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우 티모넷 대표

티머니의 노하우로 IT와 예술을 접목하다

글·사진 : 서경리 기자

높이 5.5m, 3000㎡에 달하는 거대한 지하 벙커 안. 100여 개 빔에서 쏟아지는 빛줄기가 우퍼에 뒤엉켜 몸 구석구석을 파고든다. 지난해 12월 제주도 성산에 문을 연 프랑스 몰입형 미디어 아트 〈빛의 벙커: 클림트〉전. 개관 한 달 사이 4만 명이 다녀갈 만큼 화제다.

〈빛의 벙커〉전은 예술·음악 몰입형 미디어아트 기술인 아미엑스(AMIEX)로 표현한 다소 생소한 전시다. 프랑스 컬처스페이스가 폐채석장과 폐공장 부지를 활용해 만든 〈빛의 채석장〉과 〈빛의 아틀리에〉에 이은 세 번째 전시로, 산업 발전으로 도태된 공간을 미디어아트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하나다. 프랑스에서는 연간 수십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전시를 유치한 이는 티모넷의 박진우 대표다. 티모넷(Tmonet)은 모바일 금융결제(Mobile Payment)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핀테크 기업이다. 전 국민이 거의 매일 사용하는 교통카드인 티머니를 스마트폰에 넣은 회사다. IT와 예술의 만남이라 언뜻 이질적으로 보인다. 박진우 대표를 공덕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교통카드와 스마트폰을 접목해 생활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티머니’로 성공을 거두었다면, 이제 티모넷의 노하우로 IT와 예술을 접목한 새로운 경험을 대중에게 서비스하고자 합니다. 그 첫 사업이 ‘빛의 벙커’입니다.”

무역학을 전공한 박진우 대표가 미술에 관심을 가진 건 IT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떠난 프랑스에서다. 학과 시험에 치여 바쁘게 살던 그가 유일하게 쉬러 간 곳이 미술관이었다.

“루브르박물관에서 〈모나리자〉를 봤는데 이게 왜 유명한지 알 수 없었습니다. 예술을 즐기고 누리고 싶었지만 이해할 수 없고 어려웠죠.”

아는 만큼 보인다고, 미술은 좀체 와 닿지 않았다. 작품만 휘휘 둘러볼 뿐, 미술관에서 30분을 버티기가 힘들었다.

지난해 제주도 성산에 개관한 〈빛의 벙커 : 클림트〉전은 박진우 대표가 유치했다.
미술에 대한 관심이 IT와 결합한 문화사업으로 이어진 건 한참 뒤의 얘기다. 기업에서 일하면서 프랑스에 출장 갈 때마다 홀로 미술관을 찾았다. 그러던 중 프로방스에서 아미엑스 전시를 보게 됐다.

“대부분 미술품 전시를 좌뇌로 본다면 아미엑스는 우뇌로 보는 전시입니다. 미술관에 입장한 순간 모든 작품이 나를 중심으로 다가와요. 순서 없이 위, 아래, 양옆에서 쏟아지죠. 그림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도 작품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었죠. 미술을 모르는 사람도 얼마든지 예술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감탄했습니다.”

박 대표는 아미엑스 전시를 한국에 유치하기 위해 1년 동안 공들였다. 전시 장소를 찾는 게 관건이었다. 폐허이면서도 큰 규모의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서울이 아닌 제주까지 가게 된 것도 공간 때문이다.

〈빛의 벙커 : 클림트〉전이 열리는 지하 벙커는 1990년 한국과 일본 사이에 설치된 해저 광케이블을 관리하던 국가 통신 시설이었다. 2000년대에 폐쇄되며 민간에 매각됐고, 티모넷은 10년 계약으로 공간을 양도받았다. 클림트 전시는 올해 10월 말까지다. 이후부터는 폴 고갱과 빈센트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 등 전시가 이어진다. 한국 작가들과의 협업도 계획하고 있다.


