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저자 김수현

취업 낙방생에서 100쇄 50만 부 베스트셀러 작가 되기까지

글 : 이선주 객원기자  / 사진제공 : 김수현 

출간 두 달 후부터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는 책이 있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인 김수현 씨가 쓴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이다. 20대를 보낸 저자가 또래에게 들려주기 위해 쓴 산문집이다. 2016년 11월 출간되었을 때는 큰 반응이 없었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현재까지 50만 부 가까이 팔렸다.
“20대 후반이던 2014년,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1년여 직장생활과 두 번의 인턴생활을 거친 후였죠. 저를 돌아보니 나이도 경력도 애매했고, 미래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름대로 소신 있게 열심히 살아왔는데, 뭘 잘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 선택을 잘못했을까? 대학생 때 책을 쓴 게 잘못이었을까? 첫 직장을 다니다 진로를 바꾼 게 문제인가?’ 하며 계속 나를 탓하다가 어느 순간 ‘그게 뭐 그리 잘못이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에서 그 정도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왜 내가 잘못했다고 여기는 걸까?’라는 의문에서 열심히 사회학 책들을 찾아 읽었고, 많이 자유로워졌습니다. 내가 느낀 바를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이 책을 썼습니다.”


자기검열 뚝! 자신감 업!


김수현 씨의 어릴 때 꿈은 만화가였다. 하지만 중학교 3학년 때 “직업으로 삼기는 어렵겠다”고 판단했고, 대학은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고등학생 때부터 열심히 공부했다. 이화여대 경영학부와 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에 모두 합격했고, 서울과학기술대에 진학했다. 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의 공업디자인 전공은 비실기 전형이어서 실기시험을 준비하지 않고도 지원할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그리기와 만들기를 좋아했던 자신의 적성을 중시한 소신 있는 선택이었다.

“언젠가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보니 ‘장래 희망’란에 캐릭터디자이너나 그래픽디자이너라고 써 놓았더라고요. 뭔가 만들어내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늘 있었기에 나답게 잘 선택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대학에 다녀보니 공업디자인은 적성에 맞지 않았어요. 디자인과 경영 중에는 디자인이 더 맞았지만, 세부 전공에서는 공업디자인보다 시각디자인이 더 맞았죠. 대학 때는 전공 공부보다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책을 보는 게 너무 좋았어요. 미술 서적과 소설, 에세이를 읽으면서 ‘이런 에세이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학생이던 2009년, 그는 첫 책 《100% 스무 살》을 펴냈다. 20대 초반의 고민과 감성을 짤막한 글과 그림으로 풀어놓은 책이다.

“제 생각을 잘 정리하고, 친구들을 잘 위로하는 편이었어요. ‘네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위로가 된다’는 친구 말에 ‘친구들에게 해줬던 위로와 격려를 책으로 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휴학 중 낮에는 영어 공부를 하고 저녁에는 원고를 쓰면서 1년 동안 책을 준비했다. 원고를 완성하고 20~30군데 출판사에 보냈고, 그중 한 곳에서 책을 출간했다. 경력도 없고 나이도 어린 저자지만 5000부 정도가 팔렸다. 하지만 “작가로 먹고살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취업 준비를 했다.

“친구들이 모두 대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것을 보고 저도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었어요. 인턴을 거쳐 중견기업에서 1년 정도 일하다 다시 대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했습니다. ‘열심히 일하면 정직원이 될 수도 있다’고 했는데, 저희 파트에서는 아무도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았어요. 20대 후반에 다시 무직자가 되었고 ‘망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 첫 책에서 썼던 ‘인생에서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없는 순간은 없다’는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여기에서 다시 일어서지 않으면 책에서 거짓말을 한 거잖아요? 삶을 언제든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는 걸 증명해야지’라고 마음먹었어요.”


