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혜진 ‘세모가네모’ 대표

발명교육기업 만든 발명왕 소녀

글 : 이선주 객원기자  / 사진 : 김선아 

“중3 때 친구가 ‘너는 꿈이 뭐야?’라고 물었을 때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발레리나라는 어릴 적 꿈을 포기한 후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있었거든요. 고등학교에 진학해 대학 입시만 바라보면서 생활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좀 더 의미 있고 재미있게 고등학교 생활을 하고 싶었죠. 특성화고등학교 입학 안내 팸플릿들을 찬찬히 살피다 발명특허 특성화고등학교에 진학하기로 했습니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문혜진 대표는 특성화고등학교 졸업 후 서강대에 진학했고, 대학 재학 중 발명교육기업 ‘세모가네모’를 만들었다. 2019년 2월 대학을 졸업한 그는 “내 삶을 바꾸어놓은 발명교육을 전파하고 싶어 회사를 세웠다”고 말한다.

발명특허 특성화고등학교의 공부는 예상대로 재미있었다. 입시 위주의 공부가 아니라 토론과 발표 수업이 대부분이었다. 발명에 필요한 수학, 과학의 원리를 찾다 보니 공부도 재미있어졌다. 특허명세서 작성법, 특허 관련 법률 등 특허출원을 할 때 꼭 알아야 할 지식도 배웠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발명대회에 참가해 수십 차례 수상했다. 특허 4건, 디자인 5건 등 9건의 지식재산권을 등록했고, 특허 9건, 실용신안 1건, 디자인 5건을 출원했다. 교육완구회사 네오피아에 특허를 기술이전하기도 했다. 2014년 발명의 날 기념식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하고, 2015년에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하는 대한민국 인재상을 받았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발명을 통해 꿈을 꾸고 꿈을 이룬 여대생들》 《인생발명20》 등 두 권의 책을 펴내고,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강연 후 유명 강사가 되었다.


발명의 비법, ‘불편노트’

문혜진 대표.
그는 발명의 첫 단계로 “에디슨이나 스티브 잡스처럼 뛰어난 사람만 발명을 할 수 있다는 편견을 깨야 한다”고 말한다.

“살면서 누구나 크고 작은 불편함을 느끼잖아요. 그냥 지나치지 않고 불편한 점을 개선하려는 태도에서 발명이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때그때 느끼는 불편을 ‘불편노트’에 적어놓습니다. 거기서 하나둘 발명품이 나오죠.”

마른국수의 양을 몇 인분인지 계량해서 꺼낼 수 있는 보관용기, 스마트폰에 액정보호필름을 쉽게 붙일 수 있는 도구, 에어컨 작동 시 환기를 도와주는 장치 등 그의 발명품 대부분이 일상의 불편을 개선하려는 과정에서 나왔다.

전문 직업인 양성을 위한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보통 취업을 하지만, 그는 대학에 진학해 더 공부하고 싶었다. 혼자 힘으로 대학 입시를 준비해 서강대 아트앤테크놀로지학과에 진학했다. 특성화고등학교 졸업생이 수시로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문이 좁은 데다 정보도 거의 없어 고군분투했지만 4개 학교에 합격했다고 한다.

그는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좋은 대학에 갈 수 있겠어?” “좋은 대학에 입학해도 공부를 따라갈 수 있겠어?”라는 주변의 우려를 너무 많이 들었다고 말한다. 그런 편견에 맞서 더욱 열심히 공부했고, 대학 4년 대부분을 장학금을 받고 다녔다. 아트앤테크놀로지학과는 인문, 예술, 테크놀로지 영역을 넘나드는 융합교육으로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게 목표다. 그는 고등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프로젝트와 발표 수업이 많아서 재미있었다고 한다. 발명 및 창업교육학도 직접 설계해서 복수 전공했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 그 역시 대학 시절 ‘무슨 일을 하면서 먹고살아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특허권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려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좋아하는 발명만으로 먹고살기는 어려울 것 같았어요. 압박감을 느끼면서 ‘인생에 답이 없구나’라고 생각했죠. ‘어차피 답이 없다면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길을 만들어볼까? 나만의 인생을 발명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찾은 길이 발명교육기업 창업이었다. 발명교육이나 진로지도는 대학 입학 후 그가 꾸준히 해오던 일이었다. 그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모교를 찾아가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후배들을 위해 진로지도를 했다. 정보도, 도와주는 사람도 없이 혼자 준비해야 하는 형편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모교뿐 아니라 전국의 특성화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진로지도를 하기 시작했다. ‘누구든 발명가가 될 수 있다’는 신념대로 초·중·고등학교와 복지관, 도서관에서 발명교육도 했다. 한강공원에서 ‘게릴라 발명대회’도 열었다. 게릴라 콘서트처럼 현장에서 바로 사람들을 모아 발명교육을 하면서 누구든 발명에 흥미를 갖도록 이끄는 행사였다. 어린아이에서 어르신까지 남녀노소 모두 즐겁게 참여했다. 그는 요즘 ‘인생을 발명하다’를 주제로 강의하는 일이 많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 세상에 없던 직업을 만들어낸 사람들을 소개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길을 무조건 따라갈 게 아니라 나만의 길을 만들어보자’고 이야기합니다. 학생뿐 아니라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직장인이나 주부들도 좋아하지요.”


중학교 자유학기제 수업 요청 많아

발명 관련 행사에 참가한 송혜린 팀장(왼쪽)과 문혜진 대표.
그는 대학생활을 하면서 한 달에 10회 정도 강의를 다녔다. 2017년 5월 ‘세바시’ 출연 이후 강연 의뢰가 더 많아지자 그해 12월, 후배 송혜린 씨와 함께 최초의 발명교육 전문 기업 ‘세모가네모’를 시작했다.

“세모를 가지고 네모를 만들라고 하면 보통 삼각형 두 개를 합쳐 네모를 만드는 방법만 떠올리잖아요? 하지만 창의력을 발휘하면 정말 다양한 방법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게 발명의 원리와 비슷하다는 생각에서 ‘세모가네모’라고 이름 지었어요.”

영국 여행 중 알랭 드 보통을 만났다.
송혜린 씨는 고등학교, 대학교 모두 문혜진 대표의 1년 후배다. 송 씨 역시 초등학생 때부터 발명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노력해왔다고 한다.

“우리가 다닌 고등학교에 여학생이 드물어 금방 친해졌습니다. 원하는 진로도 비슷해 대학에서도 거의 붙어 다녔죠. ‘세모가네모’에서 저는 주로 외부 강의를, 혜린이는 내부 수업을 맡고 있어요. 중학교 자유학기제로 발명교육을 요청하는 학교가 많아요. 발명캠프를 우리가 대행할 수도 있죠. 수업에서는 아이들이 간단한 실험이나 발명을 해보면서 새로운 눈으로 주위를 돌아보고 꿈을 키우도록 도와줍니다. 그 과정에서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목적의식이 생기고 구체적인 꿈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꿈을 위한 여행을 지원하는 한화불꽃로드에 선발돼 2018년 10월 영국 학교들을 둘러보고 돌아온 두 사람은 “교사와 학생이 수평적인 관계인 대안학교 ‘샌즈스쿨’에서 특히 깊은 인상을 받았다”라고 말한다. 그들의 수업에서도 학생들의 의사를 적극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최근 유튜브 채널도 개설했다. 발명이나 특성화고등학교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알리기 위해서다. 문혜진 대표는 “발명은 삶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세에서 나옵니다. 그런 의미에서 발명교육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발명문화를 널리 전파하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 2019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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