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토털 케어 플랫폼 ‘펫닥’ 최승용 대표

금융맨 대신 ‘개아범’이 된 남자

글 : 이선주 객원기자  / 사진 : 김선아 

사무실 문을 열자 갈색과 흰색 털이 섞인 개 한 마리가 달려와 꼬리를 흔들면서 애교를 부린다. 웰시코기 품종이다. 말티즈 품종의 작고 귀여운 개, 새침해 보이는 흰색 고양이도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이 사무실에서는 현재 개 두 마리,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고 있다. 버려진 개와 고양이를 데려오다 보니 하나둘 동물식구가 늘고 있다고 한다.

개나 고양이가 일하는 직원의 무릎에 안겨 있거나 책상이나 책장에 올라가 있는 광경이 이곳에서는 낯설지 않다. 당당하면서도 사람을 잘 따르는 개와 고양이를 보면 직원들이 얼마나 사랑과 정성으로 돌보는지 짐작할 수 있다. 버려졌던 상처 때문에 처음에는 이런저런 문제행동을 보인 동물들이 차츰 바뀌었다고 한다. 국내 최초로 반려동물 토털 케어 플랫폼 ‘펫닥’을 운영하는 ㈜펫닥 이야기다.

최승용 펫닥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아버지가 직업 군인이어서 어린 시절에 외딴 관사에서 살았어요. 그때 외롭고 적적했던 마음을 반려동물이 채워줬습니다. 발바리든 진돗개든 언제나 개를 키웠거든요. 반려동물에 얽힌 따뜻한 기억 때문에 이 일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최승용 대표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증권회사에 다니다 이런저런 사업을 해보았다.

“대학 시절에는 아르바이트로 클럽의 파티 기획을 하고, 게임에 빠져 지내기도 했어요. 그런데 은퇴하신 아버지가 6개월 동안 공부해서 자격증을 따시더니 연봉이 더 높은 일자리를 구하시더라고요. 젊은 제가 취업 준비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죠. CFP(국제공인재무설계사) 자격증을 따고 증권회사에 들어갔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내가 정말 좋아하고 재미있어하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이 시작됐죠. 사업을 떠올렸습니다.”

마침 대학 선배가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을 함께 만들어보자고 했다. 그런데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맡겼던 사람에게 사기당하면서 빚만 지고 포기해야 했다. 그 후에는 번역과 영어 교육 서비스를 시작했다.

“대학 시절에 파티 기획을 하면서 외국인과 재미 교포 친구들을 많이 만났어요. 재미 교포에게는 번역, 외국인에게는 기업 출강 외국어 교육을 맡겼습니다. 사업이 꽤 잘돼서 빚을 다 갚았어요.”


보호자 20만 명, 제휴 병원 2000여 곳


사업을 하면서도 ‘의미와 보람을 느끼면서 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을 탐색했다. 그즈음 학교 선배 소개로 지금의 ㈜펫닥 이사인 수의사 이태형 씨를 만났다.

“저도 개를 키운 경험이 있어서 이야기가 잘 통했어요. ‘수의사는 전문직이니 돈도 잘 벌고 안정적이겠지’라고 짐작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운영난에 시달리는 동물병원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의사와 반려동물 보호자를 잇는 서비스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그때까지는 그런 서비스가 없었으니까요.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은 현재 566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8.1%에 달합니다. 세 가구에 한 가구 가깝게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고, 계속 늘어나는 추세죠.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언제든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수의사가 하루 24시간 상담해주는 서비스를 만들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수의사 입장에서는 잠재고객을 확보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2015년부터 준비해서 2016년 3월 말 최초의 수의사 무료 상담 애플리케이션 ‘펫닥’을 선보였다. 현재 펫닥에 회원 가입한 반려동물 보호자는 20만 명, 제휴 동물병원은 2000여 군데다. 펫닥 회원이 되려면 반려동물의 종류와 품종, 기초 예방 접종 여부, 중성화 등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회원 모두가 실수요자인 셈이다. 열다섯 명의 수의사가 교대로 질문에 답변하면서 하루 평균 200여 건의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밤 시간에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수의사가 상담을 맡기 때문에 24시간 내내 거의 지체 없이 답변을 들을 수 있다.

