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이 점점 더 멋있어지는 이유

힘을 빼요, 미스터 차

글 : 유슬기 기자  / 사진제공 : YG엔터테인먼트 

치과에 다녀온 차승원이 부리나케 카페 안으로 들어선다. 약속 시간에서 5분가량 지났을 뿐인데, 연신 고개를 숙이며 취재진에게 미안해한다. “의사 선생님께 20분에는 무조건 나가야 한다고 했는데 이렇게 됐다”며, “삼청동에 외국인 관광객분이 많아 막 헤치고 뛰어오지도 못 했다”고 어쩔 줄 몰라 한다.

차승원은 촬영 현장에도 늘 먼저 가 있는 편이다. 누구를 기다리게 하거나 늦는 일을 스스로도 견디지 못한다. ‘폐 끼치는 걸’ 본능적으로 싫어한다. 본인 말로는 “보기보다 눈치를 많이 본다”며 웃는데, 그건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기보다 상대방의 마음을 공연히 언짢게 하고 싶지 않아서다.

차승원이 12년 만에 코미디 장르에 도전한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가 추석을 앞두고 개봉했다. 2016년 영화 〈럭키〉로 뜻밖의 홈런을 날린 이계벽 감독과 의기투합했다는 점에서 더 눈길을 모았다.

“시나리오보다는 감독님을 보고 결정했어요. 대화를 나눠보니 좋은 사람이더라고요. 이런 사람이 하는 이야기라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죠. 영화에도 그런 좋은 기운이 흘러요. 예전에는 모질고 독한 코미디도 했는데, 지금은 못 하겠더라고요. 조금 덜 웃기더라도 이상한 코미디는 만들지 말자고 같이 이야기했어요.”


모진 이야기는 이제 못 할 것 같다


실제로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웃으면서 들어갔다가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나오게 되는 영화다. 휴먼 ‘코미디’일 줄 알았는데 ‘휴먼’ 코미디다. 어느 날 갑자기 ‘딸벼락’을 맞은 철수는 딸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정신 연령을 가진 인물이다. 몸이 아픈 철수의 딸 샛별과 마음이 아픈 철수의 버디무비는 부녀간의 동행이라기보다 또래의 우정 여행처럼 보인다.

“샛별이를 대할 때 지극한 부성애를 갖고 접근하지는 않았어요. 물론 제가 아이가 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생기는 어떤 감성이나 무의식적인 디테일은 있겠죠. 하지만 딱 철수가 느끼는 만큼만 표현하려고 했어요. 그래서인지 마지막에 두 사람이 함께 걸으면서 투닥거리는 장면이 참 좋아요. 이 두 사람은 이렇게 서로 부족한 면을 채우면서 함께 가겠구나 싶어서요.”

영화 속에서 철수가 샛별이를 와락 안아주거나, 오열하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철수는 샛별이가 좋아하는 과자를 사고, 샛별이를 위해서 아픈 주사를 참는다. 샛별이가 자기보다 더 아픈 친구를 위해 ‘이승엽 사인볼’을 얻으려 무작정 대구에 가는 딱 그만큼의 마음으로 철수는 샛별이 곁에 머문다.

“예전에는 모르는 것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모르면 안 되니까, 현장이 안 굴러가니까요. 그만큼의 부담감과 책임감을 갖고 있었죠. 지금도 그런 책임감은 마찬가지예요. 아니 더 커졌죠. 다만 지금은 모르는 건 모른다고 말해요. 모르니까 알려달라고요. 모르는 것보다 모르는 걸 아는 척하는 게 더 부끄러운 일이라는 걸 알았어요. 다만 모르는 만큼 더 공부해야 한다는 건 시간이 갈수록 더 느끼죠.”

〈스페인 하숙〉을 함께 운영했던 배우 유해진은 차승원을 보며 “저 친구가 좀 뾰족했는데,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어느덧 20년을 바라본다. 서로의 30대와 40대를 지켜본 사이다. 그때 차승원은 모질고 치열했다.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그랬다.

