. 한 시절을 가장 비범하게 살아낸 한 남자가, 2019년을 살아가는 군중의 하나가 되어 나타났다.

2017년에 만난 공유는 영화 〈남과 여〉 〈부산행〉 〈밀정〉 등을 마치고 〈도깨비〉를 촬영하고 있었다. 그를 둘러싼 이슈는 화려하고, 그가 맡은 인물은 눈부셨으며, 작품들의 면면은 기념비적이었다. 한 배우가 연달아 이렇게 놀라운 성과를 낼 수 있는지에 모두가 놀랐고, 세상은 그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뭘 해도 되는’ 가장 뜨거운 시기에 만난 그는 침착하다 못해 창백해 보였다. 트리플 크라운에 가까운 왕관은 반짝였지만 그것을 쓴 공유는 정작 건드리면 바스라질 듯했다.

“그때의 저는 아주 행복한 시기를 지나고 있었지만, 정작 행복을 느낄 여유가 없었어요. ‘정신을 차리고 버텨야 한다’는 게 그때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도깨비〉를 마치고 나니까 카운터펀치를 맞은 것 같더라고요. 일어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겠구나 싶었죠.”

바닥까지 소진된 에너지가 고이기까지의 시간이었다. 비우고 또 채워 맑아진 정신으로 받아든 대본이 〈82년생 김지영〉이었다. 영화 속 대현은 고민하고 지켜보고 반응하는 인물이다. 지영의 변화를 가장 먼저 포착한 인물이라, 시종일관 그는 초조하고 미안하고 불안하다. 그럼에도 현장에 가는 공유의 발걸음은 늘 즐거웠다.

“제가 걱정을 사서 하는 스타일인데, 이번 현장은 갈 때마다 행복했어요. 실제로 좋은 팀과 만들어서도 그랬지만, 제 상태가 좋았기 때문이기도 해요. 나중에도 이번 영화는 ‘저의 아주 좋은 에너지가 담긴 작품’으로 기억할 것 같아요.”


79년생 경상도 사나이


완성된 영화를 볼 때 그는 출연 배우가 아니라 한 명의 관객이다. 원래의 그라면, 자신의 부족함과 미흡함을 확인하느라 예민했을 텐데, 이번엔 작품만 보였다. 아무도 악인으로 그리지 않았으나, 상황과 구조 속에 함몰된 개인을 탁월하게 그려낸 김도영 감독에게 존경심이 생길 정도였다. 영화를 보면서, 공유는 많이 울었다.

“보고 나서 엄마 생각이 났어요. 누나 생각도 났고요.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어요. ‘엄마는 어떤 삶을 살았어?’ ‘나는 어떤 아들이었어?’ 여쭤보고 싶더라고요.”

경상도에서 나고 자란 79년생 공유는 꽤나 보수적인 분위기에서 컸다. “누나의 말을 들어봐야겠지만 그렇다고 차별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가 아버지에게 가장 호되게 맞았을 때는 “힘세고 키 커졌다고 누나를 함부로 대했을 때”였으니 말이다.

“극중에서 지영이와 그의 어머니가 살아온 시간은 너무나 평범한 보통의 삶이었잖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현실에 발이 닿은 작품을 좋아해요. 영화의 역할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스쳐 지나갔던 어떤 것들을 되짚어 보여주면서 생각할 기회를 주는 거라고 봐요. 그렇게 생각하고 고민하다 보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고요.”

군 제대 후 그가 선택했던 〈도가니〉도 그런 영화다. 숨겨진 어떤 세상의 진실을 보여줌으로써 같이 고민해보고, 같이 나아가자고 권하는 이야기다. 공유와 정유미는 〈도가니〉 〈부산행〉에 이어 〈82년생 김지영〉에서도 함께 관객에게 손을 내밀었는데, 두 사람은 서로의 작업 방식에 대해서도 깊은 신뢰를 갖고 있다.

“대본에는 그저 ‘대현이 지영을 바라본다’라고 쓰여 있는 장면이었어요. 지영이 된 유미 씨가 앞에 앉아 있는데, 제가 그렇게 미안한 거예요. 얼굴을 못 볼 정도로요.”

두 사람이 서로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눈시울과 코가 빨개질 정도로 울어버린 장면은 영화에 고스란히 담겼다. 모두가 다 그런 거라며, 모른 체해서 모르는 채로 지나쳐버린 숱한 김지영들의 삶에 대한 회한이자 사죄다.

아무리 좋은 영화도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기는 어렵다. 〈82년생 김지영〉은 어떤 영화인지 개봉해 보여주기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고, 논란은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평점 테러는 물론, 주연 배우들도 공격을 받았다. 타이틀롤을 맡은 정유미뿐 아니라 영화에 동의하고 참여한 공유도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는 “남편이 공유인 것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논점 밖의 논쟁도 있었다.


여성의 영화가 아닌, 한 인간의 영화


“모두가 같은 반응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제게 이 영화는 여성의 영화가 아닌 한 인간의 영화였고, 그 서사를 보여주는 게 좋았어요. 시간이 갈수록 진짜 용기는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의 현상이 영화의 운명이라면, 같이 헤쳐나가야죠.”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을수록 고민은 많아지고 용기는 적어진다. 결혼도 그렇다. 한때는 어릴 때 결혼해서 젊을 때 아빠가 되는 게 꿈이기도 했는데, 지금은 결혼의 무게와 가정의 소중함, 육아의 육중함을 알아서인지 더 신중해진다.

“비혼주의는 아닌데 점점 더 어려워지는 건 맞아요. 결혼을 ‘일단 해보자’는 건 이제 안 될 것 같아요. 정말로 감당할 수 있을지, 잘해나갈 수 있을지 생각하다 보면 점점 더 자신이 없어져요. 결혼이 필수라는 생각으로 밀어붙이는 게 어쩌면 더 무책임한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가 결혼은 이제 선택인 것 같다고 할 때, 그 선택 안에는 분방한 삶에 대한 미련이 아닌 인생과 인생이 만나는 의미에 대한 통찰이 서려 있다. 자신의 인생이 소중한 만큼, 다른 이의 인생도 소중하다는 걸 알아버린 이가 느끼는 두 배의 무게감이다. 반짝이는 왕관을 쓰고도 그 무게를 근심했던 한 배우는, 인생의 모든 선택에는 그만큼의 대가가 따른다는 것 또한 안다. 누군가는 농익은 스타이면서, 무르익은 인간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그는 어제의 도깨비이면서 오늘의 우리도 될 수 있었는지 모른다.
  •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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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TkTRjrNen   ( 2019-12-04 )    수정   삭제 찬성 : 1 반대 : 1
과장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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