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플랫폼 리디 이동진 CBO

책도 넷플릭스처럼!

글 : 안희찬 명예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스마트폰을 이용한 콘텐츠 소비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스트리밍 기술을 바탕으로 한 월정액 대여 서비스가 늘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를 제공하는 ‘넷플릭스’, 음악을 제공하는 ‘멜론’과 ‘지니’가 대표적이다. 전자책 플랫폼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지닌 ‘리디’는 도서에 이 서비스를 도입했다. 바로 ‘리디셀렉트’다. 리디셀렉트의 탄생 뒤에는 현장에서 직접 뛰며 리디의 사업 전반을 이끄는 이동진(36) 최고사업책임자(CBO)가 있다.
지난 7월에 론칭한 리디셀렉트는 월 6500원에 2400여 개의 베스트셀러급 도서를 무제한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다. 리디가 콘텐츠 제공을 제안한 출판사 중 90% 이상이 리디셀렉트와 함께했다. 지난 6월에는 책 내용의 일부분을 일러스트 카드뉴스 형태로 보여주는 서비스 ‘책 끝을 접다’를 운영하는 ‘디노먼트’를 인수해 리디셀렉트에 힘을 더했다.

학창 시절 이동진 CBO는 기업의 역할과 사회적 가치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마케팅에 꽂혔고, 졸업 직후 현대카드에 입사해 마케팅 업무를 맡았다.

“현대카드는 카드라는 상품에 문화 마케팅을 더했습니다. ‘현대카드 슈퍼 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 마케팅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했죠. 실제로 문화 마케팅은 현대카드에 가치를 더해줬고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이동진 CBO는 직접 기획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업무를 배우는 단계의 그에게 마케팅 기획은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았다. 결국 그는 이직을 결심했다. 5년간의 현대카드 생활을 접고 선배의 추천으로 2012년 ‘리디’로 이직했다.


“2012년은 IT를 활용해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이 일어난 시기였습니다. 리디의 배기식 대표님은 출판 분야에 대해 혁신 의지와 비전을 보여주셨어요.”

이직 당시 전자책은 도서 시장에서 낯선 개념이었다. 초창기엔 도서 콘텐츠 확보를 위해 현장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이동진 CBO는 출판사와의 신뢰를 중요시했다.

“‘출판사들이 어떻게 해야 콘텐츠를 수급해주실까?’ 많은 고민을 했죠. 당시 출판사들은 책 판매가 줄어드는 원인을 스마트폰에서 많이 찾았어요. 사람들이 책이 아닌 스마트폰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니까. 저는 출판사에 ‘우리는 스마트폰에서 책을 보는 형태이기 때문에 리디를 통해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저희 시스템은 책이라는 실물이 없기 때문에 출판사 측에서 불안감을 가졌어요. 이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개인 차원에서든 회사 차원에서든 신뢰에 많은 신경을 썼죠.”


무제한 도서 월정액 서비스


리디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출판사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2012년 300여 곳이던 거래 출판사는 현재 2300개로 늘었다. 보유한 콘텐츠는 177만 권 정도. 2014년 186억 원이었던 매출은 3년 후인 지난해 665억 원으로 약 3.6배 늘었다. 양적으로는 큰 성장을 이뤘지만 이동진 CBO를 비롯해 배기식 대표와 임원진은 아쉬움을 느꼈다. 기존 대형서점을 디지털화했을 뿐 차별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탄생한 서비스가 리디셀렉트다.

“디지털의 장점은 재화에 한계가 없다는 점입니다. 천 권을 보든 만 권을 보든 추가 비용이 들지 않죠. 또 어떤 책이 좋은지 선별하기 어려워하는 독자들을 위해 다른 독자들의 데이터를 공유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독자들의 평가 및 리뷰, 실제 도서 이용률, 심지어 독자들이 몇 페이지까지 봤다는 것도 데이터화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만든 서비스가 ‘리디셀렉트’입니다.”

입사 7년 차인 올해 최고사업책임자(CBO)가 된 그는 리디의 콘텐츠 제휴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

“책은 콘텐츠이기 때문에 책의 내용으로 독자들에게 소구하는 게 중요합니다. ‘책 끝을 접다’와 우리는 서로 윈윈 하는 지점이 있었어요. 우리는 ‘책 끝을 접다’의 마케팅이 필요했고, ‘책 끝을 접다’ 측은 내용의 일부를 접한 독자들이 실제 독서 경험으로 이어지게 하는 서비스가 필요했습니다.”


전자책은 종이책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


출판계에선 답이 없는 오래된 화두가 있다. 바로 ‘종이책의 생존 여부’다. 전자책 플랫폼 시장에서 활약하는 이동진 CBO에게 이를 물어봤다. 종이책은 과연 언제까지 생존할 수 있을까.

“전자책은 종이책의 보완재라고 생각합니다. 종이책과 전자책 사용자의 니즈가 달라요. 종이책은 표지 디자인, 종이 질감, 넘기는 느낌이 있잖아요. 전자책은 그런 게 없죠. 대신 내용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전자책은 종이책의 보완재 역할을 하고 있어요. 저희가 무료 콘텐츠로 제공한 책을 ‘책 끝을 접다’를 통해 소개했는데 종이책 소비가 증가한 적이 있습니다. 역주행 현상이죠. 대체재였다면 그 책의 판매가 줄었을 텐데 오히려 늘었으니 보완재라는 증거죠. 이런 사례는 많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1인당 독서량은 지속해서 하락하는 추세다. 그러나 이동진 CBO는 믿는다. 책을 읽으려는 욕구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고. 책의 가치를 신봉하는 그는 그 가치를 온전히 전달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텍스트 소비는 훨씬 늘었습니다. 뉴스도, SNS도 텍스트 소비잖아요. 사람들이 책을 기피하고 멀리하는 흐름은 맞지만, 수천 년 전부터 이어져 온 책을 읽고자 하는 욕구는 없어지지 않을 겁니다. 다른 측면에서 텍스트 소비는 늘고 있기 때문에 그 접점을 잘 연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201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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