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익 쿨잼컴퍼니 대표

콧노래 흥얼거리면 인공지능 앱 ‘험온’이 작곡을

글 : 이선주 객원기자  / 사진 : 김선아 

봄날에 흩날리는 꽃잎을 보면서, 아이의 첫 걸음마에 감탄하다가, 혹은 운전이나 샤워를 하면서 흥얼거리던 콧노래가 멋진 음악으로 탄생한다면? 최병익 쿨잼컴퍼니 대표는 2017년 이런 환상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애플리케이션 ‘험온’을 개발했다.
‘험온’으로 콧노래를 녹음하면 곧바로 악보가 만들어진다. 쿨잼컴퍼니가 최적화한 음악 정보 추출(Music Information Retrieval) 기술 덕분이다. 그 악보를 바탕으로 발라드, 록, 클래식, R&B, 뉴에이지 등 원하는 장르로 편곡할 수 있고, 음악이 완성되면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도 가능하다. 수많은 음원을 바탕으로 딥러닝한 인공지능이 사용자가 원하는 분위기의 음악을 만들어준다. 전문 음악인이 오랜 시간을 들여 할 수 있는 일을 인공지능이 단박에 해내는 것이다.

현재까지 험온을 다운로드 받은 사람은 전 세계 130만 명 정도. 이 앱은 출시된 지 얼마 안 돼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별다른 홍보 없이 해외 이용자가 70%를 차지했다. 글로벌 시장의 가능성을 읽은 그는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쿨잼컴퍼니 본사를 미국에 두고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그를 잠시 한국에 왔을 때 만났다.

최 대표는 지난해 UC 버클리대학이 운영하는 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 지원기관), ‘스카이덱(SkyDeck)’의 코호트(Cohort)팀으로 선발된 후 미국 법인을 설립해 본사를 아예 미국으로 옮겼다. 아직은 미국 본사보다 서울 지사의 직원이 많아 수시로 메신저나 화상통화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2017년 5월부터 두 달간 ‘비엔나 스타트업 패키지’에 참가한 후 미국 실리콘밸리로 진출해야겠다는 마음을 굳혔습니다. 비엔나 스타트업 패키지는 비엔나시가 전 세계에서 여섯 개의 스타트업을 선발해 유럽 진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두 달 동안 비엔나를 기반으로 프랑스, 독일, 스페인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가해 주목받았고,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음악 관련 스타트업 대회인 미뎀랩(Midemlab)에서 우승도 했습니다. 그런데 유럽 스타트업들은 ‘베를린으로 갈 거야’라고 하고, 베를린 스타트업들은 ‘실리콘밸리로 갈 거야’라고 말하더군요. 저는 처음부터 실리콘밸리를 목표로 삼았습니다.”


100 대 3 경쟁 뚫고 한국 최초로 선발


쿨잼컴퍼니는 2018년 5월, 100 대 3 정도의 경쟁을 뚫고 한국 기업 최초로 스카이덱의 코호트팀에 선발되면서 실리콘밸리에 안착할 수 있었다. 지원 조건이 파격이었다. 투자금 10만 달러(약 1억 원)는 기본, 실리콘밸리의 업무 공간을 포함해 컨설팅도 받았다. 버클리대학의 인재들을 인턴으로 활용하는 등 인적·물적 자원 활용은 덤이었고, 세계 시장을 겨냥한 수많은 스타트업과 교류하면서 자극과 도움도 받았다.

“스카이덱은 험온뿐 아니라 시장 규모를 더 넓힐 수 있는 서비스를 찾아보라고 조언했습니다. 여러 아이디어를 떠올리다 동영상에 배경 음악을 합성해주는 서비스를 생각했습니다. 동영상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배경 음악 서비스의 시장 규모가 2조 원대로 커졌거든요. 인공지능이 동영상의 배경 음악을 실시간으로 작곡해주는 서비스 ‘사운즈업(SoundsUp)’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이 기술을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CES)에서 선보였습니다.”

