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방도령〉 배우 정소민

모범적인 반항아

글 : 유슬기 기자  / 사진제공 : 판씨네마 

인터뷰에서 만난 정소민과 라디오를 통해 듣는 정소민 그리고 유튜브를 통해 보는 정소민은 모두 다르다. 인터뷰에서 만난 정소민이 예의 바르고 다감하다면, 라디오 속 정소민은 잘 웃고 추임새도 곧잘 넣는다. 유튜브 속 정소민은 훨씬 더 자유롭다. 반려견인 ‘모두’와 함께 있을 때나 절친을 집으로 초대했을 때 그의 모습은 잘 먹고 잘 뛰는 또래 친구 같다.
“저희 강아지가 여덟 살이 됐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 옥상에서 강아지랑 같이 공놀이하고 차 마시는 시간인데, 뭔가 애틋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함께하는 시간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어요.”

한 시절을 간직한 영상이 훗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소민은 경험한 바 있다. 지난 7월 개봉한 영화 〈기방도령〉의 남대중 감독은 2007년 고등학생이던 정소민이 KBS 〈도전! 골든벨〉에서 한국 무용 중 하나인 기악천무를 추는 모습을 보고 사극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 예감은 12년이 흐른 뒤에 이뤄져 정소민은 데뷔 10년 만에 한복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사극을 하고 싶은 마음은 데뷔 때부터 쭉 있었어요. 생각보다 인연이 안 닿더라고요. 사극을 해보신 선배들이 ‘마음 단단히 먹어라’고 조언하셔서 각오하고 갔는데, 의상도 배경도 무척 좋았어요. 이 작품 마치고 바로 또 사극 하라고 해도 하고 싶을 정도로요.”

말이 그렇지 한복 치맛단에 손을 포개고 있다가 대사를 하기 위해 손을 들면 김이 나는 게 보일 정도로 혹한의 날들이었다. 충남 아산 외암마을부터 문경새재, 담양 존현각 등을 누비며 겨울을 보냈다. 그럼에도 그날들이 고생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던 건, 그에게 한복은 일상복처럼 몸에 착 감기는 옷이었기 때문이다.


반골 기질이 닮았어요

지난 7월 개봉한 영화 〈기방도령〉.
정소민은 〈기방도령〉의 양반가 규수 해원과 자신의 닮은 점으로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주어진 삶을 그대로 살지 않는 반골기질”을 꼽았다. 정소민은 장녀다. 누가 뭐라 하지 않는데도 그에 따른 무게감이 있었다고 했다. 그의 부모는 “작은 사고는 동생이 더 많이 치지만, 가만 보면 큰 사고는 얌전한 네가 친다”고 했다는데, 그 사고 중 하나가 무용이고 또 하나는 연기다.

“고등학교 3학년 내내 한복을 입고 무용을 했어요. 제가 무용을 한다고 했을 때도 부모님이 좀 놀라셨는데, 졸업하고는 연기를 한다고 하니 더 걱정하셨죠. 실은 무용을 하다가 연기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연기 수업이 있었거든요. 그 분위기와 열기가 잊히지 않더라고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과 시험을 친 건 합격할 때까지 비밀로 했다. 거기다 수석 입학이었다. 예체능이라고 공부를 소홀히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임감이 있지만, 반골기질도 있는 그다운 이력이었다.

“조선시대는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어떻게 보면 판타지 같은 세계잖아요. 그 시대 안에서 해원으로 살면서 완전히 다른 삶을 공부한 것 같아요. 대본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저는 해원의 과거와 미래도 상상해봤어요.”

작품에서 맡게 될 인물과 자신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보는 것, 인물의 과거와 전사를 상상해보는 건 그의 오랜 습관이다. 〈기방도령〉의 해원은 양반가 자제임에도 왜 신분제도에 반감을 갖고 있었는지, 그가 자매처럼 지내는 몸종 알순과는 어떤 관계인지를 생각했다.

“그가 양반임에도 가난한 삶을 사는 건 돌아가신 부모님이 베푸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가난한 사람들을 자신과 떼어서 생각하지 않았던 거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 집안을 이끌어가는 걸 보면서 ‘열녀문’의 허상을 봤을 수도 있고요. 알순이는 외로운 해원의 유일한 벗이었다고 생각해요.”

알순 역을 맡은 배우 고나희는 올해 열한 살이다. 영화를 마친 뒤에도 두 사람은 정말 친구처럼 지낸다. 정소민의 SNS에는 고나희와의 이태원 데이트가 담겨 있다. 함께 디저트를 먹고, 거리를 구경한다.


라디오도 예능도 모두 사람 공부


“이제 연기를 시작한 지 10년 정도 됐는데, 연기는 결국 사람에 대한 공부인 것 같아요. 어마어마하게 고민해야 겨우 요만큼 알게 되긴 하지만요.”

연기를 시작한 후 그는 그야말로 성실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2010년 드라마 〈나쁜 남자〉로 데뷔한 뒤 매년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드라마에 출연했다. 2017년에는 KBS 〈마음의 소리〉로 시작해 〈아버지가 이상해〉를 지나 tvN 〈이번 생은 처음이라〉까지 출연했다. 최근작인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을 마치고는 그야말로 매일 출근 도장을 찍어야 하는 라디오 DJ가 됐다. SBS 라디오 〈정소민의 영스트리트〉는 지난해 12월부터 매일 청취자를 찾아가고 있다.

“언젠가는 DJ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생각보다 꿈이 빨리 이뤄졌어요. 촬영 중이었다면 하기 어려웠을 텐데 마침 드라마가 딱 마치는 시점이기도 했고요.”

라디오를 하면서도 지방을 오가며 〈기방도령〉 촬영을 마쳤다. 청취자들과 일상을 나누며 내밀한 우정을 쌓는 건 그가 하고 있는 ‘인간에 대한 공부’ 중 하나다. 이제는 작품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그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며 연기에까지 파장을 일으킨다. 작품을 쉬는 동안 보육원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사람에 대한 관심을 가진 후 일어난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작품을 하다 보면 한 사람의 어린 시절이 그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고 놀랄 때가 있어요. 그걸 알고 나서는 어린 친구들에게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어떤 인물을 대할 때 그의 과거와 성장기, 어린 시절까지 생각해보다가 현실의 어린 생명에게까지 관심이 가 닿았다. 그가 어린 배우와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것도 다 연결이 된다. 이제 예능에서도 정소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SBS에서 아이들을 위한 ‘키즈 동산’을 만드는 프로젝트 〈리틀 포레스트〉를 제작 중인데, 제작진은 이서진, 이승기, 박나래에 이어 마지막 카드로 정소민을 선택했다. 덕분에 〈리틀 포레스트〉 예고편에는 정소민의 반려견 모두와 그의 어린 조카가 등장하기도 한다.

“예능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 아이들에게 관심이 있다 보니 자연스레 하게 된 것 같아요. 연기 말고 다른 걸 해보자는 야심이 있었던 건 아니고요.(웃음)”

그에게는 라디오도, 유튜브도, 예능도, 일상도 모두 공부다. 사람에 대해 알아가고 사람을 이해하는 공부. 무엇이든 성실하게 열심히 하지만 주어진 대로, 시키는 대로만 하지 않는 이 배우의 다음 행보는 그래서 예상할 수 없다. 다만 그 걸음 안에는 인간 공부 또한 수석으로 해낼 한 배우의 치열한 기록이 담겨 있을 것이다.
  • 2019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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