대기업 신사업 팀장에서 벤처기업 CEO 되기까지


박진우 대표의 첫 직장은 쌍용정보통신이다. 기업의 중장기 전략을 짜는 전략기획팀에서 일하던 중 사업에 관심을 가지며 IT서비스 기업인 LG CNS 신사업팀으로 이직했다. 이곳에서 굵직한 국가사업에 자주 참여했다. 건강보험·국민연금·고용보험·산재보험 등 4대 보험 징수 체계를 통합하고, 각종 공공 증명서를 손쉽게 발급받을 수 있는 전자 정부를 구축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박진우 대표가 ‘티머니’ 사업을 맡게 된 결정적 계기는 2003년 서울시 ‘신교통카드’ 입찰에 나서면서다. 박 대표가 이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교통카드 사업을 이끌 적임자로 지목됐다. 2003년 10월, LG CNS의 자회사이자 서울시청 산하 기업인 ‘한국스마트카드’가 만들어지면서 이곳으로 적을 옮겼다.

한국스마트카드는 서울시의 교통카드 발급·충전·정산 및 시스템을 운영하는 전자금융 기업이다. 티머니 카드와 단말 결제 시스템 구축을 박진우 대표가 맡아서 했다. 3년이 지나 시스템이 안정을 찾아갈 즈음 신규 사업에 대한 지시가 떨어졌다.

“당시 제가 제안한 건 ‘모바일 교통카드’였습니다. 2007년 우리나라에 3세대(3G) 이동통신기술이 처음 나왔을 때예요. 3G 휴대폰에는 스마트카드인 유심(USIM) 칩을 삽입할 수 있었죠. 유심칩에 티머니 기능을 넣어 모바일 교통카드를 만들어보자고 했습니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최초로 시도된 모바일 금융결제 서비스였다. 2007년 한국스마트카드 사내벤처 1호로 창업한 티모넷은 그해 10월 분사했다.

“무식하게 시작한 사업입니다. 한 달에 신규 휴대폰이 2, 3개씩 나올 때였어요. 소프트웨어를 하나 개발하다 보면 눈 깜짝할 새 수십 개 모델이 쏟아졌죠. 각 휴대폰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매달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하느라 진땀 뺐죠.”

박 대표는 불과 1년 만에 이동통신사들과 충전 결제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듬해 모바일 교통카드 가입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고, 5년 만에 월 충전금액 100억 원을 돌파했다. 자본금 5000만 원으로 출발해 지난해 말까지 자본금 20억 7000만 원을 보유한 회사가 됐다.

티모넷의 경쟁력은 IT에 특화된 인력과 기술력에 있다. 티모넷이 올해 주력하는 사업은 ‘이지싸인’ 서비스다. 공인인증서를 보안성이 떨어지는 이동식 저장장치(USB)나 PC 하드디스크 대신 안전한 클라우드에 올려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인증서 서비스다. 2017년 12월 서비스를 출시해 9개월 만에 사용자가 5만 명을 넘어섰다. 티모넷은 이지싸인으로 2018 한경 핀테크 대상 공모에서 테크분야 대상을 받았다. 올해 전국민에게 이지싸인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벤처기업 CEO를 맡은 지 10년, 박 대표는 올해 본격적으로 상장 준비를 시작해 늦어도 3년 안에 주식시장 입성이 목표다.

주변 사람들은 박진우 대표를 ‘전략통’이라고 부른다. 그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잘하는 사람”이라며 자신의 성공 전략으로 ‘성실과 추진력’을 꼽았다.

“새로운 건 이해될 때까지 챙겨 봅니다. 블록체인이나 사이버머니 등에 대해서도 지금 당장은 나와 관련이 없어도 관심을 꾸준히 둡니다. 새로운 일은 젊은 벤처기업가 사이에서 얘기가 되고 붐이 일어나야 의미 있습니다. 기성세대가 말도 안 된다고 하는 걸 뒤엎을 때 창조가 탄생해요. 남들이 다 안 된다고 할 때 개발해야 성공합니다.”
  • 2019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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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FeelGood   ( 2019-01-29 ) 찬성 : 1 반대 : 0
국내 R&D 환경에서, 그것도 대기업도 생존하기 힘든 핀테크 분야에서 이만큼 성장하여 문화산업에까지 기여하는 역량 하나만 보더라도 결코 흔치 않은 토종 벤처기업 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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