쿨잼컴퍼니는 사운즈업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한 걸음씩 내딛었다. 동영상에 어울리는 기존 음악을 배경 음악으로 합성해주는 서비스부터 시작했다. 지금은 수많은 데이터를 입력하면서 인공지능 딥러닝을 통해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사용자의 취향을 분석해 사용자 맞춤형 작곡 서비스도 시도 중이다.

음악과 공학을 접목하는 서비스 개발은 최병익 대표의 묻어두었던 꿈을 되살리는 일이기도 하다. 한양대학교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를 졸업한 후 삼성전자에서 근무한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대중 앞에서 연주해본 악기만 일곱 가지다. 피아노는 30년 넘게 연주해왔고, 대학 오케스트라 동아리에서는 비올라, 교회 밴드에서는 기타와 드럼을 연주했다. 수학과 물리학도 좋아해 공대에 진학했지만 음악으로 전공을 바꿔볼까, 진지하게 고민했을 정도다.

“서울대에서 작곡을 전공한 교회 누나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극구 말렸습니다. 음악이 밥벌이가 되면 예전처럼 즐길 수 없다면서요. 그 누나가 바로 안진 버클리대 작곡과 교수예요. 쿨잼컴퍼니를 설립한 후 안진 교수를 고문으로 영입했고, 실리콘밸리로 진출했습니다. 음악적인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안진 교수가 많은 도움을 주죠.”


삼성전자 사내 벤처 C랩 출신


2010년부터 2016년까지 그는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에서 센서 개발을 맡아 일했다. 입사하면서부터 ‘아무리 힘들어도 3년 전에는 퇴사하지 말고, 10년 이상은 다니지 말자’고 마음먹었다.

“3년은 다녀야 배우는 게 있고, 10년 이상 다니면 너무 익숙해져서 안주하기 쉽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탄탄한 회사라도 안주하기 시작하면 자생력을 잃을 것 같았습니다. 입사 4~5년쯤 되자 ‘음악과 기술을 접목하는 공부를 해볼까, 창업을 할까’ 고민했죠. 내가 꿈꾸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2015년, 음악과 기술을 접목한 그의 아이디어는 삼성전자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C랩 과제로 선발됐고, 1년 동안 신사업 개발에 몰두할 수 있었다. 음악에 대한 열정을 품고 있던 삼성전자의 인재들도 속속 모여들었다. 사내 밴드와 힙합 동아리에서 활동하던 안지호 부대표, 음악 관련 스타트업에서 일하다 삼성전자에 입사한 안영기 이사, 홍대 앞 소극장에서 일렉트릭 기타를 연주했던 이유경 이사가 이때부터 함께 일했다.

이들은 2016년 11월 삼성전자를 나와 쿨잼컴퍼니를 세우고, 2017년 험온을 출시했다. 예상과 달리 험온은 교육용으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핀란드에서 열린 스타트업 컨퍼런스에서 한 음악 교사가 ‘험온이 교사들 사이에서 유명하다’고 이야기해 놀랐어요. 프랑스에서는 학교에 보급하는 태블릿PC에 험온을 설치했죠. 일본에는 험온으로 습작하듯 꾸준히 자작곡을 만드는 이용자가 많습니다. 전 세계 인디게임 개발자나 유튜버들이 험온으로 직접 만든 음악을 배경 음악으로 사용하기도 하고요. 자신이 만든 하나밖에 없는 음악인 데다 저작권료를 내지 않아도 되니까요. 전문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해 프리미엄 서비스도 만들었습니다. 일반 서비스는 무료지만, 프리미엄 서비스는 매달 이용료를 내죠.”

순조롭게 성장해온 듯 보이지만 최병익 대표는 “아직은 꿈을 이뤘다기보다 이뤄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대학 시절에는 게임에 빠져 지내면서 학사 경고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리저리 방황하느라 군복무를 포함해 대학을 10년 가까이 다녔죠. 그 시절을 거치면서 내가 얼마나 연약한 인간인지 깨달았어요. 지금도 내가 잘해서라기보다 운이 좋아서 좋은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대기업에 다니다 스타트업을 시작하니 한 걸음 한 걸음이 도전의 연속입니다.”
  • 2019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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