처음 반려동물을 키우는 보호자는 병원에 데려가야 할 상황인지부터 가늠하기 어렵다. 개의 젖꼭지를 보고 ‘피부병이 아닌지’ 묻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강아지 건강 체크리스트’ ‘고양이 피부병 퇴치하기’ ‘분리불안과 말썽 구분하기’ 등 반려동물 관련 정보를 계속 제공받고 산책, 양치, 목욕, 체중, 진료 등 반려동물 돌보기를 기록할 수도 있다. 반려동물 보호자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펫톡’ 게시판도 있다. 처음에는 제휴 동물병원을 확보하는 게 어려웠다고 한다.

“가까운 동물병원 추천 서비스를 만들면 수의사들이 무조건 반길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태형 이사가 ‘쉽지 않을걸?’이라고 하더군요. 그 말이 맞았어요. 동물병원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제휴를 제안했지만, 의심하고 경계하면서 응하지 않는 곳이 많았습니다. 전문가 집단이 얼마나 폐쇄적인지 실감했죠. 한국동물병원협회, 서울시수의사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나니 사정이 훨씬 나아졌습니다.”


간식처럼 빨아 먹는 영양제 출시


현재 펫닥 직원은 열여섯 명. 반려동물 보호자와 수의사 모두에게 좋은 서비스인 줄은 알겠지만, 수익 구조가 궁금했다. 최승용 대표는 2018년 상반기까지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저변을 넓히는 기간이어서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업 가능성이 높아 투자를 많이 받았다. 2018년 8월부터는 수의사가 만든 치석 관리 껌, 발 세정제, 영양제 등 반려동물 관련 제품을 내놓으면서 매출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18년 매출은 6억 원 정도로, 매달 120%씩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최승용 대표가 펫닥 영양제를 꺼내자 개와 고양이가 서로 먹겠다고 달려들었다. 간식처럼 맛있게 만들어 빨아 먹게 했더니 영양제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졌다고 한다. 펫닥에서 기르는 개와 고양이들은 신제품을 가장 먼저 테스트하는 소비자이기도 하다.

“2015년 이태형 이사를 만난 후 사업 로드맵을 만들었어요. 수의사 무료 상담으로 회원을 확보한 후 반려동물 토털 케어 서비스 회사로 발전시킨다는 전략이었죠. 지금까지는 그 계획대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최승용 대표는 올해는 반려동물 관련 제품을 늘리면서 수의사가 관리하는 반려동물 유치원 등 새로운 사업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1인 가구를 위한 서비스다. 그 역시 혼자 살면서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

“2016년에 유기견을 입양했어요. 어릴 때 버려진 개인데, 저를 보자마자 주위를 맴돌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몸집이 큰 골든 리트리버라서 넓은 베란다를 갖춘 복층 오피스텔로 이사했어요. 베란다와 아래층은 개에게 모두 내주고, 저는 위층에 세 들어 사는 셈이죠. 혼자 두고 출근하는 게 신경 쓰였는데, 유치원이 생기면 맡기려고 해요.”

막상 사업을 해보니 어렸을 때 꿈꿨던 대로 적성에 맞고 재미있는지 물었다. 그는 “직원이나 투자자를 생각하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책임감, 무게가 크게 느껴진다”고 답한다. 하지만 보람을 느낄 때가 더 많다.

“반려동물 관련 행사에서 만난 분이 악수를 청하더니 ‘죽어가는 유기견을 펫닥 덕분에 신속하게 치료해서 지금 잘 키우고 있다. 정말 감사하다’며 눈물을 글썽이시더라고요. 반려동물 키우는 문화를 바꾸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낍니다.”
  • 2019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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