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보러 왔어》 펴낸 알베르토 몬디

“계획대로 되는 삶이 있나요? 순간순간을 사세요”

글 : 서경리 기자  / 사진제공 : 씨즈온 

언제 멈춰야 할지, 그 시기를 모른 채 무작정 한길로 달릴 때가 있다. 하지만 인간관계에서나 직장 생활에서, 잠시 멈춰 쉬어가며 자신의 내면을 살펴야 할 때가 있다. 새로운 경험을 담기 위해 지금을 버려야 할 때도 있다. 이탈리아에서 온 이야기꾼 알베르토 몬디(35)는 자신의 책 《널 보러 왔어》를 통해 말한다. 삶에 쉼표를 찍으라고, 계속 가기 위해서는 멈춰 설 필요가 있다(In order to continue, you have to discontinue)고.
한국 생활 12년 차, 방송을 통해 얼굴을 알린 알베르토 몬디가 최근 자전적 에세이 《널 보러 왔어》를 냈다. 방황하던 고교 시절부터 중국 유학을 거쳐,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한국에 와서 정착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았다. 그는 인생 여정에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부딪치는 데 두려움이 없다. 오히려 막막한 미래에 자신을 내던지며 ‘긍정적인 마인드’로 뚜벅뚜벅 걸어 나간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주의 작은 중세 도시 미라노에서 태어난 알베르토 몬디는 남들과는 다른 시선을 가졌다. 이탈리아에서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중국어를 전공하고, 베이징이나 상하이가 아닌, 대다수가 기피하는 중국 다롄으로 유학을 떠났다. 대학 졸업 후에는 취업이 보장된 탄탄대로의 삶을 박차고 전혀 다른 문화권인 한국행을 결정했다. 평범한 길을 거부하며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택한 그는 항상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

“가끔은 비현실적인 결정이 오히려 답일 수도 있어요. 좋은 대학 나와 취직하고 하루빨리 돈 벌어 안정된 삶을 추구하는 게 이 사회에서는 당연하죠. 하지만 현실적이고 상식적인 기준으로 선택하면 평범한 인생을 살 수밖에 없어요. 비현실적인 결정은 재밌는 삶을 만들죠. 사람들은 본인이 한 일보다 하지 못한 일 때문에 더 많은 후회를 한다고 해요. 누구나 인생은 처음이니까 뭐든지 열심히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마음 닿는 대로


책 제목 ‘널 보러 왔어’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지금의 한국인 아내를 향한 고백이면서, 한국을 알고 싶고 공부하고 싶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20대에 어울려 지낸 사람들과 사랑한 사람이 모두 한국인이었다.

그는 12년 전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한국에 발을 디뎠다. 정착하기까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한국어는 물론 취직을 위해 영어도 배워야 했다. 취업 시장에서 쓴맛을 맛봤고, 돈이 떨어져 고시원에 살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도 자신이 선택한 ‘알 수 없는 미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알베르토 몬디가 정한 삶의 원칙은 ‘마음이 닿는 대로’다. 방향성이 있다면 ‘인간 친화적인 사람이 될 것’ 그리고 ‘재미있는 일을 할 것’이다.

알베르토가 느낀 한국의 속살은 화려한 네온사인과 대비되는 ‘우울한 일상’이었다. 매력적인 서울과 달리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알면 알수록 숨이 차고 슬퍼 보였다. 학생들은 학원에 치여 살았고, 직장인들은 치솟는 서울 집값 때문에 원거리 통근을 해야 했다. 대학생들의 지상 목표는 ‘취업’이었고, 한국의 대학은 회사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다.

“가장 안타까운 건 ‘헬조선’이라는 표현이에요.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거잖아요. 내 얼굴에 침 뱉기죠. 반 컵의 물은 보는 시선에 따라 충분하기도, 모자라기도 해요. 해외 어디를 가도 똑같은 문제가 있어요. 완벽한 나라는 없습니다. 완벽한 사람도 없죠. 한국의 20, 30대가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스스로에게, 하는 일에 대해서 그리고 윗세대가 일궈놓은 나라에 대해서요.”

그는 특히 한국 청소년들에게 관심이 많다. 이번 책도 인세 전액을 청소년 쉼터인 ‘안나의집’에 기부할 계획이다. 안나의집은 이탈리아 출신인 김하종 신부가 설립한 봉사 단체로, 방황하는 청소년을 위해 쉼터를 제공하고 이웃을 돕는 곳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열다섯 살이 되면 어른 대우를 받아요. 하지만 한국은 고등학생을 아이로 보죠. 이는 사회가, 부모들이 그들을 아이로 취급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열다섯이면 부모 보호 없이도 혼자 살 수 있어요. 충분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나이입니다.”


실패란 없다, 과정만 있을 뿐!


책에는 그의 아버지의 교육 철학도 담겨 있다. “부모란 토마토 작물의 지지대와 같아. 어린 토마토가 자랄 때는 지지대가 필요하지만, 다 자라고 나면 지지대를 뽑아야 한다”는. 그대로 두면 토마토가 지지대에 의지하느라 제대로 자랄 수 없다는 얘기다.

“어릴 때 축구를 통해 실패와 성공을 두루 경험했어요. 인생에서 실패의 경험은 정말 중요합니다. 축구에서는 져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아요. 실패에 상처받을 필요가 없다는 거죠. 청소년들이 스포츠를 통해 안전하게 성공과 실패를 경험해보면 좋겠어요.”

알베르토가 지금의 인생철학을 구축한 데는 책의 영향이 컸다. 그는 과학고등학교 재학 시절, 라틴 문학을 통해 서양 고전을 읽고 철학을 탐구했다.

“모든 상황에서 정답이란 없어요. 균형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철학자의 목소리를 통해 배웠습니다. 나만의 철학을 쌓으려면 책을 읽어야 해요. 특히 고전을 권하고 싶어요. 청소년기는 감정이 풍부할 때입니다. 책을 통해 기쁨과 슬픔, 분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정의 내렸으면 좋겠어요.”

알베르토는 청소년들에게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추천했다. 꿈을 찾아 떠나는 양치기의 여정을 그린 책으로, 보물을 찾기 위해서는 마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내 인생에 ‘실패’는 없어요. 모든 순간이 나를 만들었죠. 성공이라는 개념을 바꾸면 좋겠어요. 인생에서 실패가 없듯이 성공도 없어요. 과정만 있을 뿐입니다.”

그는 계획한 길을 단선적으로 걷기보다 인생의 ‘순간순간’을 살아가라고 말한다.

“10년 후를 그리라고요? 세상에서 가장 바보 같은 질문이에요. 계획대로 되는 삶이 어디 있나요?”

알베르토 몬디는 2007년 3월 한국행을 결심한 날 일기장에 이런 글을 썼다.

‘평범하게 살고 싶지 않다. 나의 미래를 내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게 하고 싶다.’
  • 2019년 07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908

201908

구독신청
낱권구매
전체기사

event2019.08

event
event 신청하기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30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