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더 유명한 콘텐츠 크리에이터 고효주

롱보드 위에서 ‘나’를 찾다

글 : 김가원 명예기자  / 사진제공 : 고효주 

기다란 보드 위를 오가는 가벼운 발걸음, 몸을 휙휙 돌리며 이리저리 밟는 스텝이 꼭 춤을 추는 것 같다.
그래서 이름도 롱보드 댄싱(Longboard Dancing)이다.
물 흐르듯 시원하게 활주하는 고효주 씨의 보드 라이딩 영상은 그야말로 시간이 ‘순간 삭제’되는 경험을 선사한다.
고효주 씨는 3년 전부터 꾸준히 주목받아온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그의 롱보드 콘텐츠는 해외에서 먼저 관심을 보였다. 까르띠에, 샤넬, 구찌 같은 유수의 브랜드와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클린 밴딧(Clean Bandit) 등 해외 뮤지션의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했다.

그의 영상은 단순한 보드 라이딩이나 여행 영상이 아니다. 롱보드 댄싱 동작만큼이나 눈길이 가는 다채로운 배경에, 독특한 편집과 음악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2016년 업로드한 미국 LA 여행 영상 조회수는 7월 중순 현재 612만 회를 넘어섰다. 롱보드 세계에 입문하는 라이더들에게 그의 영상은 하나의 공식과도 같다.

“연습 영상 하나를 올리더라도 감각적으로 편집하고 싶었어요. 제 영상이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매체를 통해 퍼지면서 롱보드도 더욱 알려진 것 같아요.”

그가 콘텐츠를 제작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영상의 스토리와 그 자신의 캐릭터다. 가령 LA 영상에서는 현지 라이더와 함께 보드, 롤러스케이트를 즐기고 롱보드를 교통수단 삼아 이동하며, 때로는 넘어지는 모습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단순히 라이딩보다 스토리 있는 영상을 만들려고 합니다. 제 캐릭터를 일관되게 보여주면서 이 길을 걸으며 느낀 감정이나 깨달음을 같이 담는 거죠. 그저 랜드마크를 찍는 게 아니라, 저만의 여행 스타일을 통해 제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UI 디자이너, 회사 스트레스 잊으려 보드 타다


그가 롱보드를 처음 탄 건 2014년, 회사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취미를 찾으면서다.

“이전까지 제대로 해본 운동이 없었어요. 집과 회사만 오가다 억지로라도 밖에 나갈 이유를 찾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야외에서 할 수 있는 취미를 알아보다 롱보드와 롱보드 댄싱을 알게 됐습니다. 전 한번 꽂히면 굉장히 파고드는 스타일이에요. 보드를 탈 줄 모르는데도 곧바로 보드부터 사러 갔죠.”

변화를 위해 시작한 롱보드는 그에게 새로운 몰입의 시간을 만들어줬다.

“보드는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어요. 배우는 동안 많이 넘어졌고, 시간도 오래 걸렸죠. 보드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면 굉장한 집중력이 필요해요. 늘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일 생각과 스트레스도 보드 위에서는 싹 잊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더 빠져들었습니다.”

보드를 타기 전 그는 UI(User Interface) 디자이너이자 회사원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나를 위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회사를 그만두고 나를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날로 더해졌다. 그러다 어느 날 회사에서 영어 수업을 듣는데, 마침 수업 주제가 ‘꿈’이었다. 당시 롱보드에 빠져 있던 그는 롱보드를 타고 세계 여행을 다니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 그는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면서 거의 불가능한 꿈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제 이야기를 들은 선생님이 자신은 가수가 꿈이라면서 ‘나는 아직도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는데 네가 실현 불가능한 꿈이라고 하다니 이해할 수가 없다’고 열변을 토하셨어요. 그때 ‘나도 할 수 있는 건가?’란 생각이 들었죠.”

연차를 쓰고 첫 해외여행이자 롱보드 여행길에 올랐다. 첫 도착지는 파리. 센강을 따라 롱보드를 타는 일은 상상 이상으로 짜릿했다.

“모든 여행에 롱보드와 함께하다 보니 실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또 회사를 그만둔다면 수입원이 필요하니 콘텐츠를 만들자, 그럼 어떻게 만들까, 고민했죠. 그렇게 만든 영상들을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바이럴 되는 것을 보며 나만의 콘텐츠로 어필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까르띠에, 샤넬, 구찌 등과 프로젝트


회사를 그만두고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길을 택한 그는 지금까지 미국(뉴욕·LA), 스페인(바르셀로나·마드리드), 네덜란드(암스테르담·에인트호번) 등 18개국을 롱보드와 함께 다녔다. 캐릭터가 분명한 스토리에 롱보드 여행 경험이 더해지면서 그는 독보적인 롱보드 크리에이터로 우뚝 서게 됐다. 해외 명품 브랜드를 비롯해 다양한 브랜드에서 프로젝트 제안이 쏟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프로젝트를 제안하면서 인터뷰 영상도 찍자는 브랜드들이 꽤 있어요. 회사원으로 치열하게 살아보고 이 길을 선택한 제 스토리를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보드를 타다 보면 실력을 떠나 종종 넘어지기도 하고, 슬럼프도 찾아온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슬럼프를 피해가기는 쉽지 않다. 그때는 애써 슬럼프를 이겨내려고 하기보다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다.

“보드에 몸을 맞기고 방향에 맞춰 자연스럽게 돌아야 하는데, 삐거덕대거나 떨어질 때도 있어요. 이게 반복되면 슬럼프라고 느끼죠. 그럴 땐 쉬면서 다른 일을 합니다. 보드 대신 롤러스케이트를 타거나 집에서 편집을 하면서요.”


안정적인 회사원 생활을 뒤로하고 나왔는데, 혹시 다시 돌아가고 싶을 때는 없을까? 그는 “한 번도 없다”고 대답했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의 갈림길에 설 때가 있다. 그는 두 가지를 모두 놓치지 말라고 조언했다. 첫째는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직시하고, 둘째는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했다.

“기회는 외부에서 찾아오기도 하지만, 저는 내면의 진지한 고민 과정에서 기회를 찾아갑니다. 회사를 그만둔 것도 스스로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잖아요. 다음에 또 기회가 온다 해도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라서 같은 기회가 아니죠. 일단 선택하고 노력할 기회를 얻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의 응원이나 댓글로 만나는 격려는 활동을 이어나가는 원동력이 된다. 그를 보고 롱보드에 입문했다는 피드백도 많이 받는다. 보드 위에 발을 올려놓을 때 자기 자신이 된다는 그는 보드를 타면서 느낀 자유로움을 영상을 통해 전하고 싶어 한다.

“누군가에게 동기 부여와 시작의 계기가 된다는 사실은 저 자신에게도 힘이 됩니다. 제 영상을 보고 사람들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면 좋겠어요.”
  • 2019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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