사회학을 읽기 쉬운 에세이로


그러다 ‘내가 왜 대기업에 가려고 했지?’ 곰곰이 들여다보니 명함으로 자신을 증명하면서 우월감을 느끼고 싶은 욕망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것은 그 명함을 갖지 못하는 삶을 무시하는 마음이기도 했기에 ‘내가 가진 욕망이 얼마나 차별적인가?’ 반성했다. 사회학 책들을 읽으면서 ‘명함에 의지하지 않고 나 자신으로 살아야 하겠다, 떳떳하게 열심히 산다면 당당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월감을 느끼려는 욕망을 버리자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그는 그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작은 회사에 다니면서 밤마다 글을 썼지만, 책에 집중하기 위해 회사도 그만두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해도 근근이 먹고살 수는 있었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100% 스무 살》(2009), 《안녕, 스무 살》(2011), 《180도》(2015)에 이어 저자의 네 번째 책이다.

“이전 책들과 달리 사회학을 읽기 쉬운 에세이로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대중 에세이 중 그런 책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할지 걱정이 되었죠. 점쟁이를 찾아가서 물으니 ‘무조건 망할 테니 100만 원이라도 벌면서 입에 풀칠하려면 회사에 다녀’라고 했어요. 한동안 기분이 나빴지만 안 될까 봐 안 할 수는 없는 일이었죠.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거든요. 독자들이 ‘내가 어떤 모습이든 나는 나를 존중할 거야. 그리고 어디에서 누군가는 나를 존중해줄 거야’라고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운을 기대할 수 없었으니 책을 잘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최대한 읽기 편한 책으로 만들기 위해 여러 번 고쳐 쓰고, 중간중간 쉬어 가도록 그림을 집어넣었다. 어릴 때부터 만화를 그렸고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기 때문에 메시지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리는 게 어렵지 않았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책 제목이나 소제목들도 직접 정했다. 이렇게 준비하면서 책을 내기까지 2년 정도 걸렸다.


자신에게 너그러워지세요


조용히 등장한 책은 SNS 입소문으로 점점 잘 팔리더니 두 달 만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덕분에 그는 전업 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사람에게 그는 이렇게 조언한다.

“해야 하는 일만 하고 살아왔다면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모르는 게 너무 당연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어떤 직업으로 한정하는 것도 경계해야 할 것 같아요. 그냥 이유 없이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꼭 해보세요. 그 안에 자신의 본질적인 욕구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냥 디자인을 전공하고 싶었고, 그냥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돌아보니 무언가를 창작하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게 저의 본질적인 욕구였습니다. 그냥 하고 싶은 일을 해보되, 정말 열심히 하셨으면 해요. 그리고 최소한의 생계 대책은 세워두세요.”

작가는 ‘원하는 일을 이루지 못했을 때’의 마음가짐에 대해 이렇게 털어놓았다.

“‘그래 내가 잘못 살았어. 이것밖에 못 되는 인간이야’라고 주저앉았다면 책을 쓰지 못했을 거예요. ‘열심히 살았는데,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라면서 뻔뻔할 만큼 나에게 너그러웠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게 되었죠. ‘책이 잘 팔려서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게 아니야?’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아요. 책을 준비하는 동안 통장 잔액이 100만 원도 되지 않고 다달이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해결할 때도 저 자신에게 당당하고 늘 머리가 맑았어요.”

청년실업률 10%대 시대, 거듭된 취업 실패로 낙담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작가는 “자신에게 너그러워지세요”라고 말한다.

“자신의 잘못만도 아닌데 스스로 자신을 탓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저도 원하던 회사에 가지 못했고, 어딘가 부적격자라고 느꼈습니다. 그래도 다른 무언가를 해낼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살다 보면 노력해도 안 될 때가 있게 마련이에요. 취업도, 인간관계도, 소개팅도요. 그때 자신이 부족하다고, 부적격자라고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럴 수도 있다고 스스로를 너그럽게 받아들여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모두 건투를 빌어요.”
  • 2019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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