“촬영을 하다 보면 거의 서너 시간을 못 자는데, 그때 한 열다섯 번은 깨요. ‘그때 왜 그랬지’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자책을 하는 거죠. 하루 종일 뒷골이 당기는 상태예요. 영화 〈혈의 누〉를 찍을 때는 하루에 담배를 대여섯 갑을 피웠어요.”

2005년 개봉한 〈혈의 누〉는 조선시대 말기, 외딴 섬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사건을 다룬 영화다. 차승원은 이를 조사하는 수사관 원규 역을 맡았다. 2002년 〈광복절 특사〉, 2003년 〈선생 김봉두〉를 연달아 성공하며 ‘차승원식 코미디’를 안착시킨 그가 범죄 스릴러, 미스터리 사극에 도전했다. 그를 흥행 배우의 반열에 올려놓은 코미디는 또 한편으로 그의 발목을 잡았다. 벽을 넘고 싶었다.


그 사람, 참 괜찮지

“유해진 씨가 항상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듣잖아요. 영화 개봉을 앞두고 배철수 선배님 라디오에 출연했는데, 저도 친숙한 느낌이더라고요. 그 한 시간을 함께하면서 ‘배철수 선배처럼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제 라디오 한 지도 30년이 다 돼간다고 하시는데, 그냥 청년 같으세요. 그런 어른 있잖아요. 나이가 들어도 말이 통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

1970년생인 차승원은 올해 꼭 50이 됐다. 기초 대사량이 현저히 떨어져 예전만큼 운동을 해도 몸이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지금의 몸을 유지하고 싶어 매일 운동한다. 인터뷰가 있던 날도 새벽에 운동을 다녀왔다고 했다. 사진 촬영은 없지만, 몸 상태는 최상으로 유지하고 싶어서. 그건 이 일을 하고 있는 자신과의 약속이다. 앞으로 운동량이 얼마나 더 늘어날지 모르지만, 배우로 사는 동안 이 약속을 지키고 싶다.

“전에는 뭔가 거창한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더 잘해야 한다고도 생각했고요. 지금은 제 몸을 잘 지키고, 제 식구들을 잘 챙기고, 제 주변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를 오래 본 사람들이, ‘그 사람 별로야’ 하면 얼마나 비참해요. 제 곁에 있는 사람들이 ‘그 사람, 참 괜찮지’ 하면 저는 그걸로 될 것 같아요.”

하나의 배역을 맡으면 그 사람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지금은 그와 자신의 접점을 찾는다. 무리해서 그 선을 넘지 않으려 조심한다. 결국 연기도, “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고 말한다.

어렵게 찾은 그의 모습은 썩 근사하다. 한껏 힘을 줬던 세포와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던 감성은 편안히 놓아둔다. 연기할 때는 웬만하면 메이크업도 하지 않는다. 평소의 그가 가장 많이 출몰하는 곳은 마트나 시장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마트에서 차승원을 봤다”는 목격담이 넘친다. 그리고 사람들은 묻는다.

“차승원 씨는 왜 나이 들수록 멋있어지나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 그는 ‘으헝헝’ 하고 특유의 웃음을 터뜨리리라. 아마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차승원이 자신을 찾아가고 있어서’쯤이 되지 않을까.

“저는 제가 B형인 줄 알고 살았어요. 아주 남자답고, 결단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아이가 생기고 다시 검사를 해보니 AB형인 거예요. 저는 혈액형을 꽤 믿는 편인데 당황스럽더라고요. 그런데 요즘 저를 보니까 소심하고, 주변 눈치를 많이 보는 게 A형이 아닌가 싶어요.(일동 웃음) 다시 검사를 해봐야겠어요.”
  • 201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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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김수영   ( 2019-10-14 ) 찬성 : 2 반대 : 0
topclass에 댓글은 처음입니다. 차승원님 연예계에 몇 안되는 휼륭하신 분이라서요. 안성기, 박중훈, 유해진, 차승원....이런 분들이 있기에 우리 연예계가 그나마 더러워지지 않고 버티는 거죠. 차승원님 건강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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